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호의 시민경제 찾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MB노믹스’는 삼성경제연구소와 언론의 합작품
[진단] 서민 희생한 대처와 레이건을 극찬하는 삼성연과 언론의 왜곡
 
홍헌호   기사입력  2008/02/04 [10:21]
지난 30일, 각 신문들은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경제개혁을 주도한 국가지도자 6인'이라는 보고서를 크게 보도하며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달하기에 바빴습니다.

[자료-1] 30일 주요언론사 관련 기사 제목 
* 대처·레이건·고이즈미의 개혁.. 'MB노믹스에 다 있네'---이 데일리
* 성공한 지도자는 실용ㆍ개혁 중시---헤럴드경제
* MB '큰바위 얼굴'은 대처와 덩샤오핑---한국경제신문
* 20세기 경제개혁에 성공한 지도자 6인의 공통점은?---한국일보
* 20C 후반 경제개혁 이끈 지도자들 실용·경제발전 주력--서울경제신문

그러나 재벌경제연구소의 의견을 ‘진리’ 그 자체인 양 보도하는 보수언론들의 보도태도가 과연 어느 정도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정말 의문입니다. 재벌이든 재벌연구소든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이윤추구에 있고, 이들의 의견은 국민 다수의 공익과 자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기자들은 이들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실린 내용 중 “대처와 레이건이 감세해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대목에 국한해서 몇 가지 반론을 제기하겠습니다.

레이건의 감세, 부유층 부담 줄이고 서민층 희생을 확대하며 진행. 

위의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레이건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하여 이렇게 서술합니다.

“(레이건 정부가) 최고 소득세율을 1980년 70%에서 1988년 28%로, 법인세율을 46%에서 34%로 획기적으로 인하하여 내수기반 확충”-위의 보고서, 6쪽

삼성연의 보고서에 실린 이 구절만 읽어 보면 레이건 정부가 대단히 큰 폭으로 감세를 단행한 것처럼 보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료-2]1950년 이후 최고세율과 평균세부담률
(연도)(최고세율)(평균세부담률)
1930---25.0%-----N/A
1940---81.1%-----N/A
1950---84.4%-----8.0%
1960---91.0%-----9.6%
1970---71.75%---10.0%
1980---70.0%----10.8%
1990---28.0%-----9.1%
2000---39.6%----11.7% 
(주)평균세부담률=소득세액/개인소득총액
(자료 출처) : 장근호(2004), 주요국의 조세제도-미국 편, 조세연구원 

[자료-2]에서 보다시피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담률은 최고세율이 아니라 평균세부담률이기 때문입니다. 지적으로 성실하지 못한 우리나라 보수언론 기자들이 국민들을 현혹하기 위하여 자주 미국의 최고세율의 변동에 대하여 언급하곤 하는데 그런 행위는 미국의 현실을 크게 왜곡하여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3]은 미국의 현실에 대하여 보다 더 차분하게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자료-3]레이건 집권 이전 해와 마지막 해의 조세부담률 비교
(조세구분)-----(1980미국)(1988미국)(2003한국)
*총조세부담률----27.0%---26.8%---25.3%
*개인소득세-----10.6%----9.8%----3.2%
*법인세---------2.9%----2.4%----3.9%
*소비세---------4.8%----4.8%----9.4% 
*재산세---------2.9%----2.9%----3.0%
*사회보장세------5.9%----6.9%----4.9%
(주)조세부담률=조세수입액/GDP
(주)사회보장세 : 우리나라의 4대 보험 등에 해당함.
(주)미국은 소득세 중심의 국가로 부가가치세가 없음.
(자료 출처) : OECD, 조세연구원 

[자료-3]을 보면 레이건이 집권하기 전 해인 1980년과 집권 마지막 해인 1988년 사이 미국의 총조세부담률은 27.0%p에서 26.8%p로 0.2%p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삼성연의 과도한 서술과 달리 레이건 정부의 8년간 감세 폭은 고작 0.2%p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물론 동기간 개인소득세 부담률은 0.8%p 낮아지고 법인세 부담률은 0.5%p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감세조치는 비례세인 사회보장세 부담률을 1.0%p 높이는 조치, 즉 누진세를 줄이고 비례세를 확대하는 조치에 의하여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치는 부유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서민들의 희생을 늘리는 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대처의 감세정책, 역진세인 부가가치세 부담률을 두 배로 높이면서 진행.

또 삼성연의 보고서는 대처의 조세정책에 대하여 이렇게 서술합니다.

“(대처 수상은) 근로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등으로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을 고취시키는 등....”--삼성경제연구소, 경제개혁을 주도한 국가지도자 6인, 3쪽.

그러나 이런 식의 서술도 국민들로 하여금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처는 재임기간 동안 전체적인 조세부담률을 낮추기는 커녕 오히려 더 높였고, 또 개인소득세 감세로 인해 발생한 세수부족분을 역진세인 부가가치세를 대폭 증세하여 보충하였기 때문입니다.

[자료-5]대처 집권 이전 해와 마지막 해의 조세부담률 비교
(조세구분)-----(1978영국)(1989영국)(2003한국)
*총조세부담률----33.0%---36.8%---25.3%
*개인소득세-----11.5%----7.9%----3.2%
*법인세---------2.3%----3.6%----3.9%
*소비세---------8.6%---11.3%----9.4% 
(부가가치세)-----3.1%----6.1%----4.6%
*재산세---------4.0%----3.2%----3.0%
*사회보장세------6.0%----6.2%----4.9%
*급여세---------1.0%----0.0%----0.0% 
(주)조세부담률=조세수입액/GDP
(주)사회보장세 : 우리나라의 4대 보험 등에 해당함.
(자료 출처) : OECD, 조세연구원     

위 자료에서 보다시피 대처가 집권하기 전 해인 1978년과 집권 마지막 해인 1989년 사이 영국의 총조세부담률은 33.0%p에서 36.8%p로 3.8%p 높아졌습니다. 즉 대처는 10년간 전체적으로 증세를 한 것이지 감세를 한 것이 아닙니다.

반면 동기간 개인소득세 부담률은 11.5%p에서 7.9%p로 3.6%p 낮아졌습니다. 즉 대처는 일부 항목에 한하여 감세를 단행한 것입니다. 그러나 부유층들을 위한 이런 감세조치는 역진세인 부가가치세 부담률을 3.1%p에서 6.1%p로 2배나 올리는 서민들의 희생을 치르면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자료-6] 1979년~2000년 영국의 주요세법 개정내용
* 소득세 : 기본세율을 33%에서 22%로 인하, 주택융자 소득세 공제 폐지
* 사회보장세 : 피고용인 부담률 6.5%에서 10.0%로 증세, 고용자 부담률 13.5%에서     11.9%로 감세
* 부가가치세 : 기준세율을 8.0%에서 17.5%로 증세
* 개별소비세 : 도로연료세 대폭 인상, 주세의 상대적인 대폭 인상
(자료 출처) : 박정수(2004), 주요국의 조세제도-영국 편, 조세연구원   

따라서 삼성연이 조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책임감 있는 연구소라면 영국의 대처가 개인소득세를 감세했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해서는 곤란합니다. 대처의 조세정책 중에서 누진세인 개인소득세 부담률을 3.6%p 내린 것만 강조하고 역진세인 부가가치세 부담률을 3.1%p나 올려 세수결손을 보충한 것을 무시하는 것은 양식있는 연구소나 연구자가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조세행정이 선진적인 이유는 누진세인 소득세 중심이기 때문.

조세정책은 “공평성과 형평성”이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역진적이고 불공평한 조세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료-7] 주요국의 조세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지니계수 변화율)
(국가)--------(재분배전)(재분배후)(변화율)
스웨덴(1987)-----0.439---0.218--101.4%
핀란드(1987)-----0.379---0.209---81.3%
독일(1984)-------0.395---0.249---58.6%
노르웨이(1979)----0.335---0.223---50.2%
영국(1986)-------0.428---0.303---41.3%
아일랜드(1987)----0.461---0.328---40.5%
프랑스(1984)-----0.417---0.298---39.9%
네덜란드(1987)----0.348---0.256---35.9%
호주(1985)-------0.391---0.292---33.9%
캐나다(1987)-----0.374---0.283---32.2%
스위스(1982)-----0.407---0.309---31.7%
미국(1986)-------0.411---0.335---22.7%
룩셈부르(1985)----0.280---0.237---18.1%
이탈리아(1986)----0.361---0.306---18.0%
벨기에(1988)------0.273---0.232---17.7%

평균-------------0.380---0.272---41.6%
한국(2000)-------0.374---0.358----4.5%
(자료 출처) : 유경준(2003),소득분배 국제비교를 통한 복지정책방향,KDI 

현재 우리나라 소득세 분담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최저수준입니다. 그리고 조세의 역진성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최악의 수준입니다. 따라서 이 수준에서 대처와 레이건처럼 누진세 감세를 추진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인 주장이 될 수 없습니다.

조세부담률이 50%에 근접해서 일부 복지병 증세가 있는 나라라면은 감세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해 볼 가치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그럴 입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처 집권기의 영국과 현재의 한국을 단순비교한다는 것 자체도 넌센스입니다. 1979년 대처가 집권할 때 영국의 조세부담률은 우리나라보다 10%p 더 높았고, 소득세 부담률도 무려 3.6배나 더 높았기 때문입니다.(1979년 영국의 소득세부담률 11.5%p, 2003년 한국의 소득세부담률은 3.2%p), 즉 1979년 영국에서는 소득세 감세의 여지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률 하에서는 소득세 감세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조세부담률이 현재의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하여 레이건 집권기의 미국과 단순비교하는 것 자체도 넌센스입니다. 1980년 레이건이 집권할 때 미국의 조세부담률은 우리나라와 유사하지만 소득세 부담률은 우리나라보다 무려 3.3배나 더 높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1980년 미국의 소득세부담률 10.6%p, 2003년 한국의 소득세부담률은 3.2%p)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누진세인 소득세 중심의 국가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조세부담률은 유사하지만 조세체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선진적입니다.

[자료-8] 미국과 한국의 조세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지니계수 변화율)
(국가)--------(재분배전)(재분배후)(변화율)
미국(1986)-------0.411---0.335---22.7%
한국(2000)-------0.374---0.358----4.5%
(자료 출처) : 유경준(2003),소득분배 국제비교를 통한 복지정책방향,KDI

누진세보다 비례세,역진세 비중 높이면 갈수록 양극화 심화될 것    

외환위기 이후 사회복지비 지출확대 속에서도 소득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은 과도한 개방과 과도한 비정규직 양산 등등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조세행정 쪽으로 보자면 정부가 누진세인 소득세 증세보다 비례세인 사회보장세(4대 보험료 등)의 증세를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우리 사회의 부유층들과 보수언론의 천박한 윤리의식에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유럽이나 미국의 선진적인 조세체계를 따라가려면 삼성연의 편파적인 주장과 달리 누진세인 소득세 비중을 높여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아니하고 우리나라 정부가 누진세인 소득세 감세를 추진하면서 역진세인 소비세나 비례세인 사회보장세 확대로 세수감소를 보충하려 하면 향후 양극화는 더욱더 심해질 것입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8/02/04 [10:2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훌륭하지만 2008/02/06 [09:34] 수정 | 삭제
  • 분명 통계에 입각해서 이런 분석을 한다는 것은 훌륭하지만 그간 얼마나 이런 분석과 글이 없었으면 위에 분과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겁니까...
  • 깊은생각 2008/02/05 [10:08] 수정 | 삭제
  • '영국의 대처는 통념과 달리 '감세'하지 않고 '증세했다'

    '대처집권기 영국에서 증세가 이루어져'

    이런 제목을 붙이는게 낫지 않을까요. 이렇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햇으면 합니다. 대처 시기 영국의 조세부담율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대목은 한국에 만연한 '영국병'에 대한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을 불식하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영국병을 치료한다면서 세금은 팍 줄이고 노조는 깨고 교육은 민영화하고 이런 '화끈한' 지도자 비슷하게 잘못 알려져 있기에 이런 글은 정말 가치 있습니다. 통계에 기초한 이런 놀라운 작업! 이번 글은 정말 만루 홈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