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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재발견, 현대인에게 도시는 무엇인가?
[책동네] 현대자본주의 도시사회 분석한 김인·박수진의 <도시해석>
 
황진태   기사입력  2007/09/18 [22:12]
▲평생을 도시연구로 일관한 김인 교수의 후배 및 동료들이 모여 그가 미처 다루지 못한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도시해석]     © 푸른길, 2007
 엥겔스의 <영국노동자계급의 상태>에 기술된 18세기말 자본주의가 요동치기 시작할 무렵의 영국 맨체스터라는 도시는 처참한 노동자들로 가득한 도가니였음을 관찰하는 한편 도시야말로 혁명의 디딤돌이라는 변증법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200여년이 가깝게 흐른 오늘날에도 엥겔스의 도시변증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양상에 대한 조망을 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오늘날의 현대도시의 특성이기도 하다. 맑스· 엥겔스로부터 견지된 정치경제학적 시각뿐만 아니라 문화, 정보, 생태 등의 다양한 도시의제를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도시연구에 있어서 이러한 다양한 시각을 조망할 수 있는 인식론적 틀은 맑스· 엥겔스와 같은 비판학문의 뿌리뿐만 아니라 맑스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베버, 짐멜, 파크, 손더스 등등의 수도 없이 많은 외국학자들에게서 틀을 빌려왔다는 점에서 한계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의 분석틀은 현대자본주의 도시사회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유용하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독특한 정치사회문화를 토대로 한 분석이 희박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 도시지리학의 원로격인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김인은 80년대 이미 국내 도시지리연구에 있어서 서구의 연구범주는 모두 섭렵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국도시공간에 필요한 연구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에 소개하는 김인· 박수진 편의 <도시해석>(2006, 푸른길)은 이러한 고민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한국도시연구에 있어서 경제, 문화, 사회, 자연, 공간정보시스템까지를 망라하고, 응집시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저작이다. 
 
39명의 학자가 도시의 금융, 토지개발, 서비스업, 세계화, 마케팅 등 5개 범주, 36개의 글들로 묶인 만큼 여기서 세론으로 들어가서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다만 여기서 한 가지를 주목하자면 도시의 자연환경을 들 수 있겠다.
 
그간 필자가 지리학 서적의 서평을 하면서 자연지리와 인문지리 간 상호교류의 미진함에 대해서 지적한바 있지만 <도시해석>에서 ‘도시의 자연환경’을 주제로 도시의 환경문제, 기후, 대기오염, 지형, 토양, 수문, 생태계 분석은 본격적인 연구는 아니지만 박수진의 ‘도시와 토양’, 김성환의 ‘도시와 지형’과 같은 글은 인문지리범주로만 선별되던 도시지리에 자연지리적(특히 지형학) 시각을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경제지리학자 박삼옥은 지난 2006년 대한지리학회 연례학술대회 강연에서 “흔히 지리학의 장점은 인문과 자연의 통합적 사고에 있다.”지만 “실제적으로 인문지리학과 자연지리학에서 공동으로 통합적 관점으로 적용하기 위한 공동연구나 토론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면서 이 두 영역의 통합적 연구와 더불어 지식정보사회에 필요한 지리학연구방법론을 만들어야 함을 제언한 바 있다.    
 
필자는 <도시해석>의 출간의의로 인문지리와 자연지리 영역간 통합적 사고의 조그만 시도가 중요한 단초였음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이러한 사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국가-도시-지역에 대한 시각을 풍부하게 다지고, 비판적, 대안적 사고를 촉진시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앞으로 전국토, 전세계의 도시화가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일찍이 엥겔스가 보았던 노동자들의 처참한 상태를 담는 공간으로의 전락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공간으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도시해석>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시각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 이러한 이유로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일독을 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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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18 [22: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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