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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차세대 리더' 심상정의 도전
[진보흙속 진주찾기 2-2] 진보 새 희망 들고 다시 광야에 선 '심다르크'
 
김영국   기사입력  2008/03/13 [16:45]
최장집·박상훈 "심상정은 차세대 리더, 지지 모아줘야"

진보 지식인 중 최고봉인 최장집 교수와 박상훈 박사는 지난 1월 3일자 시사주간지 <시사IN>과 대담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이 의미를 가질려면 심상정·노회찬·임종인 같은 '차세대 지도자'들이 반드시 구제되어야 한다."며 "이들에게 지지를 모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도자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개혁·진보 진영에 심상정, 임종인 의원 같은 잠재성을 가진 차세대 지도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인정받아 '새로운 정당 변화'의 기운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똑같이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거명된 임종인 의원(무소속)은 지난 2월 25일 <대자보>와 인터뷰에서 심 의원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는 국회의원이고, 같이 여러 가지 농성을 하면서 지켜본 바로는 순발력 있고, 말도 잘하고, 심지가 굳은 분이다.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또 3월 7일에는 심 의원의 총선 지역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국회의원 299명 중에 가장 존경하는 분이 심상정 의원"이라며 "4월 총선이 끝나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어서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심상정이 최근엔 민주노동당 탈당과 함께 진보신당 추진을 선포하면서 또다시 광야에서 세상을 향해 사자후를 터뜨렸다. 그러면서 '생활 속의 푸른 진보'를 표방하며 운동권식 정치를 털어내고 대안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펼칠 것을 주창하고 나섰다.

'대중적 진보정당' 깃발 들고 다시 광야에 서다

심상정 의원은 최근 들어 '대중적 진보정당'을 입버릇처럼 설파하고 다닌다. 민주노동당 비대위 대표 시절부터 진보신당 상임대표로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작업에 나서면서 더욱 그렇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1월 16일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래디컬'(선명)한 것이다."며 "대중적인 것이란 당의 정책을 오른쪽으로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더 대중적으로, 대중들의 삶 속에서 담금질돼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그리고 대중 속에서 검증되고 평가받는 실천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의원은 최근 노회찬 의원과 함께 민주노동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진보신당의 이름으로 총선에 나설 심 의원의 향후 활동에 진보진영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또한 "대중적 진보정당이 되려면 이념도, 노선도, 정당도 다 서민대중을 위해서 있어야 한다."며 "이명박 정권 들어 더욱 약육강식이 판치는 사회가 도래한다고 보고, 더 구체적인 견제장치와 대안을 마련하고 제도권 정치 안에서 국민과 소통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진보정치를 잘 펼 수 있는 학자나 활동가들을 훈련하는 것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당의 자기 정비 사업 중 하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달 뒤인 2월 17일 "민주노동당의 틀로는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데 한계에 도달했다."며 민주노동당 탈당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노회찬 의원 등과 함께 '평등·생태·평화·연대'를 기치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는 유시민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하면서 주창한 '유연한 진보'에 대해서는 지난 3월 4일자 <뉴스메이커>와 인터뷰에서 "유시민 의원의 유연한 진보는 개혁과 민생을 외면한 노무현 정권의 노선이며, 사이비 진보다."고 일축했다.

현재 심상정·노회찬의 진보신당에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의 정진상 경상대 사회대 교수,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전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장석준 전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이선근 전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본부장,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진중권 시사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등 진보 진영의 내로라하는 정책통과 입담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승리하는 '심다르크'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여러 호평에도 불구하고 심상정 의원이 민주노동당 비대위 대표로 당 혁신을 주도하다가 실패하고, 뒤늦게 민노당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진보신당의 깃발을 든 대목은 차세대 리더로서 적지 않은 흠집도 남겼다.

민주노동당의 구각(舊殼)을 깨고 광야로 나온 결단은 평가되지만,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과감하게 결단하지 않고 미적거리다 당내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남발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진보 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분열의 상처'를 입게 된 대목은 그에게 손실이자 '짐'이다.

더불어 심상정 의원이 지나치게 모양새를 의식하면서 차세대 정치인답지 않게 밍기적거리는 모습을 노정함으로써 하루 하루가 운명 같은 시간을 허비하며 정치적 판단력과 결단력에 있어 미성숙한 측면도 함께 부각됐다.

심상정은 2007년 2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치의 1세대는 박정희 세대, 2세대는 김대중 세대였으나 3세대는 이와 다른 기반과 성장경험, 다른 지향을 가진 진보정당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어쩌면 심상정은 박정희, 김대중을 뛰어넘어 3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에 자신의 이름이 아로새겨지는 날을 꿈꾸며 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 풍부한 정책적 콘텐츠를 대중들이 보다 알아듣기 쉽게 메시지화하는 능력, 정세 판단의 정밀성과 과단성을 더욱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과제가 그 앞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그는 당장 눈앞에 닥쳐온 총선에서 새로 깃발 든 진보신당의 도약을 이끌어내는 '심다르크'가 먼저 되어야 한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그를 아끼고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눈길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승리하는 '심다르크'가 될 수 있을까.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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