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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조중동도 모자라 방송과도 싸우나
[언론시평] 노대통령 공공기관운영법 관련 발언은 방송장악 기도와 횡포
 
양문석   기사입력  2007/03/25 [17:06]
노대통령의 방송장악 기도와 횡포
 
3월 20일 노무현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 언론자유 독립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정부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려 한 적이 있느냐”며 최근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KBS를 직접 겨냥했다.
 
노대통령은 “최근 KBS가 방송 80주년과 관련해 특집프로 등을 방영하면서 이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프로들을 방영했는데 이는 자사 이기주의와 전파남용의 예”라면서  “이에 대해 즉각 언급하려 했으나 한미FTA문제 등 많은 현안들이 있어 미뤄왔다. KBS가 의원 60여 명을 통해 법 개정까지 하려는데 이래선 나라 꼴이 문제다.”는 말까지 뱉는다.
 
그리고 또 “그러한 법령 규정이 있다고 해서 기획예산처가 KBS의 언론독립을 어찌 침해할 수 있겠느냐. 힘을 가진 집단의 횡포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당 부처에서 적절히 잘 대응해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먼저 공공기관운영법이 왜 문제인지 짚어보자.
 
제14조(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 등)에 따라 기획예산처장관은 공공기관 기능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통폐합과 기능재조정, 민영화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주무기관이 이를 집행한 뒤 기획예산처에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제15조(공공기관의 혁신)에 따라 공공기관은 경영효율성 제고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해야 하고, 기획예산처는 관련 지침의 제정과 혁신을 진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공공기관운영법에 적용받는 KBS와 EBS로서 가장 위험한 조문이 바로 14조와 15조다. 14조의 ‘통폐합과 기능재조정 그리고 민영화 계획’의 대상에 KBS와 EBS가 오를 수 있다. KBS1과 EBS의 통폐합, 그리고 KBS2의 민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노대통령의 발언처럼, 단순히 ‘기획예산처가 KBS의 언론독립을 어찌 침해할 수 있겠느냐’며 너스레를 떨 일이 아니다. 기획예산처는 권부 중 권부다. 정권의 의중을 돈으로 정부부처와 공기업을 통제하며 관철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통폐합권한과 기능재조정권한 심지어 민영화권한까지 줬다. 예산처가 작심하고 현재 지상파의 ‘多공영 一민영’체제를 깨겠다고 하면 깨버릴 수 있는 권한이 법으로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감히 예산처가 그 권한을 사용할 수 있겠느냐’며 물타기를 시도한다. 최근까지 한나라당이 KBS2와 MBC의 민영화를 공공연히 주장해 온 사실. 호시탐탐 집요하게 중앙일보가 지상파 진출을 소망해 왔고, 취임 후 줄곧 삼성 및 중앙일보와 밀월관계를 즐겨온 노대통령. 심지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에 임명하고 유엔 사무총장까지 만들려 했던 사실.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결코 ‘예산처의 의지’로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원하고, 삼성이 밀고 중앙일보가 삼키려 하는 KBS2와 MBC. 이를 가능하게 한 14조. 이를 두고 단순히 ‘정부의 선의’를 의심할 수 있느냐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노대통령의 ‘말씀’은 이래서 ‘쇼’인 것이다.
 
또 있다. 이 법은 당장 시행되는, 그러니까 다음 정부의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노대통령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 권한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노대통령의 선의’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정국이 노대통령의 선의를 ‘악의’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상파를 장악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를 노대통령이 쥐었다는 점을 읽어야 한다.
 
14조는 KBS만 겨냥한 것이 아니다. KBS 입장에서 보면 KBS2의 상실은 치명타다. MBC 또한 KBS2가 민영화 물결을 타면 자기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의 몸을 그 물결 위에 실어야 한다. 또 SBS는 유일한 민영방송으로서 기득권이 사라지며 KBS2 및 MBC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극한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SBS대주주 태영그룹과 비교할 수 없는 삼성급 재벌이 대주주로 지상파를 운영하면 경쟁 자체가 아주 고달파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공기관 운영법 14조는 지상파에게는 미래의 재앙이 아니라 현실의 재앙인 것이고, 노무현 정권에게는 당장의 정치수단이요 선거수단인 것이다.
 
15조는 또 어떤가? 경영효율성 제고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기획예산처가 지침을 제정하고 혁신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지난 해 도올 김용옥 선생이 EBS 논술특강 프로그램에서 영화배우와 감독을 불러다 놓고 한미FTA 반대 의견을 듣고, 도올이 한미FTA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이후 EBS가 재경부와 청와대 일부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이 결국 EBS의 경영진 교체로 이어지는 시발점이었다는 것이 당시 가까이에서 지켜 본 당사자로서 평가다.
 
‘서비스 품질 개선’이 ‘정부정책과 정권을 위한 효율적 홍보 개선’으로 둔갑시켜 기획예산처가 지침을 내릴 수 있는 조문이라는 의미다. 정부정책을 넘어 정권홍보의 수단으로 정치권력이 지상파를 갖고 놀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개가 될래? 방송인이 될래?’ 공공기관운영법 15조는 지금 KBS와 EBS를 향해 묻고 있다.
 
“KBS가 의원 60여 명을 통해 법 개정까지 하려는데 이래선 나라 꼴이 문제다.”라는 노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KBS가 동원했다는 의원 60명은 무뇌아 꼴통들인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법 개정 운동을 하면 나라 꼴이 망가지는가?”, “노대통령은 애국자고 KBS와 EBS는 나라 망치는 주범인가?”

노대통령이 말한 “힘을 가진 집단의 횡포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그 집단은 결코 KBS가 아니라 노무현대통령이고 노정권이다. 언제까지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려는 노대통령의 횡포를 우리는 참아내야 할까? ‘방송 덕에 대통령이 됐다’고 고백한 노대통령. 그는 누구보다도 방송의 힘을 잘 아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집요하게 방송을 장악하려 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 본문은 <언론노보> 기고문입니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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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25 [17: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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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저 2007/03/26 [13:32] 수정 | 삭제
  • 노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구요? 말도 안됩니다. 지지율이 바닥이고 임기가 고작 1년도 안남은 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요? 노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차기 정부를 접수했을 때 통치하기가 편하도록 멍석을 깔아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미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만큼 얻었고, 대통령 자신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범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들을 하나씩 끌어내리기도 했죠. FTA는 말할 나위도 없네요.

    뭐, 정권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이 인정받는다면 퇴임 뒤에는 그동안 못했던 골프도 치고 오페라 구경도 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겠죠.
  • 아드 2007/03/25 [21:59] 수정 | 삭제
  • 대통령입니다. 언론을 비난하면서 언론을 거머쥐려는 검은 속내... 21세기에 정부기관에 의한 언론 지배는 시대착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