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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게 보내는 삼성연의 어이없는 보고서
[진단] 대한상의 기업설문조사, 법인세 인하해도 투자 증가 않는다
 
홍헌호   기사입력  2008/02/18 [19:30]
“*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1986년 세제개혁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대폭 인하(46%ㅡ>34%)
* 법인세 부담세액의 7% 수준(2005년 기준 2조원)을 삭감할 경우 2008~2012년간 설비투자증가율은 연평균 3.1%p 상승할 것
* 법인세 인하는 자본비용을 감소시켜 해외자본을 유입하는 효과도 유발”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3일,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 보고서에 담긴 것들 중에서 법인세 관련 주요 내용은 위와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입장이 유사한 것일까. 그리고 삼성연은 법인세액을 2조원 삭감하면 법인기업들이 설비투자를 5년간 연평균 3.1%p씩 상승시킬 것이라 하는데 이런 주장은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일까. 또 법인세 인하가 외국인 직접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실증적으로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이 글은 이런 의문점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짚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법인세 최고세율- 미국은 8위, 한국은 60위, 입장이 달라.     

삼성연은 이번에도 역시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1986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46%에서 34%로 대폭 인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연이 법인세인하 모범국가로 미국을 거론하는 것은 주소를 한참 잘못 찾은 것입니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간하고 있는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2006년판에 의하면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35.0%(2004년 기준)로 세계은행이 소개한 92개국 중에서 공동 8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의 것입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4년 기준 27%로 92개국 중에서 60위권에 해당합니다. 즉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유지했던 미국이 그것을 조금 완화했다 하여 우리나라도 덩달아서 미국을 따라하자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92개국 중에서 8번째로 법인세 최고세율이 높은 미국이 법인세 감세를 단행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들과 입장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료-1]에서 보여지다시피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들과 달리 소득세의 양대 축 중 하나인 개인소득세부담률(=개인소득세액/GDP)이 매우 낮아서 법인소득세 감세 여지가 OECD 회원국 어느 나라보다도 작습니다.  

[자료-1]OECD 29개국 GDP대비 각 세목별 조세부담률](2005)
(국가)(개인소득세)(법인세)(재산과세)(소비과세)(사회보장세)
덴마크------24.5%---3.8%---1.9%---16.2%----1.1% 
스웨덴------16.0%---2.4%---1.5%---13.2%---13.5%
뉴질랜드----15.5%---6.3%---1.9%---12.1%------0%
아이슬란드---14.4%---2.3%---2.5%---16.7%----3.3% 
벨기에------13.9%---3.5%---2.2%---11.5%---13.9% 
핀란드------13.5%---3.3%---1.2%---13.8%---12.0% 
호주--------12.3%---5.9%---2.7%----8.6%-----0% 
캐나다------11.9%---3.5%---3.4%----8.5%----5.0%
영국--------10.6%---3.4%---4.4%---11.1%----6.9% 
스위스------10.6%---2.6%---2.4%----7.0%----7.1% 
이탈리아----10.5%---2.8%---2.1%---10.8%---12.6% 
노르웨이-----9.7%--11.8%---1.1%---12.2%----8.9% 
미국--------9.6%---3.1%---3.1%----4.8%----6.7% 
오스트리아---9.3%---2.3%---0.6%---12.0%---14.5%
아일랜드-----8.3%---3.4%---2.4%---11.6%----4.5% 
독일--------8.1%---1.7%---0.9%---10.1%---13.9% 
헝가리------6.7%---2.1%---0.8%---14.8%---11.6% 
프랑스------7.6%---2.8%---3.5%---11.2%---16.3% 
룩셈부르크--7.3%---6.0%---3.3%---11.1%---10.8% 
네덜란드----7.0%---3.8%---2.1%---12.4%---13.3%
스페인------6.4%---3.9%---3.0%---10.0%---12.0%
포르투갈----5.5%---3.0%---1.0%---13.6%---11.4%
일본-------5.0%---4.3%---2.6%----5.3%---10.1% 
터키-------4.8%---2.3%---1.1%---15.9%----7.2% 
체코-------4.6%---4.5%---0.4%---11.8%---16.2% 
폴란드-----4.3%---2.1%---1.3%---12.6%---13.6% 
그리스-----4.0%---2.8%---1.2%----9.4%----9.6% 
한국-------3.4%---4.1%---3.0%----8.8%----5.4%
슬로바키아--2.7%---2.8%---0.5%---12.5%---12.8%
(OECD평균)-9.2%---3.7%---1.9%---11.4%----9.2%
(주-1) 조세부담률=조세부담액/GDP 
(주-2) 멕시코 자료에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소득세가 구분되어 있지 않아 생략함
(자료 출처) : OECD 

물론 법인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법인세 조세부담률이 OECD 평균보다 약간 더 높기 때문에 법인기업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인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모두가 다 피용자 보수를 받고 개인소득세를 내는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따라서 법인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OECD 평균 수준의 법인세만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그 전제조건으로 자신들이 OECD 평균 수준의 개인소득세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OECD 평균과 유사한 수준의 조세형평성이 확보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인기업들, 소득이 없어서 투자를 기피하거나 유보한 것이 아니다

삼성연은 또 위의 보고서에서 “법인세 부담세액의 7% 수준(2005년 기준 2조원)을 삭감할 경우 2008~2012년간 설비투자증가율은 연평균 3.1%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 또한 전혀 근거 없는 것입니다.

아래 [자료-2]를 보면 2000년대 우리나라 법인기업들이 소득이 없어서 투자를 기피하거나 유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법인기업들의 소득증가율은 설비투자 증가율에 비해 월등히 높았기 때문입니다. 

[자료-2] 법인 기업소득과 전산업 설비투자액
(연도)----(법인기업소득)----(전산업 설비투자)---(비율)
1995-----68조 1413억원-----56조 2410억원---82.5%
1998-----57조 6166억원-----40조 5307억원---70.3%
1999-----78조 0676억원-----54조 4083억원---69.7%
2000-----88조 0548억원-----74조 1607억원---84.2%
2001----100조 6120억원-----68조 1563억원---67.7%
2002----125조 4454억원-----71조 2506억원---56.8%
2003----139조 5171억원-----69조 3428억원---49.7%
2004----164조 6566억원-----71조 8445억원---43.6%
2005----166조 8242억원-----72조 8237억원---43.7%
(자료 출처) : 한국은행.

그렇다면 2000년대 법인기업들이 소득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기피한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과다한 비용 때문 아니었을까. [자료-3,4]를 보면 그런 추론 또한 전혀 근거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3] 비금융법인 소득배분계정
(연도)(이자지출/소득)(배당금/소득)(기업주/소득)(순저축/소득)
1995-----59.4%-----5.2%-----13.7%-----22.2%
1998----157.9%-----7.3%-----15.7%---(-35.0)%
1999-----90.4%-----6.0%-----13.5%------2.0%
2000-----61.5%-----6.8%-----14.3%-----15.9%
2001-----49.7%-----8.5%-----16.0%-----23.4%
2002-----33.6%-----7.3%-----16.0%-----31.4%
2003-----27.8%-----9.9%-----15.1%-----28.9%
2004-----22.6%-----9.4%-----13.6%-----39.2%
2005-----20.8%----10.7%-----14.9%-----32.9%
(주) 이자지출/소득 : 법인기업의 총소득 대비 차입금 대출이자 비중
(주) 배당금/소득 : 주식회사 법인기업 총소득 대비 주주 배당금
(주) 기업주/소득 : 비주식회사 법인기업 총소득 대비 기업주 소득
(주) 임료 등 기타항목 제외한 것임.
(자료 출처) : 한국은행.

[자료-4]비금융법인 총소득 대비 이자지출 비중
(연도)--------(총소득)-------(이자지출)-----(비중)
1995년----57조 5418억원---34조 2027억원---59.4%
2005년---139조 3778억원---28조 9947억원---20.8%
===>2005년 총소득 대비 이자지출 비중이 59.4%라면 2005년 총이자는 83조 원에 육박(총소득 139조 3778억원 x 59.4% = 82조 7904억원)
(자료 출처) : 한국은행

[자료-3,4]를 보면 2000년대 들어 법인기업들의 금융비용이 크게 줄어 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5년 비금융법인들은 28조 9947억원을 차입금 이자로 지불했는데 만약 법인기업 소득 대비 이자 비율이 1995년과 같은 수준인 59.4%였다면 2005년 이자는 83조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따라서 2005년 비금융법인기업은 1995년에 비해 50조원 이상이나 되는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셈입니다.

요컨대 2000년대 법인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지 않은 주요 원인은 법인소득 증가율 둔화나 금융비용 상승에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정부가 삼성연의 주장대로 2조원의 법인세를 인하해 준다고 해도 법인들이 그것 때문에 투자확대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자료-5]는 2004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기업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옮겨온 것입니다. 이 자료를 보면 2조원의 법인세를 인하해 주면 법인들의 투자가 매년 3%p씩이나 증가할 것이라는 삼성연의 주장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자료-5]법인세율 1~2%p 인하할 경우 투자계획에 대한 기업의 응답
(구분)---------(대기업)-(중소기업)-(전체)
당장투자확대-----2.1%----0.5%----1.0%
투자계획수립-----9.6%---11.9%---11.2%
내부유보후관망---69.1%---55.7%---60.0%
투자계획없음----19.2%---31.9%---27.8%
(원자료 출처) : 상공회의소 
(재인용 자료 출처) : 조세연구원 재정포럼 2004년 2월호.

실증자료를 보면 법인세율이 외자유치에 미치는 영향 그렇게 크지 않아.

삼성연은 또 위의 보고서에서 법인세 인하로 외국기업 유치가 활발해질 것이라 하는데 이 주장 또한 그렇게 유의미한 주장은 못됩니다.

[자료-6,7]은 제가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 10개국과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 10개국을 추려서 양자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액 변화추이를 비교해 본 것입니다. (구공산권 국가는 제외).

[자료-6]법인세율 높은 국가의 GDP대비 FDI 유입액 비율.
(국가)---------(85~90)--(95~00)--(01~06)
호주(32.0%)------2.44%---2.07%---1.70% 
벨/룩(35.5%)------2.69%--16.10%--16.00%
캐나다(40.3%)-----1.15%---3.76%---2.71%
독일(45.4%)------0.24%---2.32%---1.23%
그리스(32.5%)-----0.93%---2.40%---1.95%
이탈리아(35.0%)---0.44%---0.53%---1.32%
일본(40.2%)------0.02%---0.10%---0.10%
뉴질랜드(33.0%)---4.08%---4.18%---3.31%
스페인(33.8%)----1.92%---2.76%---2.92%
미국(39.3%)------0.98%---1.98%---1.02%
(10개국 평균)-----1.49%---3.62%---3.23%

[자료-7]법인세율 낮은 국가의 GDP대비 FDI 유입액 비율.
(국가)-----------(85~90)--(95~00)--(01~06)
오스트리아(29.5%)---0.34%---1.94%---1.68%
덴마크(28.5%)------0.50%---6.24%---2.27%
핀란드(2.75%)------0.43%---3.90%---3.56%
아이슬랜드(24.0%)---0.31%---1.30%--11.22%
아일랜드(17.7%)----0.88%--11.71%---3.31%
한국(29.1%)-------0.35%---1.03%---0.82%
노르웨이(28.0%)----0.65%---2.90%---1.43%
스웨덴(28.0%)------0.72%---8.89%---4.13%
스위스(23.1%)------1.27%---3.09%---2.86%
터키(26.5%)-------0.36%---0.46%---2.39%
(10개국 평균)------0.58%---4.14%---3.37%

(주) :
-국가 옆 괄호는 2000년과 2007년 최고법인세율 평균을 의미함
-소개된 최고 법인세율은 국세와 지방세 법인세율을 더한 것임.
-GDP대비 FDI 유입액 비율= 6년간의 FDI 총액/6년간 GDP총액(달러) 
(자료 출처) : OECD, UNCTAD

[자료-6,7]을 보면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와 낮은 나라 사이에 GDP대비 FDI 유입액 비율 차이가 사소하게 감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관념론자들의 주장만큼 그렇게 큰 차이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액의 크기는 법인세보다는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컨대 지금까지 몇 가지 자료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삼성연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하 효과는 국내외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허구적 관념이 만들어 낸 가공의 수치일 뿐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2000년과 2005년 사이 우리나라 법인기업 소득이 80조원이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또 2005년 금융비용이 1995년 수준에 비해 50조원 이상이나 절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는 거의 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삼성연이 법인세를 2조원 감세해 주면 설비투자가 5년간 매년 3.1%p씩 늘어 날 것이라고 강변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법인세 인하가 FDI 유입에 미치는 영향 또한 삼성연의 주장만큼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국내기업들이 엄청나게 소득을 얻고 있으면서도 추가 투자에 소극적인데 유사한 처지의 외국기업이 국내기업과 전혀 다른 투자행태를 보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개인소득세와 법인세를 대신하여 부동산 관련 세금을 증세할 필요 있어.

그렇다면 진보진영의 대안은 무엇인가. 글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여전히 역진성의 매우 강하기 때문에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감세 운운하기 이전에 그 보완책부터 미리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 보완책으로 가장 좋은 세제는 아마도 부동산 관련 세제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다수는 자신의 소득을 부동산 관련자산에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세나 자영업자 소득세를 대신하여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증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부동산 가격안정과 조세형평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도 동시에 잡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관련세 중 하나인 거래세를 감세하자는 사람들과 사회보장세를 감세하자는 삼성연의 주장의 허점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기사를 내 보내기로 하겠습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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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8 [19: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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