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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삼불’ 논쟁, 핵심은 평준화정책
[비나리의 초록공명] 공교육은 지키면서 문제를 줄이는 시스템으로 가야
 
우석훈   기사입력  2007/03/29 [12:25]
삼불정책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이런 책 제목이 생각난다. 세상에 교육정책 중에 그런 것은 없기 때문에 삼불이라는 말을 써봐야 별 볼 일 없다, 그게 내 기본 생각이다.
 
나야 주야장창 국립대주의자이다. 나는 서울에서 사립대학, 프랑스에서 국립대학 다 지내봤고, 틈나면 여러 대학에 들려서 살펴본다. 개인적인 내 생각인데, 국립대 체계, 사립대보다 훨씬 좋다. 경험 안해본 사람들을 위해서 한 단어로 표현하면, 정말 황홀하다. 그게 내 기본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현재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정운찬 말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경기고 제일주의다. 무슨 강남이 옛날 경기고인줄 아시나, 이런 말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그래도 연대 나온 내 입장에서는 맞아죽지 않기 위해서 길가다 맞는 공매라도 줄이기 위해서 입이라도 다무는 수밖에 없다.
 
옛날 경기고에는 전국에서 모였는데, 지금 강남은 그런 것도 아니다.
 
난 삼불 중에서 현 상황에서는 기여입학제 정도는 풀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조건이 그렇게 시장이라고 얘기하면 적절한 가격을 찾자는 건데... 예컨데 예전에 체육관 지어주고 들어갔다는 흉흉해던 소문들, 이런 거 생각하면, 기여 입학제는 "얼마냐"의 문제다. 100억원이면 무조건 찬성이고, 50억원이면 생각 좀 해봐야 하고 10억원이면 조건이 붙어야 한다는... 대충 그 정도가 내 생각이다.
 
그 미만? 이건 기여입학제 논의가 아니라 망해가는 대학의 덤핑 논의라서 논의 구조가 바뀌는 거다. 건전한 외부자금 유입에 의한 학교 정상화, 뭐 그 정도 얘기할려면 일단 가격 출발점이 50억원 정도에서 마지막 양보해서 마지노선이 10억원 정도 아닐까?
 
연간 천만원 치고, 한 사람이 대학나올 때 쓰는 돈 이리저리 하면 1억원 정도가 경제적 계산일 거다. 그래도 10명분은 되야지 기여입학이지, 그 정도도 안 되고 기여입학이라는 말을 쓰면 좀 곤란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죽어도 풀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평준화 정책이다. 이건 말이 좀 이상한데, 그냥 공교육 시스템이라고 하는게 정확할 것이다. 이걸 무너뜨리면, OECD 기본 시스템과도 아주 다른, 정말 이상하게 진화하게 된다. 그렇지만 실제로 기준을 제시라고 하면 아주 어렵기는 하다.
 
이튼 스쿨, 파스퇴르 스쿨, 이런 것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균형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사회가 다른 것이라서라는 복잡한 논리들을 들이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겠다.
 
람보 얘기랑 좀 비슷하다. 람보 같은 병사가 없느냐? 있기는 하다. 중대병력을 혼자서 상대했던, 심지어는 대대병력도 무산시킨 전설적인 스나이퍼들이 있기는 하는데, 이걸 중심으로 미국이 군사전략을 짜지는 않는다. 그거랑 좀 비슷하다.
 
아예 미군(GI 조)을 전부 스나이퍼 부대로 만들면 되잖아... 물론 그런 일은 안 벌어진다. 공교육은 이런 거랑 비슷하다.
 
공교육은 지키면서 문제를 줄이는 시스템, 그게 바로 유럽의 국립대학 시스템이다. 이 논의를 볼 때마다 내가 답답해 하는 것이 이런 거다.
 
30만원 낸다고 시위하는 유럽 국가들이 4만불 국민소득 올리는 나라들인데, 이제 3만불 갓 넘은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뭐하러 작은 우리나라가 받으들이냐 하는 것이다.
 
내가 교육에 대해서 이 정권이 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학법이 본질이 아니었다. 이런 불만들이다.
 
국립대학 같은 것은 좌파의 옵션에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실제로 기여입학제와는 상관도 없는 대학의 총장들이 딴소리 하는거 아닌가... 내 생각은 대충 그렇다.
 
삼불이라는 말 자체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개념상으로는 나도 삼불정책 반대파다. 정말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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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29 [12: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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