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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우편향인가?
보수적 노선에서 개혁적·진보적 노선으로 전환해야
 
이용길   기사입력  2003/08/03 [23:12]

▲노무현 대통령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된다. 

대선 과정과 집권 초기에 노무현 정부는 자주적 대외 정책 노선과 분배·복지 중심의 개혁적·진보적 경제 정책 노선을 기본 기조로 설정하였다.  그런데 최근 노무현 정부의 대외 정책과 경제 정책의 기조는 현실의 대세에 순응하려는 실용적·안정적·보수적 기조로 전환되는 듯하다.  

노무현 정부의 대외 정책의 기조는 노 대통령의 방미 이후 집권 초기 천명했던 자주적 노선에서 친미 종속적 노선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사실 노 대통령은 대선과 집권 초기 DJ 정부의 햇볕 정책을 계승하여 남북 문제를 우리 민족이 주체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줄곧 피력해왔다.

물론 노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남북 관계에 있어서 북한 정권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는 분명 시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햇볕 정책 중 과도한 퍼주기 식의 방식은 일정한 수정이 불가피한 측면도 존재한다.

또한 노 대통령의 현실주의 외교 정책 노선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국가 역량에 걸맞지 않게 외교적 이상주의에 기초하여 미국의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정면으로 맞서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는 극단적 자주 노선도 현 단계 우리의 국익에 부합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민족의 (현실주의적) 자주적·주체적 노선에 근거하기 보다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편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의 기조도 개혁적·진보적 노선에서 안정적·실용적·보수적 노선으로 전환되는 듯하다. 

사실 현 단계 경제적 상황은 최악의 경기 침체 국면이기 때문에 경기를 진작시키는 것이 가장 긴급한 정책적 과제일 것이다. 따라서 고용 상태의 불안정, 채무의 급증 등으로 민간 부문에서 소비를 촉진시킬 여지가 극도로 협소한 상황에서 수출과 기업 투자의 활성화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간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한 것은 민간과 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을 완화시켜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킨다는 차원에서 불가피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최근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경정 예산을 편성하고 둔화된 민간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여러 감세안(특별소비세·근로소득세)을 마련한 것은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적절했다고 판단된다.

사실 집권 초기 노무현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해서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였다.  향후 경제 정책의 기조를 개혁·분배냐 안정·성장이냐는 이분법적인 논의에 매달리면서 경기 부양책의 적절한 집행 시기를 효과적으로 포착해내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를 탈피하기 위해 여러 경기 진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의 기조는 급격히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

즉 대선 과정과 집권 초기에 강조했던 친노동적·친사회적 분배·정의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친기업적·친시장적 성장·효율 중심의 정책 기조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경제 정책 기조의 양 측면인 분배·정의와 성장·효율 중 어는 한 측면에 편향된 정책기조는 사회·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 즉 경제 정책 기조의 양 측면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배합할 수 있는 정책의 유연성·균형성·합리성이 요망된다. 

더욱이 그간 한국의 역대 정부는 과도한 성장·효율 위주의 경제 정책에 주력해 왔기에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양 측면의 균형을 위해서 분배·정의적 측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최근 노무현 정부는 그러한 경제 정책의 유연성·균형성·합리성보다는 역대 정부가 선호해 왔던 정책의 효율성·실용성·안정성에 집착하는 듯하다. 물론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전술(국면)적으로 성장과 효율 중심의 정책 기조를 가동시키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효율 중심의 정책 기조 국면에서도 근로 계층이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에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들에 대해서 역대 정부의 권위적·강압적 방식이 아닌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향후 노무현 정부는 정책 기조의 유연성·균형성·합리성을 발휘, 실용적·안정적·보수적 정책 기조에서 탈피하여 집권 초기의 개혁적·진보적 정책 기조를 복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간 국제 사회에서 제고된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남북 관계를 비롯한 대외 정책 기조를 친미 사대주의에서 보다 자주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고도의 경제 성장을 기초로 사회적 정의와 분배의 기조를 본격적으로 정착시키는 역사적 과제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 이용길 기자는 고려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농협대, 숭의여대, 전북대에서 강사로 재직 중입니다. 현재 여러 인터넷 언론에서 시사 평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어느 진보주의자의 세상 비틀기>(동성출판사, 2002) 등이 있습니다.

연세대(학사,석사),고려대(박사수료)에서 공부하고 한국투자증권(구 한신증권) 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습니다. 숭의여대,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와 제주MBC '이용길의 시사터치','이용길의 시사칼럼'을 담당했고 오마이뉴스 등 여러 언론 방송에서 시사 평론 활동을 했습니다. 현재 제민일보 논설위원, 제주상의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며 다수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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