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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중국 청화대를 방문한 까닭은?
노대통령의 '이공계 출신 인사 중용' 발언을 접하며
 
여인철   기사입력  2003/07/11 [14:53]

▲중국을 국빈방문중인 노무현대통령이 9일 오전 숙소인 조어대에서 수행기자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방중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홈페이지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중국방문 중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공계 출신을 각료를 비롯한 국가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더 많이 참여시킬 계획"이라며 "이공계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인사개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다.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선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의 뜻을 표한다. 이는 우리 과학기술계가 그동안 주장해오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과 '제2의 과학기술입국' 등을 내세워 왔지만 정작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사계획안이 실현된다면 침체에 빠져있는 과학기술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리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너무 문과 출신 위주로 편중되어있는 정부 부처 내의 인력분포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 정부 부처내에서 새로운 바람이 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행정부내의 이공계 인사의 참여는 참으로 열악하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5월말 현재 행정부처의 4급 이상의 공무원 중 이공계 출신은 25%에 불과하며, 그 비율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낮아져 3급의 경우 21%, 2급의 경우 14%이며 1급의 경우는 9% 대로 떨어진다. 가히 행정직 독식구조라 할 수 있다.

국회로 가면 그 실상은 더욱 참담하다. 270여 국회의원 중 이공계 출신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공계 인사의 비율이 전체의 5%도 안 되는 것이다. 어떻게 이 나라가 여태까지 유지되어 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지금 이공계 기피현상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실질적인 조치가 없는 사이 '이공계 기피'에서 '이공계 탈출'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단순히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를 선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있는 인재들도 빠져나가고 있다. 오랫동안 이공계 고등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서울대 공대는 서울지역과 지방의 의대를 거의 다 채우고 나서야 가는 곳이 되었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공계로 진학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칭화대학교에서 연설중인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홈페이지
이공계 대학생의 상당수가 고시 또는 의약 계열 대학으로 재입학하려고 매달리고 있으며, 기업체 연구원도 한의대 진학을 위해 공부를 다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수한 연구원들은 이직을 하거나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고급인력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엇으로 이 나라가 국부를 창출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가히 이공계 위기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공계 위기상황은 이공계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원이 변변찮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국부를 창출해온 것은 대개 이공계인이었다. 국가발전의 메커니즘이 과학기술에 있음을 인정한다면, 이공계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심각한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공계인들만 안타까워하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충정어린 이공계인의 외침을 사회에서는 하나의 또 다른 집단이기주의 쯤으로 치부하려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그건 분명 아니다. 이공계인들이 그들의 권익과 위상만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이공계의 위기가 더는 나라의 발전에 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제 누가 되었든 다시 살려내야 한다. 힘든 공부를 하고도 대접받지 못하고, 기여하는 만큼의 보상과 보람이 없다면 어느 누가 그 길을 가려하겠는가.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선호하고, 이공계 학문을 공부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의 어린 학생들이 제 나라의 장래에 대한 걱정과 관심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행복만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그런 분위기를 바꿔놓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큰 책임이 있고, 깊은 관심을 보여줘야 할 정치권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당사자인 과학기술인들이 이제부터라도 나서야 한다.

오늘날 이공계에 위기가 닥쳐온 데는 그 책임이 과학기술인 자신에게도 있다. 그동안 외부인이 만들어 준 '인디안 보호구역'에 안주하며 사회와 정치에 담쌓고 살아온 탓이 크다. 물론 한때 그것이 용인되고, 정당화되었으며 또 그래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속 편한 상황에 너무 오래 안주해온 탓에 스스로 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원죄 때문에라도 이 시점에서 과학기술인의 사회, 정치 참여는 당연한 시대적 요구일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에서 이공계인을 중용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참으로 기대가 크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 발언을 과학기술인은 제대로 받아야 한다. 또 다시 수동적으로 마치 던져주는 떡 하나 받아먹고 마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장하고 쟁취해야 한다. 우리 과학기술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서.

* 필자는 개혁당 대전 서구(을) 지구당위원장이자, 과학기술위원장이며, 본지의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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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11 [14: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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