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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의 녹취록 청취는 원칙없는 몰상식”
[만남] 방송위는 법과 원칙에 근거해 1300만 경기도민 시청권 회복해야
 
희망조합   기사입력  2007/03/29 [20:04]
희망조합특보는 방송위가 실시하려는 '녹취록 청취'에 대해서 사회 각계 전문가에게 견해를 실고 있다. 이번에는 그동안 희망조합의 투쟁을 시작부터 보아온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양문석 미디어오늘 논설위원 겸 언론연대 정책위원에게 방송위의 '녹취록 청취'와 그 '정당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1) 녹취록 청취가 허가추천의 판단 근거가 되는가?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 허가추천은 법과 행정절차에 근거해야 한다. 방송법상 허가추천은 사업자 법인에게 주는 것이지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조차 무시하는 방송위의 그 엽기 발랄한 상상력에 경악할 뿐이다. 방송위원회가 신현덕씨 개인적으로 녹취한 내용을 공개석상에서 듣겠다는 것은 개인이 나눈 이야기를 정책결정의 근거로 삼겠다는 뜻인데, 이것은 정책의 원칙이 없는 아주 몰상식한 행위다. 이 때문에 방송위원들 스스로도 들어야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것 아닌가. 결국 듣고 싶은 위원만 듣는 코미디 같은 결정을 방송위가 했다.
 
녹취록이 허가추천의 판단 근거라면 적법 여부를 떠나서 도덕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특정인이 특정목적을 가지고 몰래 녹취한 내용을, 그것도 편집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것을 방송위가 공개적으로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니 소가 웃다가 코뚜레 터질 일이다.
 
2) 방송위원회의 녹취록을 듣겠다는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듣고 싶은 사람이 듣겠다는 것은 말릴 수 없다. 그들이 알아서 들을 일이다. 하지만 우선 전제가 있다. 이미 경인TV측에서 조작의혹을 제기했고, 내용도 악의적인 것만 선별해놓았다고 주장했다. 듣는 행위가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도 듣고자 한다면 반드시 원본을 들어야 한다. 사본은 조작의혹을 벗어날 수 없고, 두고두고 논란거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방송위원회 스스로가 녹취록을 듣겠다고 나서는 명분이 허가추천을 위해 진상규명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허가추천을 하지 않기 위해서 볼모로 삼고자 하는 의도인지가 분명치 않다.
 
지금 방송위원회가 하는 행동은 살아있는 새를 손에 쥐고 있다가 살아있냐 죽어있냐 묻는 질문과 똑 같다. 살아있다고 답하면 죽여서 틀렸다고 할 것이고, 죽어 있다고 답하면 산 채로 놓아주어서 상대의 답이 틀렸다고 할 것 같은 형국이다. 
 
3) 지금의 사태를 푸는데 있어서 방송위가 지켜야할 기준은?  
 
▲경인TV 허가는 방송위가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양문석 박사     © 희망조합 제공
난 지금까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방송행정행위를 중단할 것인가에 대해서 방송위원회에 물었다. 방송위원회가 법과 원칙을 가지고 허가추천 과정을 추진해왔다면 지금과 같은 행정행위 공백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방송위원회는 이번 경인지역 새방송에 대한 허가추천과정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정책결정 지연과 무능력 무소신 그리고 정치권력의 주구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애초 내가 주장했듯이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따라 허가추천을 했다면 됐을 일인데. 만일 국가정보유출의혹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에는 이를 상정해서 조건부를 단다든지 다른 방도를 택해야 했다.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질질 끄는 행정행위에 질렸을 것이고, 희망조합원은 희망조합원 대로 방송위에 대한 불신과 무능함에 치를 떨었을 것이고, 방송위 스스로는 판단능력의 결여와 자격미달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꼴만 초래했다. 지금이라도 방송위는 법과 원칙에 근거해 1300만 경기도민의 시청권을 회복하는 것이 이 사태를 푸는 유일한 해법이다.
 
4) 희망조합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면.
 
희망조합이 온 길은 방송위가 상을 주고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일이었다. 공익적 민영방송이란 기치를 내걸었을 때만 해도 아무도 이에 동의하거나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SBS 개혁의 모태가 되었고, 재허가 국면에서는 다른 민방의 개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작 본인들은 실업이라는 쓰라린 고통을 맛보아야 했지만. 그러나 최근 경인TV 백성학 회장이 먼저 공익적 민영방송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백회장이 했다는 몇몇 문제 있는 발언보다 훨씬 중요한 발언은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선언한 공익적 민영방송에 대한 약속이다. 희망조합원들의 투쟁은 이렇게 이 사회의 변화를 하나 둘 씩 만들어 가고 있다.
 
희망조합원들이 현업으로 돌아가 프로그램을 한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지 생각해 본다. 너무 즐거운 행복한 상상의 연속이다. 지금까지 투쟁을 옆에서 수년간 지켜봤고, 어떤 때는 함께 어떤 때는 비판자로 지켜보았다. 마지막 고비다. 9부 능선을 지나 정상을 향해 치고 오르는, 숨이 턱에 찰 것 같고 포기하고 싶은 그럼에도 저기 산이 있기에 올라가는 맹목이 아니라 올라서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많은 일이 있기에 올라야 한다.

* 본문은 희망조합(구 iTV방송 노동조합)이 발행하는 <희망조합특보>에 실린 글입니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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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29 [20: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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