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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장강같이, 악법은 거품같이 철폐될 것
[기획-창살없는 감옥, 보안관찰 ⑧] 피보안관찰자 민노당 손준혁의 편지
 
손준혁   기사입력  2006/10/27 [14:27]
현재 민주노동당 대외협력실 국장인 손준혁 씨의 글이다. 1998년 한총련 의장을 지낸 손준혁 씨는 1심에서 4년, 항소심에서 3년 선고를 받고 수감하던 중 2003년 특별사면됐다. 그는 피보안관찰자로 현재 보안관찰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 편집자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얼마 전 모 인사와의 대화에서 임기 중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해서 아쉽다며, 지금은 국가보안법이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해 들었다. 자기 임기 중에 할 일을 못하고 뒤늦게 후회하며 푸념하는 이야기를 듣자니 정말 아쉽다.

나는 김대중 정부 취임과 더불어 한총련 관련자로 수배생활을 시작했고, 4년 수배생활을 하다가 구속되어 1심에서 4년, 항소심에서 3년으로 선고를 받고 2년을 꽉 채워 징역 생활을 하던 중 노무현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사면, 석방되었다. 내 청년시절 6년은 평범한 사회인의 생활이 될 수 없었다. 

사면, 석방이 끝이 아니었다

출소하고 나서도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보안관찰법,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라는 딱지였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사면으로 떠들썩하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출소했으나, 출소한 사실에 대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보안관철법 위반자가 되었고 벌금 100만원을 받았다. 물론 담당 경찰관이라는 사람은 나를 찾아와 강압적인 자세로 위협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아주 저자세로 협조를 요청했다.

비록 보안관찰법 위반자가 되었으나, 나를 보안관찰법 위반자로 만들었던 첫 사건(한총련 관련 국가보안법)에 대해 또 한차례 사면을 받았고 복권 조치되었다. 그러나 사면복권과는 상관없이 검찰은 나를 보안관철처분 대상자에서 '보안관찰자'로 신분 격상(?) 시켰다.

이때 나는 결혼도 한 상태였고, 민주노동당 당직자로 국회 본청 의정지원단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검찰이 이야기하는 안정적 수입도 보장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재범(?)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 에큐메니안 제공

나는, 지금, 보안관철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회적으로 공인 받은 국회의원이 나에 대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여, 신분상 문제(?)없음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민주노동당 주요 국회의원, 당직자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안관찰처분이 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나는 다시 상고 했다.

나는 며칠 후 민주노동당 업무를 위해 곧 중국으로 출국할 계획이다. 바쁘게 여권 신청을 했다. 그러나 보안관찰법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내가 보안관찰처분자기 때문에 신원조회에서 판단이 계속 유보되고 있다. 신원 조회가 서울 경찰청에서 본청으로, 다시 국정원으로 의뢰되었다고 하고 계속 늦어지고 있다.

보안관찰법의 내용을 처음 듣는 사람은 누구나 이 법에 대해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처음 적용의 근거가 되었던 사건에 대해 사면 복권된 상태이고, 게다가 공당의 중앙당직자로 신분(?)이 확실하며 부모, 형제, 결혼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을 근거도 없이 가상의 범죄자로 간주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작년에 금강산에서 진행된 통일행사에 참가했다. 통일부의 승인을 받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통일부의 승인을 받고 절차를 거쳐 금강산에 간 것이 보안관찰 처분의 근거가 될 줄은 몰랐다. 검찰은 '강원도 고성을 통해 방북하여... 접촉하고'를 보안관찰 처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보안법 철폐, 북측에 자유민주주의를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남북 화해와 통일의 과정이 될 수 없다는 나의 주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놀랍다. 이런 것들이 보안관찰 적용의 근거가 된다면 같이 공존하는 6·15 공동선언은 무엇인가? 실정법이 시대의 변화를 못 따라 간다면 최소한의 적용이라도 유연해야 되지 않을까? 답답한 심정과 안타까움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는다.

시대의 흐름은 장강과 같이 도도하고 악법은 거품과 같다. 도도한 흐름이 거품을 없애듯 시대가 악법을 철폐하는 모습을 지켜 볼 것이다.   

피보안관찰자 손준혁
* 본 기사는 개혁적 기독교 인터넷언론인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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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27 [14: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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