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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대책위, 소비자후생 30배 과장됐다
[FTA 진단3] 한미FTA 소비자후생 광고, 국책연구소 보고서와 30배 차이
 
홍헌호   기사입력  2008/02/12 [20:53]
국민들의 혈세를 동원하여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가 지하철 벽면에 올린 한미FTA 광고는 “10년간 일자리 창출 34만 개, 향후 10년간 연평균 수출증가 23억불, 2018년 소비자 혜택 20조원”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앞의 두 가지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비판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이번 글에서는 “한미FTA 발효로 2018년 소비자 혜택 20조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만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미수출 1조원 증가할 때 소비자 후생은 20조원 증가한다니...    

한미FTA 발효로 대미수출 10년간 연평균 10억불(1조 원)증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로의 수출 10년간 연평균 23억불 증가. 이것이 이들 주장의 주요 골자인데요. 이들은 소비자 혜택만큼은 1조, 2조도 아니고 20조 원(2018년)에 달한다고 합니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요 (물론 저는 연평균 수출 23억불 증가 운운하는 정부의 주장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미FTA 발효로 2018년 소비자 혜택 20조원” 운운하는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은 2007년 4월 27일 11개 국책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의 주장과도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료-1]11개 국책연구소의 한미FTA 소비자 혜택 추정(15년간 연평균)
*전산업 : 6881억원
(1)농업 : 372억원
(2)수산업 : 251억원
(3)제조업 : 6258억원.
  -자동차 : 356억원.
  -섬유 : 186억원.
  -전기전자 : 1880억원.
  -일반기계 : 1121억원.
  -철강 : 72억원.
  -화학 : 824억원.
  -생활용품 : 187억원.
  -기타 제조업 : 1632억원.
(자료 출처) : 11개 국책연구소,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2007.4.27)  

[자료-1]에서 보다시피 11개 국책연구소들의 보고서는 한미FTA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6881억원의  소비자 혜택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수치도 크게 뻥튀기되어 있기는 하지만 “2018년 소비자 혜택 20조원” 운운하는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의 수치보다는 30배 정도 작은 것입니다.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는 어떤 자료를 보고 이런 황당무계한 광고를 만든 것일까.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를 추적해 보면 그 뿌리에는 2006년 6월 소비자원이 내놓은 보고서, <한미FTA의 소비자후생효과 분석>이라는 것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료-2]한미FTA체결로 인한 무관세화의 효과(총 11조 7709억원)
(1)정부의 무관세화정책이 소비자후생을 증진시키는 원천은 정부 및 사업자로부터의 소득이전효과와 사회적 효율성 창출효과로 구성
- 정부의 무관세화로 인해 기존 관세수입이 소비자잉여로 직접이전(1425억원)
- 관세철폐만큼 국내시장가격이 하락함으로써 기존 생산자잉여가 소비자잉여로 이전되는 효과(10조 4056억원)
- 무관세화로 한계기업이 퇴출되어 생산왜곡이 해소되는 생산효율화효과(본 분석은 공급곡선에 대한 자료부재로 인하여 생산자잉여의 소득이전효과에 포함되어 추정)
- 관세로 인해 수입소비재를 덜 소비하게 되었던 소비왜곡이 해소되는 소비효율화 효과(1조 2228억원)
(2)한미FTA가 체결되면 전국도시가계는 총 11조 7709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될 전망
-이는 2005년 전국도시가구의 교역가능(관세부과) 상품에 대한 총소비지출금액인 74조 5929억원의 15.8%에 해당하는 금액
-이같은 비교정학의 균형값은 이상적인 경쟁시장조건에서 달성가능한 소비자후생분이며 궁극적으로 무관세화정책의 최대 목표치(국산소비재와 미국산 소비재는 완전대체재라 가정) 
(자료 출처) : 소비자원(2006.6), <한미FTA의 소비자후생효과 분석>  

소비자원은 과감하게도 한미FTA체결로 소비자 후생이 매년 11조 7709억원씩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그들 스스로 위의 보고서에서 2005년 대미수입액 중 관세부과대상은 고작 8916억원 정도라고 하면서도 이 수입액 중 16%에 해당하는 관세를 철폐하면 11조 7709억원의 소비자후생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소비자원은 이 거대한 액수를 어디에서 끄집어낸 것일까.  

소비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소비재와 미국산 소비재를 완전대체재라 가정하면 한미FTA체결로 미국산 가격이 하락한 만큼 국산도 가격이 동일한 폭으로 하락할 것이므로 국내 기업들이 가격하락으로 10조 4056억원의 생산자잉여를 상실하면 소비자들은 그 액수만큼 혜택을 본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   
 
▲당초 한미FTA 비준 동의가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었지만, 민주노동당의 거센 반발로 18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천영세의원 홈페이지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가계의 이중적 지위를 이해해야       

이 문제는 원론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업은 생산자요 가계는 소비자라는 이분법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가계의 구성원이나 기업의 내부구성원들은 모두가 다 생산자들이자 소비자들이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들 전부는 생산자 잉여로부터 소득을 얻어 소비를 합니다.  

약간 복잡하기는 하지만 가계의 이중적 지위, 즉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가계의 이중적 지위를 보다 더 쉽게 보여주는 국민계정 자료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료-3] 2005년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
■GDP=소비+투자+순수출(수출ㅡ수입)
*2005년 GDP(811조원)=소비(542조원)+투자(244조원)+순수출(19조원)+통계불일치(6조원)
*2005년 소비(542조원)=가계소비(417조원)+정부소비(115조원)+가계외 민간소비(9조원)
(자료 출처) : 한국은행 
 
[자료-3]을 보면 2005년 현재 우리나라 가계들은 연간 417조원의 소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소득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자료-4]를 보면 2005년 우리나라 가계들은 법인기업과 개인기업들이 지불하는 365조원의 피용자보수와 80조원의 자영업자 영업잉여로부터 순소득을 올려서 이를 토대로 소비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료-4] 2005년 국내총부가가치와 요소소득
■GDP=총부가가치액+총생산물세
■총부가가치액=피용자보수+영업잉여+고정자본소모분+기타생산세
*2005년 GDP(811조원)=총부가가치액(721조원)+총생산물세(90조원)
*2005년 총부가가치액(721조원)=피용자보수(365조원)+영업잉여(238조원)+고정자본소모분(111조원)+기타생산세(7조원)
*2005년 영업잉여(238조원)=비금융법인기업영업잉여(122조원)+자영업자영업잉여(80조원)+금융법인기업영업잉여(36조원)
(자료 출처) : 한국은행   

물론 피용자 보수와 자영업자 영업잉여만이 가계소득의 전부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또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의 전부를 100% 소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양자 간의 수치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417조원의 가계소비의 주요 원천은 365조원의 피용자 보수와 80조원의 자영업자 영업잉여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따라서 어떤 과정을 거쳐 10조원의 생산자 잉여가 소비자잉여로 이전된다는 것은 피용자보수, 영업잉여, 고정자본소모분 등을 10조원 줄인다는 뜻이기  때문에 기업이 지불하는 보수나 기업의 투자 등등이 10조 원 가까이 줄어 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당수 기업은 도산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소망대로 10조원의 생산자 잉여를 소비자 잉여로 이전하되 급여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투자도 동일하게 유지하고 일자리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기업주나 주주들의 이익만 10조원 빼내서 가계로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아니고 몽상일 뿐입니다. 기업의 경영진들이 어쩔 수 없이 10조원의 생산자 잉여를 소비자 잉여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그들 대부분은 근로자 급여나 일자리 수나 투자부터 챙기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기업주나 주주의 이익부터 챙기고 난 후 급여를 줄이고 투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줄이며 위기에 대처할 것입니다. 그리고 상당수 기업들은 그마저도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들 전반에 걸쳐 급여가 줄고 투자가 줄고 일자리가 줄게 되면 이 과정 자체가 경제전체에 지속적인 악순환을 불러 일으키며 심각한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입니다.  

개방 속도조절 성공 여부에 따라 소비자 혜택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할 것.  

그런데 소비자원 보고서는 한 술 더 떠서 “무관세화로 한계기업이 퇴출되어 생산왜곡이 해소되는 생산효율화효과”가 나타난다며 관세철폐를 주장합니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개방이 바로 축복을 안기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개방 속도조절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로 나타날 수도 있고 (-)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998년 IMF의 초고금리정책처럼 이런 과정이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진행되면 생산효율화는 커녕 생산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즉 정부가 기업들을 지나치게 급진적인 방식으로 구조조정하려 들면 한계기업은 물론 건실한 중견기업까지 도산하게  되어 가계들은 소비자 잉여를 건지기는 커녕 일자리 자체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남미의 모범생이라 불리우는 칠레도 1970년대에 개방의 속도조절에 실패하여 1980년대 초에 외환위기라는 수렁에 빠진 바 있습니다.  

[자료-5] 1970년대 칠레, 급진적 개방의 후유증
 (연도)(실업율)(도산기업수)(무역적자/미달러)
1973----4.6%-----n/a----[-1.4억불]<---9월 피노체트 쿠데타
1974----9.7%-----n/a----[+1.4억불]
1975---16.2%----81개----[-1.2억불]
1976---16.8%---131개----[+4.6억불]
1977---13.2%---224개----[-2.3억불]
1978---14.0%---312개----[-7.8억불]
1979---13.6%---344개----[-8.7억불]
1980---11.8%---415개---[-14.4억불]
1981---11.1%---431개---[-34.8억불]
1982---22.1%---810개----[-3.9억불]<---외채 위기 발발
1983---22.2%----n/a-----[+6.6억불]<---점진적 개방론으로 방향전환
1984---19.2%----n/a-----[-0.9억불]
1985---16.4%----n/a-----[+4.7억불]
(자료 출처) : 칠레 중앙은행,(도산 기업 수는 선우 건의 논문에서 재인용)

소비자원은 또 위의 보고서에서 관세를 즉시 전면 철폐하면 “관세로 인해 수입소비재를 덜 소비하게 되었던 소비왜곡이 해소되어 소비효율화 효과로 1조 2228억원의 소비자후생이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소비자원이 1990년대 이후 중국 등 개도국의 저가 소비재가 물밀듯이 밀려와서 무역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고 제조업 기반이 크게 잠식되어 경제적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미국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 있다면 그렇게 맹목적인 ‘수입예찬론’을 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관세인하의 소비자후생증가효과도 (+)로만 나타나라는 보장 없어.   

또 소비자원은 위의 보고서에서 “관세인하로 1425억원의 소비자혜택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 또한 전혀 근거없는 것입니다. 정부가 불에 태워 버릴 1425억원을 소비자들에게 공짜로 돌려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관세인하로 1425억원을 소비자들에게 돌려 준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지출을 줄인다는 의미인데 정부재정을 1425억 줄인다는 것은 정부소비를 줄이거나 정부투자를 줄이거나 복지재정을 줄여서 공무원의 수와 급여를 줄이고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복지혜택을 줄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게 된다는 뜻이 됩니다.  

관건은 1425억원이 어느 경로를 타고 돌고 돌아야 경제성장과 소득분배에 더 큰 도움이 되느냐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받는 혜택의 크기는 그 돈이 정부의 복지 지출을 통해 도는 것이 더 좋은 것이냐. 아니면 무차별적으로 전체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통과하여 도는 것이 더 좋은 것이냐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그 차이가 미세하게 (+)라면 미세한 그만큼 국민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고 미세하게 (-)라면 미세한 그만큼 손해가 될 것입니다. 1425억원이 정부의 손에 들어가면 국민들은 1425억원만큼 손해를 보고 그것이 소비자들 손에 들어가면 1425억원만큼 국민들이 이익을 보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요컨대 한미FTA 체결로 2018년 기준 20조원의 생산자잉여가 소비자잉여로 이전될 가능성은 무조건 제로이지만, 설령 그 중 1%인 2000억원 정도의 이전 효과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것 전부가 소비자혜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FTA 체결로 2000억원의 생산자잉여가 소비자잉여로 이전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받는 혜택은 잉여 이전이 급여소득과 일자리 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소비재 가격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간의 차이만큼 나타날 뿐입니다. 물론 반드시 후자가 크리라는 보장도 없고 반드시 (+)효과만 나타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개방의 속도조절론을 피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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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2 [20: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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