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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허가 추천 아니면 죽음을 달라”
[현장] 철야 농성중인 경인지역 새방송 창사준비 희망조합원과의 대화
 
임순혜   기사입력  2007/03/14 [12:39]
경인방송이 정파 된지 2년2개월이 되었다. 경인지역의 시청자들은 하루아침에 시청권을 박탈당해 기본권인 알권리를 실현하지 못하고 방송의 사각지대에 머무르고 있다.
 
경인지역의 400여 시민단체들은 빼앗긴 시청권을 찾기 위해 '경인지역새방송창사준비위원회‘를 구성, 경인지역의 새 방송 설립을 촉구하였다.
▲3월12일 오후1시 방송회관 로비에서의 허가추천촉구 기자회견     ©임순혜

경인 지역 새방송 사업자 공모 후 한차례의 유찰을 겪고, 방송위원회는 2005년 4월28일 '경인TV‘를 사업자로 선정하였고 ,’경인TV'는 2007년 5월 개국을 앞두고 방송위원회의 행정절차인 허가추천 절차가 진행되고 있던 중, 주주중의 하나인 CBS가 '경인TV' 대주주에 대한 ‘스파이 의혹설’을 제기하여 허가추천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경인 지역 시민단체들 뿐만 아니라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경기도의회의원들과 국회의원89명도 방송위원회에 ‘경인TV’가 빨리 개국할 수 있도록 조속한 허가 추천을 촉구하였고, 방송위원회는 ‘경인TV허가추천을 위한 소위위원회’(위원장, 강동순)를 구성, 3월19일 방송위 전체회의에서 허가추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3월12일 오후1시 방송회관 로비에서의 허가추천촉구 기자회견     © 임순혜
 
‘경인지역새방송창준위’와 언론연대, 언론노조는 3월12일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9일에 열리는 방송위 전체회의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새 방송에 대한 조건부 허가 추천을 의결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800일째 장기 실업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희망조합원'들은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집단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옛 iTV 노조원들로 구성된 희망조합원 80여명은 ‘허가 추천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성명서를 발표,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180여명의 희망조합원들은 경인지역의 새 방송을 만들지 못하면 평생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낙오자 없이 여기까지 왔다. 이러한 희망조합원들에게 방송법에도 없는 이유를 들어 허가추천을 미룬다면 과연 용납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파 후 2년 3개월 동안 시청자가 주인이 되는 건강한 지역방송을 만들기 위해 분골쇄신해왔다. 허가추천을 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우리에게 죽음을 달라"며 2년 넘는 실업의 고통에서 더 이상 갈 곳 없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하였다.
 
▲인터뷰에 응한 오동식, 김용신, 용현진 희망조합원(왼쪽부터)     © 임순혜

다음은 철야 농성장에서 만난 세 사람의 희망조합원과 나눈 대화다.
 
Q - 구 iTV에서는 무슨 일을 하셨는지?
 
김용신 - 컴퓨터 그래픽을 맡고 있었다.
오동식 - 경영본부 사업팀에서 일했다.
용현진 - 보도국 영상편집팀에서 영상을 편집하였다.
 
Q - 2년4개월 동안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지내셨는지?
 
용현진 - 방송 아닌 다른 분야에서 친척이 하는 일을 도왔다. 그러나 그나마 5개월도 안된다. 정식 월급을 받으며 일한 것도 아니다. 독립 프로덕션에서 잠간 일을 하기도 하였으나 정기적이지 않았다. 와이프가 아파 빚만 졌다. 무척 힘들었다. 초등학교1학년과 3학년 딸만 둘 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가족과 함께 어디로 놀러 갈 수가 없었다. 아이들도 알았다. 왜 우리집은 가난하냐?고 묻기도 했다. 변변한 외식 한번 못했다. 그러나 나보다 더 어려운 동료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 부인이 바가지는 안 긁었나?

김용신 - 다섯 살 난 딸아이가 있다. 집사람은 그런 면에서 인내심이 강했다. 초반에 회사에서 쫓겨나 희망조합원들이 모일 곳이 없었다. 컴퓨터가 전공이기 때문에 인터넷 다움에 카페를 만들어 운영했다. 조합원들이 결집할 장소를 만들어 운영하였는데, 거의 중독되다시피 했다. 취업 기회가 2번 정도 있었으나 거부하였다. 아내도 응원했고, 다행히 부모님이 생활비를 대 주셨다. 다른 동료들처럼 적금 깨고, 보험 깨고 생활을 유지 했다.
 
▲허가추천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희망조합원들     © 임순혜

 Q - 178명의 희망조합이 흔들리지 않고 새 방송을 기다리고 있는데, 집행부를 원망하거나 한 적은 없는지?

김용신 - 파업 전부터 집행부의 진정성을 믿었다. 정단한 사움이라고 생각했다.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 되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2년이 넘으니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
 
Q - 철야 농성에 참여한 이유는?

오동식 -4살 난 딸아이가 있고 아내는 곧 둘째를 출산한다. 임신성 당뇨로 힘들어하는 배부른 아내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운동시키는 일 뿐이다. 다음 카페의 ‘희망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올라 온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글을 보았다. 처만 보고 있는 것이 마음 편치 않을 것 같아 울산에서 아내와 아이를 두고 농성하러 올라왔다. 투쟁의 결과가 회사 문 닫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너희가 망하게 했으니까”라는 말이 가슴 사무쳤다. 나름대로 끝장을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저희 업보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 178명의 조합원이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용현진 - 봄이라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주주의 잘못을 지적했고 그것 때문에 쫓겨났다.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희망하는 새 방송을 통하여 구현하려는 마음이 조합원들을 묶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방송위원들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허가 추천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철야농성중인 희망조합원들     © 임순혜

 Q - 회의나 위기의식을 느꼈던 적은 없었는지?

김용신 - 쌀독에 쌀 떨어졌는데 나가서 돈 벌 생각 안한다고 할 수는 없다. 주머니는 점점 비어가고 위기의식 안 느낄 수 없었다.
아내가 쌀 떨어졌다고 했는데, 두 번이나 조합원이 쌀을 가지고 집에 찾아 온 적이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두달 전에 용현진씨가 쌀을 가지고 왔었다. 서로를 염려하고 배려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까페지기’ 하면서 주변사람들의 사랑을 느꼈다.
 
Q - 방송사 내에선 직종이 달라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오동식 -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음을 열게 되었다. 동료 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았었는데, 가족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동료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하였다. 가족과 선배, 후배, 떨어져 있는 부모님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Q - 꼭 하고 싶은 말은?

김용신 - 3월19일 있을 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철야 농성하고 있는 희망조합의 염원을 반영해 허가 추천 결정을 해 주었으면 한다.

오동식 - 곧 출산 할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었으면 한다.

용현진 - 건강한 희망조합이 있는 한 경인지역 새방송의 미래는 밝다는 것을 방송위원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좋은방송'을 만들겠다는 피켓     © 임순혜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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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14 [12: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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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줏대없는 2007/03/15 [18:36] 수정 | 삭제
  • itv노조원들이 8백일 가까이 농성하는데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꼭 복직을 해야 한다.

    하지만 복직을 위해 경인방송 허가하라는 것은 대의명분에 맞지 않는다. itv노조원들이 애초 거리로 나섰을 때는 공정한 방송, 공익적 민영방송을 만들기 위해서지 않았나?

    그렇다면 경인방송이 백성학의 횡포에 휘말릴 정황이 뻔하면 이 문제도 제기하는게 맞지 않는가? 하지만 itv노조는 백성학 문제는 일언반구도 하지않고 경인방송 허가만을 주장하고 있다.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시청권만을 내세우며...

    솔직히 실망했다. 대자보도 이런 기사는 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