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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 한나라당과 부동산 연정하나
[진단] 등록세 감세하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 하면 가격만 오르게 한다
 
홍헌호   기사입력  2008/02/14 [12:36]
“(대통합민주신당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유상(상속·증여 등과 달리 돈을 주고 받는)거래로 취득·등기하는 주택에 대해 취득세는 놔두고 등록세를 폐지키로 했다. 이러면 현재 거래액의 2%에 달하는 거래세가 1%로 내리게 된다. 연간 세수가 1조5100억원 줄어드는 데 대해 신당의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보유세 증가분(2007년 1조7400억원)과 거래세 완화로 인한 거래량 증가 등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경향신문 2월 14일자.

지적으로 성실하지 못한 정치인들과 연구자들이 자주 엉터리 숫자놀음을 하면서 국민들을 속이곤 하는데 이번 경우에도 그 정도가 심한 것 같습니다.

등록세 폐지하면 1조 5천억원이 아니라 2조 4천억원의 세수 감소.  
아래 [자료-1]에서 보여지다시피 2006년 현재 거래세 총액은 16조에 육박하는데, 통합신당은 이 중에서 유상거래로 취득·등기하는 주택에 대해 등록세를 폐지해도 1조 5100억원의 세수만이 감소한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

[자료-1]연도별 취득세 등록세 징수실적
(연도)-----(취득세)-------(등록세)
1999---3조 0654억원---4조 3267억원
2000---3조 1482억원---4조 5276억원
2001---3조 7825억원---5조 5867억원
2002---5조 2782억원---7조 5045억원
2003---5조 5028억원---7조 5499억원
2004---5조 3661억원---6조 7157억원
2005---6조 6490억원---6조 7837억원
2006---7조 6675억원---7조 9495억원
(자료 출처) : 행정자치부  

[자료-2]2005년 부동산 등기 등록세 징수내역
*총액------------------6조 7837억원
*부동산 등기-------------5조 5200억원
*부동산 유상취득등기-------4조 2199억원
*부동산 유상취득등기(주택)---2조 0837억원(전체 등록세의 30.7%)
(자료 출처)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연감

과연 통합신당 주장대로 감세하면 1조 5100억원의 세수만이 감소하는 것일까. 이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위의 [자료-2]를 보면 통합신당이 감세대상이라고 언급한 유상거래로 취득·등기하는 주택에 대한 등록세는 전체 등록세의 30.7%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수치를 2006년 전체등록세 7조 9495억원에 대입하면 감세액이 2조 4405억원에 이릅니다. 

2조 4405억원이라는 수치는 1조 5100억원이라 주장하는 통합신당 주장과 큰 차이가 있는데요. 물론 통합신당은 2006년 1.5%였던 등록세 세율이 2007년 1.0%로 내려갔기 때문에 2007년 등록세 총액은 8조 원이 아니라 8조원의 2/3인 5조 3333억원이고 또 2007년에는 거래가 위축되었기 때문에 2007년 등록세 세수는 5조원 정도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7년 등록세 총세수가 5조원이라면 2009년 등록세 폐지로 인한 감세액은 5조원의 30%인 1조 50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합신당이  2007년에 등록세 1조 원을 감세하고 2009년에 1조 5000억원을 추가로 감세하자고 하면서 국민들에게 감세로 인한 세수결손이 1조 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강변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등록세 감세, 복지혜택 축소로 인한 저소득층 서민 고통은 이미 2007년부터 1조 원 이상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의 합작으로 2007년 이후 등록세 세수 2조 4405억 원이 감세되어야 운명에 처해 있는데요. 2조 4405억 원이라는 재원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닙니다. 2조 4405억 원은 전국 1600만 가구의 20%인 저소득층 320만 가구에게 연간 76만원에 달하는  돈을 무상지원할 수 있는 거액입니다. 현재 정부가 1조원 정도의 예산으로 100만 가구 정도의 쌀농가에게 연평균 100만원 정도의 소득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2조 4405억 원이라는 돈이 얼마나 큰 거액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등록세 폐지하면 부동산 가격 오르고 서민복지혜택 감소.

그렇다면 이렇게 거대한 액수의 저소득층 서민혜택을 줄이면서 등록세를 감세하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통합신당은 뻔뻔스럽게도 이 대책이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은 자산시장의 ABC도 모르는 얼치기 전문가들의 말만 믿고 자주 “부동산 가격은 안정시키고 거래는 활성화하자”는 모순된 주장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거래가 활성화되면 가격은 오르는 법’입니다.

아래 [자료-3]에서 보듯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된 해에는 거의 예외없이 가격이 올랐고 가격이 오른 해에는 거의 예외없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산시장의 생리입니다.

[자료-3]전국 토지거래 필지수와 서울아파트가격변동률.
(연도)--(토지거래필지수)--(서울아파트가격변동률)
1991---108만 8249필지---(-4.5)%
1992----89만 1756필지---(-4.3)%
1993----85만 8247필지---(-2.8)%
1994----96만 5603필지-----1.2%
1995---108만 4114필지-----0.0%<--하반기,지방에서부터 분양가 상한제 폐지 확대.
1996---137만 6053필지-----4.2%
1997---177만 5434필지-----5.2%
1998---161만 3305필지--(-14.6)%
1999---185만 7370필지----12.5%
2000---176만 1579필지-----4.2%
2001---213만 4724필지----19.3%
2002---285만 6945필지----30.8%
2003---296만 1179필지----10.2%
2004---261만 7030필지---(-1.0)%
2005---297만 8993필지-----9.1%
(주) 서울아파트가격변동률 : 전년말 대비
(자료 출처) : 건설교통부, 국민은행 통계(통계청 공인).

통합신당에 어느 정도 진보적인 색깔이 있는지 정말 의문이지만, 통합신당이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목표에 1%라도 부응하려면 이런 식으로 정책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등록세 감세정책은 주택가격만 앙등시키고 서민들의 복지혜택만 축내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통합신당이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면 확실하게 서민의 편에 서야 할 것입니다. 전체 세대의 3%에 불과한 부유층들을 위하여 1세대 1주택 양도세를 완화해 주면서 이 정책이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이라고 우겨서는 곤란하고, 전체 가구 중 44%에 달하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추가로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면서 이 정책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변해서도 곤란할 것입니다. 통합신당이 하루 빨리 이런 어이없는 구태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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