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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민영화, 재벌도 대통령 될수 있다
베를루스코니를 꿈꾸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양문석   기사입력  2003/07/10 [19:59]

지난 달 11일 강성구 한나라당 의원이 ‘바보들은 언론탓만 한다’며 현 정권을 무참히 비난하면서, “우리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KBS, MBC, EBS, 연합뉴스, 스카이라이프, YTN, 아리랑TV, K-TV 등을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왕국”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이 면을 빌어 비판한 적이 있다.

강의원의 발언이 있은지 1주일 가량 지난 6월19일 또 다시 한나라당 하순봉의원이 ‘방송개혁’이라는 미명하에 KBS2와 MBC의 사영화를 추진하고, KBS1의 수신료를 폐지하겠다는 발표했다. 지난 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이 선거 직후 밝힌 패인을 스스로 변하지 않았던 것에서 찾았다가 최근 들어 ‘방송’때문이라고 확신하는 듯 하다.

방송정책의 상식도 없는 하순봉의원

▲MBC 이미지 사진     ©MBC 홈페이지
한데 이런 정책발표가 한국의 최대정당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한심스럽다. KBS2는 광고방송을 한다. 여기서 벌어들인 수입60%가량과 수신료로 거둬들인 40%가량이 KBS의 5개채널을 운영하는 재원이다. 한데 KBS2를 사영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신료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모순이다. KBS2는 사영화시키고 수신료마저 폐지해버리면 KBS는 무엇으로 운영하나.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수신료를 인상함으로써 그 구멍난 재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한데 한국최대정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그것도 군사정권에 부역한 원죄를 지고 있는 자가 최소한의 자기반성도 하지 않은 채 어린아이라도 알만한 상식조차 없음을 만천하에 보여준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렇게까지 무식해도 국회의원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잊을만하면 KBS2와 MBC를 사영화하겠다고 주장한다. 지난 대선 전에 이런 입장을 밝혔다가 지난 가을 이회창 후보의 승리가 거의 확정적이라고 믿었던 한나라당이 이를 대선공약에서 빼버렸다. 그리고 올들어 강의원과 하의원의 주장을 통해서 또 다시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방송민영화는 재벌, 신문재벌, 외국자본만 좋아

▲한나라당 로고     ©한나라당 홈페이지
이에 대해서 한나라당과 재벌 및 족벌언론들 그리고 외국자본들이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족벌언론들은 어떻게 해서든 신문과 방송의 겸업을 금지한 현재의 방송법을 개정해서라도 방송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외국자본도 호시탐탐 한국의 방송사 지분을 확보하여 자신들의 콘텐츠를 제한없이 한국민들에게 팔아먹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방송을 자당의 홍보수단으로 삼으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한데 이런 한나라당의 속셈은 전형적인 단견이다. 하기사 방송정책의 상식도 없는 이들이 이것이 왜 단견인지를 어떻게 알랴마는….

장기적으로 보면 자충수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수상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부동산업자 출신이다. 부산동산에서 건설업으로 건설업에서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한 베를루스코니는 결국 정치인으로 진입해서 수상에 오른 인물이다. 이 자는 이탈리아의 사영방송사 4개중 3개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방송을 철저히 활용함으로써 수상뿐만 아니라 자당의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왔다.

1997-1999년 베를루스코니는 지상파방송에 6천645분이나 출연한다. 이 중 자기가 소유한 사영방송에 출연한 시간은 4천500분이다. 반대로 야당당수가 지상파방송에 출연한 시간은 총 2천338분에 불과하다. 이런 편파방송은 2001년 선거기간에 더 극심했다. 미디어셋 계열의 3개채널에 베를루스코니는 총1천427분 가량 출연한 반면, 야당지도자는 겨우 887분 출연했다.

정당의 재벌 예속화 가속

이것이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 방송을 사영화시킴으로써 한나라당도 자본의 예속정당으로 전락함과 동시에 돈 있는 재벌들만이 한국에서 대통령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신문재벌들이 사유화된 방송을 장악한다면 한국의 극단적인 보수회귀는 물론이고, 이들에게 줄서지 않은 정치인은 정치생명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도래할 수 있다. 또한 방송을 장악하지 못한 신문재벌은 방송을 장악한 신문재벌의 광고시장 독점으로 인해 결정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뭘 알고 방송민영화에 찬성해야지….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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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10 [19: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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