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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 반전, 왕따에서 '차세대 리더'로
[진보흙속 진주찾기 1-3] 최장집·심상정이 보증한 임종인의 '가치와 신뢰'
 
김영국   기사입력  2008/02/23 [13:00]
독불장군? 창당정신에 충실했을 뿐

임종인 의원은 작년 초 탈당하기 전까지 열린우리당의 보수우경화에 끝까지 맞섰다. 여당이라는 특수성이나 당론에 개의치 않고 진보개혁적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아 '독불장군', '돈키호테', '좌파', '열린민노당원'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만큼 당의 주도 세력들에게는 부담스런 존재였다. 범여권 정치인들이 열린우리당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으로 어이지면서 통째로 개혁 초심을 잃고 변절한 것과 동전의 양면이었다. 결국 '개혁을 표방한 당에서 개혁을 외치다 왕따당하는' 웃지 못할 설움을 겪어야 했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지난 2007년 1월 6일자 <뷰스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를 '좌파'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에 충실한 것에 불과하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열린우리당에서 나를 '왕따'라고 하는데 열린우리당은 국민들에게 왕따를 당했기 때문에 거기서 왕따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고 일갈했다.

결국 임 의원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표는 서민과 중산층으로부터 받고, 실제 정책은 재벌과 특권층을 대변하면서 지지자들을 배신했다."며 통렬히 비판하고, "지지층을 배신한 사람들과는 더이상 정치를 함께할 수 없다."며 2007년 1월 22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이로써 임 의원은 열린우리당 현역 의원 중 '탈당 1호'를 기록했다.

"개혁진보 진영, 새로운 한 시대 다시 준비해야"

이후 임 의원은 "서민과 중산층을 제대로 대변하는 새로운 민주개혁 정당을 만들어, 지지할 정당이 없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선택지를 드리겠다."는 탈당 당시의 대국민 약속대로 새로운 개혁진보 정당 건설 작업에 매진해왔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 범여권 정치인들이 탈당과 창당을 수차례 반복하다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으로 우르르 몰려갔음에도, 끝까지 무소속으로 남아 진보개혁적 정치 행보로 초지일관한 사람은 임종인 의원 단 한 명뿐이었다.

늘 현실을 고려하는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것이다. 임 의원은 "지지세력을 대변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치공학적 판짜기는 옳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다."며 범여권의 이합집산과는 애초부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임 의원은 김성호 전 의원 등과 함께 2007년 9월 11일 '새정치개혁연합'을 결성하고, 지금까지 개혁진보적 새 정치 주체(정당)를 창출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개혁·진보 진영은 그동안의 잘못된 노선과 단절하고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인적쇄신을 단행하면서 신뢰를 회복하고, 그 토대 위에서 원칙과 가치를 기준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제대로 대변할 '새로운 정당, 좋은 정당'을 만들어 국민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며 "오늘날 역사의 후퇴를 막고 균형 있는 사회를 실현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은 시대적 요구이며, 개혁·진보 진영은 새로운 한 시대를 다시 준비해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왕따'에서 '진보 신데렐라'로

임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에도 민주노동당은 물론 대통합민주신당과 문국현 진영의 잇따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등에 실망한 지지층을 제대로 대변할 정당 건설이 우선이다."며 모두 뿌리치고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독불장군으로 있어 봐야 누가 알아주나.", "무소속으로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러나 임 의원은 개의치 않았다. 열린우리당 탈당 직후인 2007년 2월 2일자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오늘은 울지만 다시는 울지 않을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가는 세상이 내 소신을 알아줄 것."이라며 의연했다.

결국 그의 말대로 2007년 12월 19일 경악스런 대선 참패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사상 최악의 참패로 범여권은 물론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거대한 '국민적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이후, 임종인 의원 같은 일관된 '소신파'가 오히려 돋보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대선 이후 개혁·진보 진영 곳곳에서 참패 후유증과 '총선 불출마 및 2선 후퇴(정계은퇴·백의종군)' 요구로 뒤숭숭한 가운데, 일찌감찌 범여권과 단절을 선언하고 일관된 진보개혁 행보를 거듭해온 임 의원의 소신이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다.

실제 임 의원은 대선 이후 범여권 출신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소위 개혁·진보 진영 전체에 걸쳐 '함께했으면 하는 정치인 1호'으로 각광받고 있다. 어느새 임 의원은 외연 확대를 위한 영입 0순위로 '진보 신데렐라'가 된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최장집·박상훈 "임종인·심상정은 차세대 지도자, 지지 모아줘야"

급기야 진보 지식인 중 최고봉인 최장집 교수와 박상훈 박사는 지난 1월 3일자 시사주간지 <시사IN>과 대담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이 의미를 가질려면 심상정·노회찬·임종인 같은 '차세대 지도자'들이 반드시 구제되어야 한다."며 "이들에게 지지를 모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지도자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개혁·진보 진영에 심상정, 임종인 의원 같은 잠재성을 가진 차세대 지도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인정받아 '새로운 정당 변화'의 기운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똑같이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거명된, 심상정 의원은 지난 1월 8일 임 의원의 <법률사무소 김앤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첫 일성부터 "오는 4월 9일, 임종인 의원에게 금배지를 확실하게 달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심 의원은 "임종인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가장 실천적이고 진보적인 정치인이라고 단언한다."며 "과거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말과 달리 개혁적이지 못하고 국민의 뜻을 외면할 때마다 당론을 어겨가며 용기있게 서민과 개혁의 편에 서 있었던 사람이다. 임종인 의원은 그런 용기와 성실함, 책임감 있고, 올곧은 의정활동으로 너무나 큰 신뢰를 받게 되었다."고 말해 임 의원에 대한 각별한 신뢰를 표시했다.

심상정의 임종인에 대한 신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비대위 대표 취임 후에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임종인 의원과 정치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도 모자라 심 전 대표는 지난 1월 21일 민노당 비대위 대표로서 별도의 공식 일정까지 잡아 임 의원과 오찬을 갖기도 했다.

노회찬 의원도 임 의원에 대해 "당을 함께해도 될 사람"(2008.1.19), "그간의 의정활동 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된) 진보정치를 함께할 훌륭한 분"(2008.2.11)이라며 끊임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살길'만 찾지 않고, '가야할 길' 간다

임 의원은 지난 1월 17일 <시사IN> 주최 대담 토론에서 18대 총선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한나라당을 견제할 세력은 필요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현 통합민주당)은 아니다. 이 당은 국민이 버린 당이고 끝난 당이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새로운 정당 운동의 주체를 선출하는 선거다. 당과 관계 없이 수도권에서 선택되는 정치인이 차세대 정치 리더가 될 것이다."며 "그들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개혁 정당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역구에서 백병전을 통해 소수라도 선택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농민·서민·자영업자들은 자기들을 위한 정당이 필요할 것이고, 선거 이후에 새로운 세력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자꾸 엉터리 힘을 모으면 뭐하나. 살아남으려고만 하면 안 된다. 살길을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원칙 없는) 연대는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일 뿐이다."고 역설해 예의 원칙과 소신 행보를 이어갔다.

임 의원은 지난 2월 19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산시민이 4월 총선에서 다시 당선시켜주면, 새로운 제대로 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노골적인 약육강식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는 야당다운 야당, 대한민국 중심야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그에게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는 노회찬 의원의 진보신당 합류 제의에 대해 지난 2월 11일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서로 간에 책임과 역할이 다르다. 나는 떠나버린 민주개혁 세력에 답을 줘야 하는 거고, 노회찬 의원은 진보 세력에 답을 줘야 한다."며 한발 비켜섰다.

2월 12일 CBS와 인터뷰에서도 "노회찬 의원은 진보 진영을 강화해야 할 책임이 있고, 나는 떠나버린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에게 답을 해야 한다. 민주개혁 세력을 위한 정치력을 만드는 게 나의 일이다."며 일정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일단 총선 때까지는 진보 정당을 만들 때가 아니다. 총선 후에 정말 서민을 위한 진보개혁 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두 달 후에 가능할 것이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이제 민주개혁 세력에게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로 '답'을 주어야 한다. 또한 그가 민주개혁 세력에게 줘야 하는 답과 민주노동당을 박차고 나와 '진보적 대중정당'을 표방한 심상정·노회찬이 제시하는 답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별 차이가 없는데도 따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선택을 강요받게 될 수도 있다.

'신뢰 쌓는 자'가 최후에 웃는다

어쨌든 임종인 의원를 보면서 정치인은 당장의 불이익이나 왕따를 당하더라도 지지층을 향한 '일관된' 노선과 정치적 실천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게 '최후에 웃는 자'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범여권이 사상 최악의 대참패를 당한 것도, 이 상식에 가까운 '정치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선 압승 여세를 몰아 휘몰아치고 있는 '한나라당 쓰나미'에 '대한민국 일등 소신' 임종인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빛을 발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전체가 집단적으로 망가진' 범여권 현역 의원들 중에 유일하게 건진, '단 하나의 진주'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임 의원은 최소한 자신을 찍어준 지지층의 염원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거대한 변절'과 싸워온 '외로운 전사'였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지난 1월 8일 자신의 <법률사무소 김앤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500여 명의 청중들 앞에서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모든 사람이 두루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동안 자신의 정치 행보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도 했다. 그의 소망을 4월 9일 총선 이후에도 거침없이 실천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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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23 [13: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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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천환 2008/02/24 [15:04] 수정 | 삭제
  • 그도 그들의 하수인일 뿐이다.
    이제 우리를 억압하는 것은 군부도 독재권력도 아니다.

    언론 , 법조계,정치인, 공무원,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재벌일가의 하수인들이다.

    날도둑 재벌일가들이 입법,사법,행정,언론,시민사회까지도 하수인하여 자손대대로 민중을 갈취하고 지배하는 체제를 영구화하고 있다.

    이제 민중의 진정한 타도대상은 재벌일가다.

    그 앞줄에 임종인이가 있음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 옥주현 2008/02/23 [15:14] 수정 | 삭제
  • 거기에 이효리님 글 읽어 보세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