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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미국경제에 목매다는 노대통령
[비나리의 초록공명] 금값폭등, 달러폭락, 미국 M3 발표중단 배경살펴야
 
우석훈   기사입력  2006/04/24 [10:11]
M1, M2, M3 하면서 설명을 하면서 총통화량 얘기를 했더니 옆에서 듣던 누군가가 군대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고 한단다. 하긴 총이라는 얘기 듣고, 엠원이라는 얘기 들으면 엠식스틴, 엠식스티 같은 총기 모델명으로 들리기도 할 것 같다.

M1은 본원통화라고 하는데, 은행에서 찍어낸 돈에다가 보통 예금을 합친 통화량을 말한다. M2는 여기에 저축성 예금을 더한 숫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도입된 M3는 양도성 예금인 CD까지 포함한 수치를 말한다.

미국 정부에서 내년부터 M3 발표를 안 하겠다고 하면서 여기에 대해서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에서야 M3 작성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별로 통계로서 엄청난 정보도 없는 데 비싸기만 한 통계라는 게 없애는 이유라고 한다. 한마디로 "별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들 마라" 이다.

그런데 이게 신경이 안 쓰이지 않는 것이 바로 달러가 전 세계 무역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계라고 불리는 불태환 시스템이 50년 동안 전 세계의 안정된 거래망을 구축했으니까 달러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촉각을 기울이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 없이 발표를 안하겠다고 하니 평소에는 M3 들여다보지도 않던 사람들, 나 같은 사람까지 괜히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미국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작년부터 언제 미국이 default 맞을까를 주시하고 있다. 누적된 적자가 쌓여서 사실 우리나라 정도였으면 벌써 default 상태로 외환위기를 맞았을 테지만 미국은 국제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불불능 상태가 될 가능성은 정의상 없다. 그 대신에 달러 즉 총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을 쓸 수도 있는데, 이것의 직접 지표가 M1이고, 간접지표가 M3이다. 물론 돈 찍어서 문제를 풀 것이라고 하는 순간에 달러에 대한 투매(投賣)가 생겨나기 때문에 그렇게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매 메카니즘에 한 번 걸리면 아무리 천하강국 미국이라도 버틸 도리가 없을 것이다.

▲ 최근의 미국 M3 동향을 보면 작년 5월 이후에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하다.  

가장 최근의 미국 경제의 특징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올해 인플레이션율이 높고, 이것이 M3에 바로 반영되니까 인플레이션 상황을 지나치게 걱정해서 생겨날 부작용을 좀 감추기 위해서 M3 발표를 안 한다고 한 것이 현재까지의 설명 중에서는 가장 설득력 있어보인다. 괜히 돈이 든다고 발표 안한다고 하는 건 좀 말이 안 되기는 한다.

인플레가 심리적으로 생겨날지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금 시세표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가 진행되면 집과 같은 부동산으로 동산의 보유 형태를 바꾸는 것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인데,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은행 같은 곳에서 디버블링을 경고할 정도로 높이 올라 있는 상황이니까 부동산은 역시 불안하기는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되거나 말거나 별로 경고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골드바라고 하는 금괴를 사두면 인플레이션 충격을 좀 줄일 수 있는데, 물론 평범하게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일이다.

금값은 요즘 천정부지를 모르고 올라가는 중인데, 아마 월남전 이후로는 가장 큰 등폭을 기록할 것 같다. 이건 미국의 인플레이션 때문만은 아니고 내가 ‘하이퍼 고유가’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런 석유파동 이후의 최고의 경기급변이 생길지도 모르고 게다가 지금 미국 경제가 최악이니까 언제 달러의 기축통화 능력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 각국 정부도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서 금을 사두기 시작했고, 골드바에서 일단 speculation이라고 부르는 투기적 수요가 생길 조짐이 보이니까 선물시장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나치게 달러 위주로 외환을 가지고 있는데, 건너들은 말로는 유로와 다른 외환 형태로 보유 패턴을 좀 바꾸려고 했다가 미국에서 난리를 쳐서 그냥 눌러앉았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는 한다. 하긴 한국 정부에서 달러 위주의 외환 보유형태를 공식적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하면 미국이 현 상황에서 난리날 거다. 그만큼 달러에 대해서 불안하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한미 FTA 한다고 난리치지만 솔직하게는 내년 4월까지 별 사태 없이 미국이 이라크 이후에 부쩍 증가한 씀씀이를 그대로 두고서 지금의 경제난을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것이 외환시장을 비롯해서 국제금융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특징이 일단 positive feedback이 한 번 걸리면 폭발할 때까지 진정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한국의 IMF 위기도 마찬가지의 경우였다.

하여간 미국이 M3 발표를 내년부터 안 한다고 하니까 믿거나 말거나 온갖 흉흉한 소문은 더 커질 거고, 금값도 따라서 한참은 더 올라갈 것 같다. 그럼 집 팔아서 금 사야해? 그건 잘 모르겠지만, 작년에 골드 예금한 사람들은 올해 돈 좀 벌었을 것 같고, 이 추세가 최소한 2년 간은 가지 않을까 한다. 금값이 도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이라크와 이란 사태도 조용하게 정리되어야 하고,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같은 불안요소가 사라져야 하는데, 그것이 2년 내에 사라지기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이제 공공연히 '제국'이라고 부르는 부시 공화국의 몰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월남전 이후 최고의 스펙타클이 펼쳐지는 셈인데, 급전 구하듯이 금을 산 사람 외에는 대부분 예비적 수요, 즉 가지고 있다가 정 안되면 금으로라도 결제하겠다고 산 건데, 금은 보관도 쉽고 보유 증권만으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투매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여간 국제 금융은 재밌기는 하고, 이 다이나믹이 최고로 손에 땀을 쥐면서 지켜볼 맛이 있기는 하다. 작년에 카트리나가 쓸고 갈 때에도 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미국 경제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올 것인가? 갑갑한 건 부시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나중에 한미 동맹이니 하면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지급 보증해야 하는 황당한 경우나 시세가 뚝뚝 떨어지는 달러를 안보 차원에서 한국 은행이 쥐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나 안 벌어졌으면 좋겠다.

궁금한 건 우리나라 재경부에서는 미국의 M3 발표중지에 대해서 뭐라고 해석할까라고 하는 점이기는 하다. 별 일 아니라고 할 것이 뻔하기는 한데, 그래도 보유 외환을 유로와 금과 같은 다양한 수단으로 소위 외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기는 한데, 워낙 미국파가 많아서 열심히 달러 지지 정책을 쓴다고 하면... 1∼2년 후에 골 아픈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나저나 노무현 대통령은 운도 없다. 미국과의 경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FTA에 모든 정치적인 미래를 걸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않던 외부효과가 이렇게 터져나올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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