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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투입강요? 반시장적인 일탈행위
[진단] 연기금 투입 강요는 기금 운용의 공공성과 효율성 모두 저해
 
홍헌호   기사입력  2008/07/13 [10:35]
 "과거에 연기금을 동원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정부에서 증시부양 툴과 수단으로 연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연기금의 운용방식을 훼손하는 것으로 위험하다. 주식시장은 수많은 변수를 통해 움직이는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아시아경제, 7월 11일자]

위의 발언은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최근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 내정자의 연기금 주식투자 조기집행을 암시하는 언급에 대해 한 말이다. 김동수 내정자는 지난 9일 "기관투자자가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적극적인 책임과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독려한 바 있다.

2007년에는 경제관료들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 목표가 30%라고 만천하에 공개해서 주식투기 열풍을 촉발시키더니 이제는 주가 폭락의 후유증을 서민들의 쌈짓돈을 동원해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초, 세계 증시는 이미 변곡점에 접근

물론 원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민연금의 낮은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방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 그리고 절차 등을 꼼꼼이 따져보아야 한다. 2007년 초 정부관료들처럼 아마추어식으로 주식투기를 유발하면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2007년 초는 중국 등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고 전 세계 주요 증시 주가지수가 변곡점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포착되던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경제관료들이 나서서 국민들의 주식투기를 부추겼으니, 그리고 나아가 자신들이 부풀려 놓은 주가상승률을 자신들의 업적이라고 강변하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표-1) 각국의 주가상승률(연말 기준)
(국가)------(2003)---(2004)---(2005)---(2006)---(2007)---(5년간)
전세계------37.5%---45.0%---27.5%---31.6%----20.9%---264.9%
선진국------26.3%---19.8%---25.8%---23.1%-----7.2%---136.1%
미국뉴욕----28.8%---12.6%----7.0%---17.9%-----6.6%----82.8%
일본토픽스--23.8%---10.2%---44.0%----1.9%-[-12.2]%----99.3%
한국코스피--29.2%---10.5%---54.0%----4.0%----32.3%---128.6%
(출처 : 세계거래소연맹)


그리고 또 이들은 2007년에 자주 '전 세계 펀더멘탈이 여전히 좋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그런 요인들은 이미 오래전에 주가에 먼저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들은 우리나라 수출이 급증하여 기업들 실적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수출이 급증한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표-2) 우리나라와 전 세계 각국의 수출증가율
(연도)-----------(전 세계)---------(우리나라)
2003--------------16.3%--------------19.3%
2004--------------21.5%--------------31.0%
2005--------------14.1%--------------12.1%
2006--------------15.5%--------------14.5%
(출처 : 통계청)


연기금 투입 강요는 기금 운용의 공공성과 효율성 저해

정부관료들이 2008년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비중 목표를 15%로 확대해야 한다느니 17%로 확대해야 한다느니 운운하는 것도 매우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연금도 다른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향후 장세를 보면서 주식투자 비중의 확대-축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국민연금 투자전략에 대해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국민연금 투자전략은 철저히 정부에서 독립하여 결정되어야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재정부의 이런 태도는 ‘반서민적’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연금 제도는 그 자체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고 있다. 즉 국민연금 보험료는 비례세로 징수하지만 기금 배분 시에는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축내서 중간층 이상이 주로 참여하는 주식투자 손실보전을 위해서 쓴다니..

이러한 정부의 행태가 부당한 이유는 전 계층의 국민들이 소득에 비례해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에 중상위 55%만이 참여하고 있듯이 주식 투자도 대부분 중상위층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중상위층이 주로 참여하는 주식시장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 국민의 노후대책 기금인 국민연금을 희생하려 하다니.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연기금의 투입 강요 문제는 그 실효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매우 많다. 만약 정부가 불안한 증시에 연기금 조기 투입을 강요했다가 주가방어에 실패하고 연기금의 손실만 키워 놓는다면 이것은 큰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재정부 관료들이 어처구니없게 지금도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decoupling현상 : 선진국 증시와 신흥개도국 증시의 탈동조화현상)을 믿고 리커플링 현상(recoupling현상 : 재동조화 현상)을 불신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나라만의 주가방어가 성공하리라 믿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매우 위험한 몽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여전히 세계경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IMF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6년 현재 선진국들의 총GDP는 36조 달러 정도로 전세계 총GDP의 74.3%를 차지한다. 그리고 미국의 총GDP 비중만 해도 27.3%로서 개도국의 총GDP 비중 25.7%를 압도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 경제 등 선진국 경제와 선진국 증시 동향은 결코 소홀히 취급하기 어려운 막강한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주가하락은 우리만의 노력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만 유독 무모하고 우둔한 방법을 동원해 주가를 방어한다 하여 우리나라 주가의 하락세를 인위적으로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금융위의 어느 간부 말대로 "국내 투자자들의 수급 문제로 주가가 빠지는 것이 아니라 대외악재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동시다발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일단 시장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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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13 [10: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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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편지 2008/07/13 [21:11] 수정 | 삭제
  • 요새 통 소식이 없다가 최근에 글 두편을 올려주셨네요^^. 앞으로도 글 자주 올려주시면 정말 ㄳㄳ드릴뿐입니다.

    연기금 문제는 정말 걱정일 따름입니다. 이미 전정권부터 건들기 시작했으니 에휴... 여러 일들이 한꺼번에 터질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