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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경선제' 부결, 민노당-민주노총 갈등?
[현장] 민노당 중앙위 찬성 106명 과반 넘지 못해...전농 등 불만 고조
 
이석주   기사입력  2007/06/18 [20:19]
'100만 민중들이 직접 대선후보를 선출하자'는 이른바 '민중참여경선제'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이로써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은 지난 3월 당 대회 결정인 '당원직선제'로 치러지게 됐다.
 
특히 이날 결정으로 당 지도부가 "더 이상의 경선 방식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의 반발이 우려되고 있어, 민중참여경선제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당분간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 '민중참여경선제'는?
 
민중참여경선제란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노동자, 농민 등 대중단체의 전체 회원들이 당원과 함께 투표권을 행사하여 대선후보를 선출하자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등 주요 진보단체들이 포함돼있다.
 
지난1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운동 때, 당시 이석행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거대한 소수전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원만이 아닌 외부 진보진영 세력들에게 문을 열어둬야 한다"며 민중참여경선제의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정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지분 행사에 나섰다"며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또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당내 유력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재적 중앙위원 298명 중 찬성은 106명… 과반수 넘지 못해 '부결'
 
민주노동당은 16일 오후 대전 가톨릭회관에서 '2007년 제3차 중앙위원회'를 개최했다. 수 개월 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민중참여경선제'의 도입 여부를 결정코자 '대선후보 선출 방안을 위한 임시당대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던 것.
 
당초 이날의 핵심 안건이었던 본 안은 총 12개의 의결안 중 여덟번 째로 순서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이날 의장을 맡았던 문성현 당 대표의 재량을 통해 2호 안건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이번 안건을 발의한 장원섭 중앙위원은 "당이 부진을 거듭한 채 약진 하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은 민중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며 "모든 구성원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당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민주노동당은 16일 오후 열린 중앙위원회를 통해 '민중참여경선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등과의 갈등 봉합이 향후 과제로 남게됐다.  ©이슈아이 이석주
문성현 당 대표도 개회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는 12월 대선에서 수구 보수세력을 이기기 위해 진보의 의지를 한 곳에 모아야 하는 자리"라며 "민중참여경선제 도입 여부를 떠나 대선 승리를 위해 결의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개회 선포 후 두 시간이 넘는 찬반 토론을 거쳐 도출된 최종 결론은 결국 '부결'이었다. 투표를 시작한 오후 6시 08분을 기점으로 표결에 영향을 미치는 유효 중앙위원 수는 총 298명. 이 중 찬성입장을 밝힌 중앙위원은 106명으로 기록돼 과반수(149명)를 넘지 못하고 최종 부결 처리됐다.
 
부결 확정 후 기자가 만난 육광기 중앙위원(전북 장수)은 "대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할 상황에서 민중참여경선제는 불필요한 문제 제기였다"며 "중앙위원들이 이 부분을 판단한 것 같고, 당을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중앙위원회 및 당 지도부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찬성입장을 견줘온 김민수 중앙위원은 "'기득권 세력에 맞서 민중들의 힘을 집결시켜야 한다'는 취지가 꺾였다"며 "부결 결정에는 승복하겠지만, 이번 결정을 계기로 당 지도부는 민노총 및 전농의 반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투표에 앞서 2시간 넘는 토론… 조직 내 갈등 여실히 보여줘
 
한편 이날 투표에 앞서 진행된 찬반 측 토론에서는 민중참여경선제에 대한 중앙위원들의 찬반 의견이 극명히 엇갈렸다. 최근 민주노동당 및 민주노총 내부의 미묘한 갈등을 뚜렷이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찬성 측 논리는 "흐트러진 민중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만 대선에서 승리 할 수 있다"라는 것. 반면 반대 의견을 피력한 중앙위원들은 "한번 내려진 당의 결정을 왜 바꾸려 하느냐"는 주장이었다. 즉 확정된 사안을 변경하면 당내부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입장.
 
현장에서 기자가 만난 김창희 중앙위원(경기 남양주)은 "단결된 민중의 힘보다 강한 것은 없다. 민중참여경선은 역대 선거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변이 될 것"이라며 "당과 중앙위원들이 이 점을 믿고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유상재 중앙위원은 반대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찬성측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이 결정하면 그대로 따라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논란이 지속된다면 당은 갈등과 대립의 구도로 비춰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노당, 우리에게 해준게 뭐냐"… 불씨 여전히 남아
 
비록 이날 민주노동당이 지난 몇 달 간 논란을 야기 시켜온 민중참여경선제 도입 여부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졌던 대중조직과의 미묘한 대립을 어떻게 치유하느냐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전농이 지난 12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사실상의 만장일치로 민중참여경선제의 도입을 공식화 한 상황이어서, 당 일각에서는 "민노총과 전농 등의 단체가 당 지도부를 향해 불만을 토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중앙위원회가 시작되기 전 현장 주변에서는 "도대체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내용의 문서가 나돌기도 했다. 또한 '민중참여경선제로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호소문이 배포되기도 했다. 
 
▲ 이날 중앙위원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중앙위원들 뿐 아니라, 문성현 당 대표, 이해삼 최고위원, 단병호 의원 등 민노당 의원단과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 이슈아이 이석주
이밖에도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일부 중앙위원들이 당헌 규정 및 회의 진행 순서, 당초 중앙위원회가 연기됐던 이유 등을 놓고 문성현 당대표에게 적잖은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 강북 지역의 최동섭 중앙위원은 "오늘 중앙위원회는 원래 지난달 26일에 열렸어야 했지만, 당 지도부가 3주나 연기했다"며 "도대체 한 달 가까이 연기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문성현 대표를 향해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인 문 대표는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핵심이유는 민주노총과 협의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대선방침을 지역과 공유하는데 의견을 조율했으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민노당 내 유력 대선후보 중 한 명인 권영길 의원은 지난달 31일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해 당 지지단체들과 협의과정을 거치겠다"는 취지로 이른바 '5자회담'을 제안한 상황. 권 의원은 민중참여경선제에 찬성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또한 "권 의원의 제안을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뜻을 같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라, 향후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둘러싸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대전 = 이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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