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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식 감상법, "이런 것이 원래 정치야..."
[비나리의 초록공명]중앙과 지역, 수렴과 발산의 변증법으로 본 지방선거
 
우석훈   기사입력  2006/06/01 [18:14]
지방선거가 끝났다. 하고 싶은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입만 살았다는 소리 듣기 딱 좋기 때문에 지금의 조용히 있는 것이 정답이기는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약간의 ‘관찰’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게 된다. 나에게 입 다물라고 내 안의 이성이 자꾸 소리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1. 분권파의 패배다
 
중앙형과 분산형이라는 이름이 좀 거창하기도 하고, 하향식(top-down)과 상향식(buttom-up)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중앙정치와 풀뿌리정치라는 말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결국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그래도 묘한 차이가 있기는 하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분권파’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비슷한 뉘앙스이지만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이 분권파는 다른 비슷비슷한 것들과 조금은 다르다. 중앙정치의 권력을 가져오는 분권을 하겠다는 것이기는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중앙이 권력을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균형발전, 클러스터, 기업도시, 혁신도시 이런 것들을 나누어 주면서 이걸 받아오는 작동 중간중간에 힘을 쓸 여지들이 좀 있고, 여기에서 분권파라는 흐름이 생겨났다. 중앙정치의 흐름과 맞추어보면 영남의 열린우리당 386들 그리고 이들과 손잡은 지역의 운동 선배들이 대체적으로 이 분권파로 분류할 수 있다.
 
명백한 것은 균형발전을 전면에 걸고 중앙에서 지역으로 밀고 들어간 일련의 흐름이 패배한 셈이다.
 
분권이 아니라 자치이고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것은 말장난 같기는 하지만 약간 차이가 있다. 자치파의 패배라기 보다는 분권파의 패배에 가깝다.
 
2. “너희가 병법을 아느냐”, 병법파의 패배
 
정당공천제가 생각보다 독약이었다. 그렇게 몰락할 거면서 열린우리당의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에서 흡수한 시민운동의 지도부들의 실패는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많은 우연들이 겹치면서 필연이 되는 걸 보면서 “너희가 병법을 아느냐”고 말하면서 사람들을 흡수했던 열린우리당의 세포들이 생각난다. 온갖 치사한 일은 다 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남겼다. “이런 게 원래 정치야...”
 
선거에서 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입으로 사람들 가슴에 못을 박을대로 박았던 선거이다. 그렇게 끌고 간 사람들이나 그렇게 간 사람들이나 한결같이 한 얘기가, “병법에 의하면”이라는 말들을 했다.
 
이 병법파들의 패배인 셈이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의 눈으로 중앙을 보는 것은 중앙에서 공중전으로 중앙을 보는 것과는 다르다. 기계적으로 지역정치와 중앙정치를 나눌 것만은 아닐 듯싶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그렇게 지역 생활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나왔고 그렇게 해서 성공한 것이냐? 물론 그건 아니다. 원래 기득권은 지역일수록 더 뿌리가 깊다. 다 아는 얘기 아니냐... 그걸 뚫고 들어갈 풀뿌리의 힘이 너무 약했지만, 이렇게 약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근원이 있기는 한 것 같다.
 
뭉칠거냐, 흩어질 거냐? 원칙적인 질문이 여전히 남는다. 이런 질문은 해롭다. 모두를 바보로 만들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가늘고 길게 갈 것인가 굵고 짧게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내 생각에는 가늘고 길게가 맞을 것 같고, 뭉치기 보다는 흩어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분권파의 패배는 중앙에서 통하는 집중형 전략을 지역에서도 사용하려고 했던 것에 있고, 그들이 결국 지역에서는 개발주의자일 뿐이었다는 데에 문제의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어떻게 수렴하고 어떻게 발산할 것인가? 그야말로 변증법 같은 운동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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