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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후보들의 ‘입심’만큼 정치가 재밌어야
[미디어 시평] 신선한 바람 가져온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UCC토론회'
 
임순혜   기사입력  2007/09/06 [11:19]
선거는 일종의 축제다
 
더군다나 5년간 이 나라를 이끌고 책임질 일꾼인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는 국민적 축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에서 보여준 후보 경선 토론회는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고 후보를 선택하는 기회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장이 아니라,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낯 뜨거운 장을 연출하여 선거에 대한 냉소와 혐오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8월30일(목), 밤12시 100분 동안 MBC에서 진행된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UCC 토론회’는 한줄기 신선한 바람을 가져왔다.신경민 보도국 선임기자의 사회로 100분간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세 후보 모두 서서 진행된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UCC 토론회’는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토론회로 유권자가 함께 즐기고,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와 판도라 TV를 통해 전국의 네티즌들이 보내온 UCC 질문 동영상은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에게 청소년의 정치 참여, 청년 실업, 영화 디워 논란, 육아 복지 정책, 비정규직 정책, 지구 온난화 등 다양한 주제의 톡톡 튀는 질문을 던지고, 각 후보들은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대해 30초 내외의 짧은 답변을 하는 순발력을 보여주었다.
 
랩으로 질문하는 동영상에 노회찬 후보는 랩으로 답변을 하는 등,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UCC 토론회’는 시종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해 나갔다.
 
이랜드 해고 여성노동자의 아들이 엄마의 사연을 전하면서 "비정규직도 없어지게 할 수 있냐"고 질문하자, 세 후보 모두 '이랜드 불매 운동'에 동참을 호소하기도 하고, 권영길 후보는 "이번 추석에는 재래시장을 이용하자"고 즉석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UCC 토론회가 의미 있는 것은 계층을 불문한 유권자들의 서민들의 생활에 기반을 둔 소박한 질문에 세 후보는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답변을 해나갔다는 점이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 같은 서민의 삶과 유리된 거창한 계획과 그 계획을 재검토하라는 둥, 상대방 공약 헐뜯기에 열 올리던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UCC 토론회’에서는 서민들의 삶과 밀착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으며, 세 후보는 서로 자신이 '이명박의 맞수'라고 강조하면서 치열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는 "권 후보는 솔직히 경제에 약하지 않냐"면서 "경제에 강한 심상정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냐"고 따져 물었고, 권영길 후보의 '감독론'에 대해 노회찬 후보는 "월드컵 본선에 나가야 할 사람은 차두리, 현역선수이지 감독인 차범근이 나가선 안 된다"면서 "차범근 감독이 선수로 뛰면 4강에 못 든다. 16강에도 못 든다"고 반박하는 등, 재치 있는 설전을 관람하는 재미도 주었다.
 
3일부터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 경선이 시작되었다. 첫날부터 후보들은 상대방을 헐뜯고 흠집을 냄으로써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려 하고 있다. 아무쪼록 유권자가 선거라는 축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대통령 후보들은 마음을 써야 하지 않을까? 
 
* 본문은 <PD저널> 9월 5일자 기고문입니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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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06 [11: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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