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으로 표를 긁어 모으려 하면 핵심지지층부터 이탈한다 정치인들은 악마에게서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15,6세기를 살았던 마키아벨리가 군주의 2대 덕목으로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지혜”를 거론했다는 것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나라당을 악마집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진보진영에서도 한나라당 인사들이 가지는 기술적인 장점들은 배우는 것이 좋다. 홍준표 의원을 보라. 그의 “반값 아파트 주장”은 ‘건설사들에게 평당 500만원의 과도한 건축비를 보장한 상태에서’ 국고보조로 토지개발비를 내려 보려는 주택공사의 음흉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만적이지만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서 지지율을 높여 보려는 그의 열성은 높이 사 주어야 한다. 진보진영이 이회창에게서 배울 점은 없을까. 이회창에게서는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철저하게 정치적인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장수다운 기질을 배워야 한다. 정동영 후보는 이인제 후보와 함께 1세대 1주택 고가주택 양도세를 면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고가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고령층의 종부세를 면제하려는 시도도 동시에 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런 시도를 하는가.표가 아쉬우니 우리나라 상위 2~5%를 지지층으로 끌어 들여 부족한 지지율을 채워 보자는 것인가.정동영-이인제 후보는 “국민”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게나 고동이나 지지층으로 전부 다 끌어 들이려는 과욕을 버려야 한다.왜냐하면 그것은 소탐대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200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1인 이상 가구 1589만 가구 중 44.4%인 706만 가구가 무주택 세입자 가구이며 2인 이상 가구 1272만 가구 중 38.3%인 487만 가구가 무주택 세입자 가구이다. 그런데 진보진영이라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38~44%를 차지하는 무주택 서민들을 겨냥하지 않고 상위 2~4%의 고소득층의 표 몇 개를 겨냥하다니. 이렇게 아군 적군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표를 긁어 모으려 하면 핵심지지층부터 이탈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부패? 근원적인 문제해결 모색 부족하고 구호만 난무 그 다음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는 삼성비자금 실체 폭로 국면에 부응하여 “반부패 문제”부각에 열성인데 구호만 난무하고 구체적이고 근원적인 문제해결 모색에는 매우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세 후보가 내세우는 반부패공약 중에서 가장 구체적인 것이 문국현후보의 건설비리 척결 공약으로 “공공기관 발주공사에서 품셈제도를 개혁하고 최저가 낙찰제를 대폭 확대”하여 건설비리를 차단한다는 것인데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다. 우선 삼성비자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특검을 추진하여 이건희 회장 등을 구속하는 선에서 문제가 해결되는가. 현실적으로 이들이 이건희 회장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두어 낼지도 의문이지만 그 정도로는 반부패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재벌 회장 구속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우리나라 반부패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품셈제도 개혁”이나 “삼성 특검 추진”정도로는 턱도 없다.그리고 이 정도 구호로는 대선에서 국민들을 감동시키지도 못한다. 우리나라의 부패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더 근본적인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사뮤엘 헌팅턴이 말한 “정치발전은 곧 제도화”라는 발언은 정치학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한국의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 가지의 대안을 제시한다. 1.싱가포르 부패방지법 조항 선별적 도입. 우리나라가 싱가포르 반부패제도의 100%를 전부다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중 우리나라 실정에 부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선별하여 도입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부패추방운동은 1959년 인민행동당(PAP)의 이광요가 수상으로 집권하면서 시작되었다.1937년 제정되어 명맥만 유지해 오던 부패방지법을 1960년 이후 개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홍근영,동국대 박사학위논문 등 참조) (1)뇌물 수수 관행 원천적 차단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를 드러냈거나,이에 준하는 처신을 했을때에도 범죄가 성립한다. -뇌물을 받은 자는 형벌 이외에도 받은 뇌물의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반환능력이 없을 경우 그 액수만큼 징역형이 초과 부과된다. (2)처벌대상
-공무원 뿐만 아니라 사기업체 임직원 등 타인을 위하여 일하는 모든 종업원이 처벌대상이 된다.(5년 이하의 징역,1만불 이하의 벌금 병과 가능) -특히 국회의원, 국가 또는 공공단체 계약에 관계된 경우,공공단체 임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경우에는 가중처벌된다.(7년 이하의 징역,1만불 이하의 벌금 병과 가능) (3)입증되지 않은 재산의 뇌물추정
부패방지법에 규정된 범죄의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과 수입원이 불일치된 이유가 해명되지 못하거나 피고인이소유한 재산의 자연증가가 해명되지 못하면 그 사실을 수뢰했다고 주장하는 증인의 증언에 대한 보강 증거로 사용하여 수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4)반부패기구의 강력한 권한 ‘부정행위조사국’은 공직부정행위 뿐만 아니라,민간부문 부정행위까지 조사할 수 있으며 부패 방지법이 규정한 범죄와 관련된 정보가 접수되거나 상당한 혐의가 있을 경우에는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은행계좌,주식지분,동산구입,지출상태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관련기록,물품제출을 요구할 권한 있다.또한 국민들도 조사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보를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5)내부고발자 철저하게 보호 내부고발자는 자신이 고발한 사건의 민,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세울 수 없도록 규정하고 개인 신상은 절대적으로 공개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발인이 고의로 허위 신고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대신 총리 직속의 ‘부패 행위 조사국’은 부정부패 조사에 필요한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는다. 2.공기업 의사결정구조를 독일식으로 재편하여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 기업의 지배구조 모델(의사결정구조 모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하에서의 이사회 중심의 일원적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하에서의 이원적 모델(이사회,감사회의 상호 균형,견제 모델)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하에서 미국의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에서 “1주 1권”에 의하여 선출된 이사회에 의해서 장악되고 운영된다. 그러나 독일의 주식회사는 미국식과는 다르다. 독일의 주식회사는 미국식과 달리 이사회와 별도로 감사회가 있는데 감사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감사회는 이사들을 임명하고 해임하는 막강한 권한과 함께 이사회의 중요 의사결정에 동의권을 무기로 관여한다. 감사회는 행정부인 이사회를 견제하는 외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다만 미국식과 달리 독일의 대기업의 감사회 구성원인 감사의 절반은 종업원들이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주주들이 뽑도록 되어 있다. 물론 1990년대에 독일의 저성장과 미국의 고성장의 현격한 대비 때문에 독일에도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적 요소 중 일부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독일은 이런 이해관계자형 기업지배구조의 근간을 그대로 유지해 왔고 2000년대 경기회복 속에서 독일인들은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더 많은 장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요컨대 미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철저히 주주자본주의형 모델이라면 독일의 이해관계자형 기업지배구조는 공공성이 강한 유럽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의 경우 공공성이 크게 퇴색하고 있는 바,독일식의 기업지배구조를 원용하여 공기업 부정과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신 공기업의 의사결정구조 내에서 주무부처와 노조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고 공기업의 재화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참여를 대폭 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대형 공기업의 의사결정구조에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대폭 늘이고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위원회”의 설치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독일의 주식회사 의사결정구조에도 감사회의 보좌기구로 전문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공기업들이 부설연구소를 대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위원회 설치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3.국세청 비리 원천 차단을 위한 ‘피라미드형 감독체제 구축방안’ 차기정부가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공공행정 교과서에 나오는 가외성(redundancy)개념을 부분적으로 원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외성이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둘 이상의 기관이나 절차가 존재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체제의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장치"를 말한다. 그러나 국세청을 두 개 만들어 경쟁시킨다는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으므로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 업무 중 1% 정도를 대통령 직속의 “부정행위조사국”이 다시 조사하게 하여 비리가 적발될 시에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즉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금품을 수수한 유권자에게 수수액의 50배 벌금을 부과하여 큰 효과를 보았던 것처럼 국세청 비리척결장치도 국세청 업무의 1%를 외부에서 재점검하되 비리가 드러나면 비리 공무원이 평생 세무행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하고 별도로 강도높게 중징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만 대통령 직속의 ‘부정행위조사국’은 현재의 국가청렴위원회 정도로는 매우 미흡하므로 조직과 인원과 예산을 재편성하여 싱가포르식의 막강한 권한의 기관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따라서 국세청과 같은 권력기관에는 어느 기관보다 강도 높은 권력통제장치,부정부패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신설하는 강력한 권한의 “부정행위조사국”도 비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통령 직속으로 하되 이들 비리의 책임을 전적으로 대통령의 책임과 연계시켜 국민에 의한 절대권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민주노동당은 “삼성공화국 해체”를 구호로 내걸었다.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부정부패,부정비리 척결에 어느 누구보다도 열성이다.기업투명성, 국가투명성이야말로 기업경쟁력, 국가경쟁력의 요체라는 것을 그가 수많은 국제경험에서 피부로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위의 대안들은 이 분들의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구상을 구체화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 제시되었다.이런 시도들이 깨끗한 대한민국, 투명한 대한민국, 진실로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몇 개의 밀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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