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몸이 정상은 아니다. 그래서 다 귀찮고 생각하는 것도 싫다. 그러나 헌법을 바꾼다면 경자유전(耕者有田) 조항이 들어간 121조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왜 4년 연임제를 얘기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미국식의 4년 연임제와 양당제를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건가 보다. 하여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 같다. 프랑스는 7년 연임제이다. 프랑수아 미테랑이 14년을 채웠는데, 그 동안에 폭삭 늙은 데다가 전립선암인 데다가 내각을 드골파들한테 내어주고 나서 마지막 몇 년간에는 현직 대통령이라도 좀 비참해 보였다. 마스트리히에서인지 베를린에서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대통령인 미테랑과 수상인 시락이 동시에 간 적이 있어서 도대체 누구를 국가원수 대접을 해야할지 의전 때문에 초청국에서 상당한 애를 먹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통령이 갔는데도 자기도 가야한다고 따라간 시락 총리도 좀 잔인하기는 했다. 법률상으로 대통령이나 총리 중에서 누가 높고 낮은 것은 프랑스에는 없다. 내 경험으로는 프랑스에서는 내무부 장관이 제일 무섭다. 대통령이든 총리든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전면에 나서는 사람이 내부부장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도 지금 행자부장관이 누군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포 어디엔가 아파트에 산다고 그 옆집 사는 사람이 나한테 해준 얘기만 얼핏 기억이 날 뿐이다. 프랑스식 7년 중임제, 14년 동안 지겹게 미테랑을 보았는데, 이제 시락이 다시 두 번째 7년 임기가 진행 중이다. 80년에 미테랑이 대통령에 올라갔는데, 그 때는 대처와 레이건의 시대였다. 대통령 두 명 하다보니까 중학생인 내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평생의 라이벌 두 사람을 합치면 28년이다. 길기도 하다. 내 주위에서는 전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고 난리다. 줄 설 요량이면 빨리가서 줄 서라고 하기도 하고, 정치학회니 이런 학회에서도 난리가 아니라고 한다. 그나저나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4년 중임제가 되어 8년간을 할텐데, 이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클린턴에 밀린 아버지 부시나 레이건에 밀린 카터를 제외하면 보통 중임제가 되면 8년을 채우는 게 미국의 경우인 걸 보면, 우리나라도 8년을 다 채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남은 2년, 그리고 이명박의 8년을 합치면 10년 후가 된다. 도대체 10년 후에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궁금증 보다도 우울증이 커져갈 것 같지만... 아마 국정원의 권한이 지난 수 년에 비해서 다시 강화될 것 같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회복되기 어려운 길을 걸을 것 같고, 하여간 생각하기에 따라서 끔찍할 것 같지만, 벌써 국민의 30% 가량이 이명박 대통령의 꿈을 꾸면서 우리나라 좋아질 것 같다고 즐거워하는 것 같다. 이 10년 간을 살아서 버틸 생각을 하니까 정신이 번쩍 든다. 사학법 개정에 관한 간단한 생각 박근혜 대표가 사학법 개정에 목숨을 걸었다. 자기가 그렇게 하고 싶은 거니까 말릴 생각은 없다. 아울러 일부 사학들이 문을 닫겠다고 한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학은 말만 사학이지 실제로 운영상에서는 대부분 정부지원금을 받아서 운영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공립과 국립 혹은 사학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중학교 때에는 사학에 다녔었고, 고등학교 때는 국립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대학은 다시 사학에 다녔고, 대학원 이후에는 프랑스의 국립학교를 다녔다. 우리나라 사학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한 가지 이유만 꼽으라고 한다면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평준화 체계 내에서 그야말로 "뺑뺑이"로 배정되는 것이니까 기독교 신자가 불교학교에 들어가거나 불교신자가 기독교 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도 특정한 사학에 진학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약간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던 것이 사학법 개정인데, 사실 이 정도의 개방 가지고 사학에서 벌어진 웃긴 일들이 제어될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학교에는 해당사항 없는 조항이고, 실제로 문제가 된 곳에 대해서는 워낙 법규가 약하기 때문에 역시 별 도움이 안되지 않느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변화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공립이라서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이상한 사학재단보다는 일단은 공립이 훨씬 나을 수 있다. 학교를 자진폐쇄한다고 하니 정말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운영비의 상당 부분이 이미 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는 이 이상한 사학들을 이번 기회에 정부에서 인수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좋은 일이다. 자진해서 폐쇄하겠다는 사학들에 대해서 신청을 받아서 3개년 계획 정도로 학교건물 인수하고 정상적인 공립학교로 전환하면 손해볼 사람도 별로 없고, 원하지도 않는 특정 사학에 추첨에 의해서 입학할 일도 줄어들게 된다. 좋은 일이다. 문 닫고 싶은 학교들은 빨리 빨리 문닫고, 정부는 박근혜 대표 장외투쟁 대신 사립학교 인수 및 공립으로의 전환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 억지로 운영하겠다고 하면서 아이들 데려다가 이상한 재단 친척 선생님한테 이상한 교육 시키는 곳에서 계속 학교를 운영하겠다고 고집 부리면 어려운 일이지만 자진해서 학교를 폐쇄하겠다니 더욱 잘 되었다. 우울하고 침울한 2005년도 말기에 유일하게 희망적으로 보이는 소식이다. 박 대표는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기 바란다. 기왕할 것, 전 사학 폐쇄 정도로 쎄게 나가주시기 바란다. 간만에 한나라당이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인 희생을 하는 것 같아 보는 입장에서는 썩 흐믓한 생각이 든다. 그런 희생정신과 "나눔정신", 아주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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