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민노당, 차기대선에서 국가보안법 쟁점화하라
[쟁점] ‘일심회 사건 유감’ 운운하는 미적지근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황진태   기사입력  2006/12/18 [10:22]
"어떤 사람들은 영원의 생명으로 예정하고, 다른 사람들은 죽음으로 예정하였다."

바로 루터와 함께 종교개혁의 양대 기수였던 칼뱅이 주창한 구제예정설의 핵심구절이다. '해석'은 정말 하기 나름이다. 막스 베버는 그의 대표작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칼뱅의 구제예정설을 제멋대로 변용하여 현세의 물질적 성공이 바로 구제받은 증거라면서 자본주의를 예찬했다. 칼뱅이 베버와 달리 부를 부정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칼뱅의 심정이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그런데 일거리가 떨어진 한국의 공안문제연구소에서는 몇 년 전에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시장경제주의를 옹호하는 베버의 저서를 이적도서로 판정한 이 연구소야말로 체제에 반대했으니 국보법 위반 아닌가.

앞서 칼뱅과 함께 종교개혁의 도화선이었던 루터도 일찍이 라틴어로 된 성경을 읽을 수 없는 신자들에 대해서 (루터가 만난 한 농부는 "성경을 내 눈으로 직접 읽어 볼 수 있으면 내 한 팔을 지금 잘라도 좋으련만"이라 말했을 정도니) 성경의 독일어 번역을 중시했었고, 신구교 간에 교리에서 계시(Revelation)의 차이를 보면 카톨릭은 성경과 함께 '교회의 해석'을 인정하는 반면 루터나 칼뱅은 계시는 오직 성경 속에만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곧, '해석은 권력'이란 사실을 직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안문제연구소의 사회과학분야 독해수준을 보더라도 '무식해서 용감한' 이들의 해석에서 여전히 해석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른바 4대 개혁입법안을 내세웠던 열린우리당은 결국 국가보안법 하나조차도 법안통과 시키지 못했다. 조중동, 한나라당 탓하기 전에 최근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일명 마구잡이 정당(Catch all party)으로서의 선거용 헤쳐모여를 모의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행태는 한심함, 그 자체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루터는 종교개혁을 촉발시켰지만 그의 교리에 영향을 받아서 발생한 농민전쟁을 부정한 보수적 종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점 하나만큼은 기억하자. '농민을 칼로 찔러 죽이라'라고 말할 정도의 보수적 종교인이었던 루터조차도 기존 카톨릭이 갖고 있던 해석의 일원화를 통한 권력화에 대해서 반감을 갖고서 맞섰다는 점이다. 곧 사상의 자유를 펼칠 공론장을 붕괴시키는 국보법의 존재는 결코 이념문제가 아닌 것이다. 

일심회 사건을 통해서 민주노동당도 균형 잡기에 실패한 듯하다. 소수정당으로 시작하여 탄핵정국을 통하여 국회 과반수를 얻고서도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아니 개정조차도 실패했다. 민주노동당이 차기 대선에서 선전할 수 있는 방법은 정책을 통한 쟁점투표화 밖에 없다. 현재 일심회 사건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어중간한 모습은 진보정당답지 못하다. 4대 개혁입법안 실패, 한미FTA라는 괴물을 배태 등. 유권자들에게 열린우리당의 지난 실각에 대한 회고적 투표를 통한 심판과 진보정당에 대한 전망적 투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할 때다.   

가능성은 희박하나 열린우리당만큼이나 선거에 혈안인 한나라당도 국가보안법 폐지가 표심에 도움이 된다면 민주노동당과 공조를 할지도 모른다. 국가보안법을 시발점으로 차기 대선을 쟁점투표 구도로 설계해보자. 개론서에나 나오는 말이지만 정당의 기능 중에는 국민의 정치사회화도 담겨있다. 여전히 민중의 심성에 뿌리박힌 반공 콤플렉스를 어떻게 뿌리뽑느냐는 정말 하기 나름이다. 거듭 강조한다. 민주노동당은 일심회 사건에 대해서 유감을 운운하며 미적지근한 자세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대응하길 바란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12/18 [10:2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조아세 2006/12/19 [10:34] 수정 | 삭제


  • 조아세(www.joase.org)에 가시면 달력내용을 상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구입하셔서 나눠주셔도 좋고,
    블로그나 게시판에 달력내용을 올리셔도 좋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친일반민족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지 알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안티조선 공책도 1월 중순이 지나기 전에 나옵니다.
  • neung1an 2006/12/18 [18:36] 수정 | 삭제
  • 한나라당의 위세가 비로소 멎습니다...
    그러니까...
    황진태님 같은 분들이 거꾸러져야...
    이 땅에 제대로된 보혁구도가 나타나게 되는 거죠...
    제발 한나라당 앞에서 바리케이트 좀 치지 마셔요...
    우린 이제 황진태님 같은 분들 밟구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구 싶거든요... 후훗 ^^
  • neung1an 2006/12/18 [18:32] 수정 | 삭제
  • 글에서 얘기하는 '진보'의 배면을 독자 분들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논지는 거의 다음의 몇가지 세계관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1. 반한나라당 전선의 소생...
    2.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 정당으로서의 성격규정...
    3. 87년 체제의 유지와 보수...
    4. 진보대연합을 통한 열린우리당 명망가들의 축출 방지...
    5. 여권 신당 출범에 관한 이데올로기적 근거 마련...
    6. 노무현에 관한 안전의 보장...
    7. 조선로동당의 위성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의 성격을 규정...
    8. 냉전적 사고 하에서 한나라당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여당의 재구축...
    9. 남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통한 북한지배계급의 안전의 보장...
    10. 민주노동당의 범여권에 대한 이중대적 성격의 고착화...
    한번 곰곰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그만 합시다...
    국가보안법을 네거티브하게 즐기는 허위의식으로...
    '패닉' 상태에 이른 '비판적 지지'의 이데올로기를 되살리는 일... 이제 그만 할때두 되지 않았나요?...
    그런 낡은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한나라당과 제대로 맞서 싸울 수 있겠는지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예요... 후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