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병영 내 성 소수자들을 위해 이른바 '커밍아웃'을 선언 한 후, 부대내에서 겪은 감금생활 등을 본보에 알렸던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소속 모 전경이 전의경 제도의 문제점과 제도 폐지의 당위성 등을 주장한 두번째 글을 <대자보>에 보내왔습니다. 이 전경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을 통해 "현재의 전의경 제도는 합법적인 노예제도"라며 최근 내정된 어청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이른바 '전의경 2만 명 존치' 방침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아울러 "전의경 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 전경에 따르면, 그는 자신 스스로를 동성애자라고 밝히며 '커밍아웃'을 선언한 뒤 부터 부대 내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이 전경은 자신의 주장이 담긴 글을 통해 '전의경 제도 폐지' 문제와 상명하복식 병영 문화의 공론화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자보>는 이 전경이 지난 21일 본보 편집국으로 보내온 글 전문을 지면에 올립니다. -편집자 주-
[주장] 전의경 제도, 반드시 폐지되야 한다. - 현재의 전의경 제도는 합법적인 노예제도, 그렇게 왕 대접 받고 싶나? 오는 2012년까지 전의경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던 참여정부의 계획에 대해 이택순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신임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어청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전의경을 2만여명선으로 존치시켜야 한다’며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 내정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 경찰관들은 ‘경찰 치안 보조자로서 그동안 방범 근무와 민생치안 근무 그리고 각종 불법 집회 시위 현장에서 법과 질서 유지 확립를 위해 묵묵히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 하고 있는 전의경 제도를 존치시킨데 대하여 환영한다’며 내부망과 인터넷을 통해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고 있지만, 정작 4만여명이 넘는 전의경들의 의견은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논의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니, 지휘요원(경찰관)들이 합법적으로 실시하는 보복행위가 두려워서 이 같은 논의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까? 현행 전투경찰순경관리규칙 제9장 74조를 보면 지방경찰청과 전경대대는 연 1회 이상, 경찰서와 전경중대의 경우 분기별 1회 이상 소원수리를 실시하여, 전의경의 불만요인을 해소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대가 소원수리를 실시하면서 점호시간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휘요원 및 고참대원의 감시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불만 및 고민, 또는 애로사항을 적어넣기란 사실상 어려워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설사 이러한 눈치를 보지 않고 소원수리를 솔직하게 적어넣을 경우라도 문제가 해결이 되기는 커녕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교육훈련 또는 공적제재 또는 휴가?외박?외출 정지 등 지휘요원(경찰관)들의 합법적인 보복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수백명이 생활하는데 불만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이 더욱 이상한 것임에도 상급부대에서는 조사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경찰관(지휘요원)들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겉으로는 구타 및 가혹행위가 없는 것처럼, 또는 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경력버스 안에서 대원들간 이야기를 할때에는“우리 중대는 구타가 있는 중대이다” 라며, “군대에서 구타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구타 및 가혹행위를 조장하는 지휘요원들까지 있다. 지휘요원에 마음에 드는 대원에게는 특별외박이나 외출을 자주 내보내는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대원은 외출,외박,휴가를 비롯하여 각종 행동에 제약을 둔다. 심지어는 점호시간에 동료 대원들에게 ‘누구처럼 군 생활 하지 말고, 친하게 지내도 말라’며 공개적으로 ‘왕따’를 조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왕따’를 당한 대원의 대원신상관리부에는 ‘부적응대원’이라는 이름으로 낙인 찍힌다. 심지어는 사적인 감정을 이용하여 강제로 기율교육대 입교 또는 영창에 보내기도 한다. 결국, 전의경 대원으로써 이러한 지휘요원(경찰관)의 부당한 대우와 무서운 횡포에 대하여 경찰조직 내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으며, 이번 논의과정에도 의견이 없어서 못내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냈을 때 보복이 두려워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위와 같은 사례는 극단적인 일부 자격미달의 경찰관에게만 해당이 될 수 도 있다. 그리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니 전체로 호도하지 말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자격미달의 경찰관이 전의경 부대의 지휘요원으로써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지휘요원으로부터 백여명이 넘는 전의경 대원들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고, 부당한 대우와 징계를 받아 억울한 일이 생겼다면, 그것을 일부의 일이라고 변명하는 것이 과연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경찰다운 것일지는 의문이다. 하여튼 필자는 이러한 경찰관들의 합법적인 보복이 있을 것을 각오하고 전의경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어청수 경찰청장 내정자의 ‘전의경 존치론’이 채택되는 일이 없어야 하며, 오는 2012년까지 예정대로 전의경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해본다. 앞서 말했듯이 전의경과 경찰관(지휘요원)의 관계는 일개 대원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경찰관으로써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현행 전의경 제도는 합법적인 노예제도와 같다. 전의경 대원들이 식판을 이용하여 밥을 먹을때, 경찰관들은 행정반에서 식당에 전화를 걸어 식사를 준비시켜놓으면 전의경 식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가지 반찬과 특별메뉴를 차려놓고 먹는다. 특별메뉴는 감자탕, 삼계탕, 삼겹살 등 지휘요원들이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된다. 또 전의경들이 열심히 집회 시위를 막거나, 추운날씨의 밖에서 대기하며 떨고 있을때 지휘요원들은 경력버스 안에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자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휘요원들은 ‘승진시험을 위해 공부하러 기동대 지원했다’거나, ‘잠시 쉬기 위해 기동대 왔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니니 이야 말로 ‘왕’과 ‘노예’가 아니던가? 전의경이 투입되는 것은 집회 시위 뿐만 아니라, 경찰서 청소, 기타 각종행사의 보조 및 사역이라는 명목의 노역에도 강제동원이 된다. 전의경들은 한 주에 평균 90시간의 노동을 하면서, 휴무도 보장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겨우 10만여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수백만원의 월급을 받고, 공무원으로써 각종 혜택을 받고, 정작 민생치안을 신경써야 할 경찰관들은 ‘전의경’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기 위해, 단지 놀고 먹고, 승진만을 위해 공부하기 위한 부조리한 현재의 전의경과 지휘요원의 관계 개선 및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전의경 제도 존치론’은 경찰관들이 ‘왕’ 대접을 계속 받기 위한 독선과 아집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의경들의 의견반영이 되지 않는 이상 전의경제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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