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김근태 전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신당을 만드냐는 질문에 "진보신당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대통합신당에 참여할 세력 중 진보개혁 블록과 실용 블럭으로 나누어 프로그램과 비전을 제시하고 경쟁하되, 대통합신당의 대의를 성취하는 한계 내에서 경쟁해야한다. 국민과 정치참여하는 사람들의 다수 지지를 받은 사람들이 대선, 총선을 책임져야 한다. 진보개혁 블록이 주도권을 행사해야 대선과 총선에서도 유리하다는 확신이 있다."고 답하면서 정동영 손학규 등과 협력할 뜻도 비추었다. 김근태의 독자 세력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발언이 분명하다. 그만큼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그것도 진보적 색채로만의 창당은 자칫 점진적 진보정치세력이 대중들로부터 고립무원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세력왜소화의 덫에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신중하고 책임감이 강한 김근태의 성향상 이런 모험을 과감하게 단행하리라고 전적으로 예상치는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바람대로 안 움직인다고 실망하기엔 이른 것이 진보 블록과 실용 블럭이 대의를 성취하는 한계 내에서 경쟁을 하면서 국민들의 다수 지지를 획득하는 세력이 대선과 총선에서 주도권을 행사해야 하고, 진보 블럭이 주도권을 행사해야 향 후 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란 확신성 발언에 대한 기대이다. 그러니까 김근태의 구상은 친노파를 제외한 구여권를 포함한 범여권 혹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제정파가 미세한 정책적 차이를 무시하고 일단 규합하여 그 안에서 선거법에 저촉되는 8월말까지 오픈프라이머리의 얼개를 짜서 지금 독주하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대항마를 속히 세우자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5.18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만약 김근태의 구상대로 이른바 개혁세력들이 반한나라당의 기치아래 단합하여 순조롭게 이명박, 박근혜에 대항하는 주자를 세울 수 이것은 또한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존중해주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정책에 의한 정당의 확립이라는 원칙에는 여전히 큰 문제가 있다. 이 모순을 같은 당 안에서 정책경쟁을 겨룸으로써 국민들의 심판으로 주도권확보라는 해법을 제시했는데, 정책경쟁의 공정함만 보장된다면 전세계적인 정당의 흐름대로 멀티정책정당(한 정당에서 좌파성향과 우파성향의 정책이 동시에 공존하는 현상)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열린우리당이라는 괴물정당의 참혹한 실패의 학습효과가 있는데, 과연 그런 식의 시도가 또다른 잡탕정당을 잉태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앞선다. 김근태의 구상이 옳은가, 우리의 바람이 옳은가하는 가치판단은 분명하지만 무엇이 현실에 더 부합하냐는 실효성 면에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나의 딜레마이다. 점진적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과 그 고민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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