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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좋은 방송, SBS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민언련, '뉴스통신진흥회 추천 이사 투명해야'
 
김철관   기사입력  2003/08/09 [13:16]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방송모니터위원회는 8일 오후 SBS일일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를 6월의 좋은 방송으로 선정했다. 나쁜 방송에는 MBC 드라마 <남자의 향기>를 선정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회는 좋은 방송으로 선정된 SBS <똑바로 살아라>는 따뜻한 인간애와 날카로운 풍자·해학을 시트콤의 장르적 특성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며 선정배경을 밝혔고. 특히 지난 6월 5일 방송된 143회 방영분은 가정 내 청소년의 일탈행위를 소재로 인권 문제를 되짚어 볼 기회를 제공해 높은 점수를 받게됐다고 민언련 방송모니터회는 밝혔다.

나쁜 방송으로 선정된 MBC 드라마 <남자의 향기>는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아내에게 골프채를 휘둘러대는 남자의 행동을 '사랑'으로 합리화했고, 공중파 방송드라마에서 아직까지 이 같은 비윤리적이고 뒤틀린 애정관계를 대단한 '사랑'인양 미화하는 것이 문제가 돼 나쁜 방송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민언련은 8일 오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선임에 대한 성명을 내고 "뉴스통신진흥회가 연합뉴스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닌 기구로 자리 매김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뉴스통신에 대한 이해와 도덕성, 개혁성을 갖춘 인물들을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는 기관들이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선임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인식해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라 전문적 식견과 판단력 갖춘 인사를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아울러 이사 선임 과정에서 현업 및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언련 6월'좋은 방송'과 '나쁜방송' 선정>

<이 달의 좋은 방송>
 ◇SBS 일일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143회
   - 방송날짜 : 2003년 6월 5일 저녁 8시 50분∼9시 20분
   - 연출 : 김병욱, 김영기, 조유진
   - 극본 : 송재정, 양희승, 서은정, 김경주

'웃음'의 영역 확대한 <똑바로 살아라>

 시추에이션 코미디, 일명 '시트콤'의 매력은 과장된 성격의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좌충우돌의 에피소드를 통해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시키는데 있다. 시트콤은 저렴한 제작비와 손쉬운 촬영으로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내면서 양적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으로 '좋은 시트콤'이라 평가 할 만한 프로그램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SBS의 <똑바로 살아라>는 따뜻한 인간애와 날카로운 풍자·해학을 시트콤의 장르적 특성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특히 6월 5일 방송된 143회 방영 분은 가정 내 청소년의 일탈행위를 소재로 인권 문제를 되짚어 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SBS 일일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143회를 6월, '이 달의 좋은 방송'으로 선정했다.

 <똑바로 살아라> 143회에서 형욱이 가족들로부터 고통받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범법자들이 당하는 인권침해 행태와 흡사하다. 평소 가족들에게 골칫덩이로 낙인찍혀 있던 고등학생 '형욱'은 우연히 담배를 피우다 가족들에게 발각된다. 그 후 형욱은 가족들로부터 수시로 몸수색을 당하며,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에도 문을 닫지 못하게 하는 등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 받는다. 이런 와중에 형욱은 평소 좋아하던 려원에게 볼일 보는 모습을 보여 망신을 당하고, 사람이 많은 회식자리에서 아버지로부터 몸수색을 강요받는 상황까지 처한다.
 형욱이 저지를 잘못을 '예방'하겠다는 이유만으로 가족 내에서 형욱의 '인권침해'는 당연시된다. 이는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송 감호소'에 또다시 감금되어야 하는 우리 사회의 범법자들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똑바로 살아라>의 '인권'에 대한 주제의식은 마지막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모의 법정'에서 극대화된다. 검사역을 맡은 형욱의 큰누나 정윤은 "(감시를)해서라도 의지가 약한 형욱이가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다면 가족의 구성원으로써 당연히 해야할 의무이다"라며 형욱에 대한 감시를 정당화했다. 반대로 변호사역을 맡은 작은 누나 민정은 "부모님의 바램과 동떨어졌다고 가족으로부터 인격도 무시당한 체 마음대로 취급받아도 되는 것이냐?"며 "세상의 모든 가치 중에 한 인간의 고유한 인격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어 "형욱에게 어떤 바램을 갖던 그건 인격존중 그 다음의 가치"라며 그것이 "형욱에게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이가 되길 가르치는 것보다 한 인간에게 더 가치 있는 가르침"이라고 역설했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소재로 해야만 '좋은 시트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대부분의 시트콤들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헤프닝'성 소재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것이 사실이다. <똑바로 살아라>는 이런 관행을 깨고 '인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에 접목시켜 설득력 있게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이미 <똑바로 살아라>의 제작진은 과거 <순풍산부인과>를 통해 인간군상들의 '부조리한 일상'을 날카롭게 풍자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이들이 개인의 삶을 넘어서 사회문제로까지 풍자의 영역을 넓혔다는 점은 크게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SBS 일일시트콤 <똑바로 살아라>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본연의 역할뿐 아니라 방송이 가져야 할 공적역할까지 충실히 보여 준 좋은 프로그램이다. <똑바로 살아라>의 건전한 웃음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정리 김영석 회원)


<이 달의 나쁜 방송>
 ◇MBC 드라마 <남자의 향기> 
   - 방송날짜 : 2003년 6월 18일 저녁 9시 55분
   - 연출 : 이대영
   - 극본 : 고동률, 도현정

'마초'적 남성상 미화한 <남자의 향기>

 MBC 드라마 <남자의 향기>는 지난 6월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아내에게 골프채를 휘둘러대는 남자의 행동을 '사랑'으로 합리화했다.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에서 아직까지도 이 같은 비윤리적이고 뒤틀린 애정관계를 대단한 '사랑'인양 미화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MBC <남자의 향기>를 2003년 6월, '이 달의 나쁜 방송'으로 선정했다.

 <남자의 향기> 6월 18일 방영분에서 철민(김정현 분)은 은혜(한은정 분)를 성폭행 한 뒤 "널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라며 "별 거 아니잖아, 단지 결혼만 하면 되는데"라고 자신의 성범죄를 합리화한다. 성폭력 범죄의 가해자가 이렇게 뻔뻔한 반면 피해자인 은혜는 너무나 온순하다. 성폭력에 분노하기는커녕 임신이 되자 자신을 성폭행 한 철민과 결혼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성관계에 미숙한 청소년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을 할 지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남자의 향기>가 이처럼 비정상적인 관계를 '사랑'으로 합리화하는 것은 드라마 자체의 한계에 기인한다. <남자의 향기>는 제목처럼 남성 중심의 일방적인 행동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점철됐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폭력'을 숭상하는 '마초'적인 인간들이다. 이들의 일방적인 '사랑'이 헌신적인 것으로 미화되고, 이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남성의 '힘'으로 찬양된다. 혁수의 부하 흑곰(이형철 분)과 은혜에 대한 철민의 집착마저도 드라마에서는 '의리'와 '사랑'으로 합리화된다.  
 남성들의 삶 역시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주인공 혁수 역의 탤런트 안재모 씨는 타방송사의 인기드라마에서 쌓은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남자의 향기>에서도 그대로 답습해 '깡패의 폭력'을 미화한다. 또 혁수의 부하 흑곰은 '조폭 세계의 의리'를 대변하는 인물로서 '보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부하'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포장한다. 권력자 아버지를 둔 검사 철민은 가부장제 하의 권위적인 남성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철민은 7월 2일 방영분에서 아내의 과거를 의심해 임신한 상태의 은혜에게 골프채까지를 휘두르는 등 걸핏하면 남편의 권위를 내세우며 은혜에게 크고 작은 폭력을 가한다. 
 반면 여성인 은혜는 혁수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인물로 묘사된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을 하고 결정하기는커녕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자 가해자와 결혼하는 전근대적 가치관을 보여준다.

 <남자의 향기> 제작진은 "목숨까지 바쳐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완성한 두 사람의 사랑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겠다"고 제작의도를 밝혔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강조된 것은 가부장주의에 빠진 왜곡된 '애정관'과 전근대적 여성상이었다.
 <남자의 향기>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절대적 남성', '무기력한 여성', '폭력미화'는 원작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작진은 '원작에 충실했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공중파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한 최소한의 손질이 없었다는 것은 원작의 대중적 인기에 안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시청자들은 피비린내 나는 폭력과 '마초의 냄새'가 아닌 '사람의 향기'가 나는 드라마를 원한다. 

<민언련 성명>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선임에 바란다

국가기간통신인 연합뉴스의 최대주주가 될 공익법인인 뉴스통신진흥회 1기 이사선임이 진행 중이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는 대통령 2명, 국회 3명,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가 각 1명씩을 추천해 총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우리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연합뉴스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닌 기구로 자리 매김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고 있으며, 뉴스통신에 대한 이해와 도덕성, 개혁성을 갖춘 인물들을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연합뉴스는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인해 정치적 독립성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다. 이제 연합뉴스가 명실상부한 국가기간통신사로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구성부터 정치권의 '나눠먹기'나 친분이 있는 인사들에게 한 자리씩 나눠주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국회 추천 몫 3명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여야의 '나눠먹기'식 추천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방송위원회 위원 구성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또 다시 여야가 정략적 목적에 따라 위원 추천 몫을 '거래'한다면 뉴스통신진흥회의 이사 선임은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 우리는 앞으로 여야의 행태를 예의 주시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는 다른 기관들이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선임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인식해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라 불편부당하며 전문적 식견과 판단력 갖춘 인사를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한다. 아울러 이사 선임 과정에서 현업 및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주기 바란다. 

2003년 8월 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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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09 [13:1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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