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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법’ 강행 빌뺑총리 궁지, 총파업 기선잡아
‘검은 화요일' 앞두고 시라크 타협안 내놔, 샤르코지장관 ‘철회가능’ 시사
 
최별   기사입력  2006/04/04 [17:43]
고용유연화법 반대 투쟁 4주 째를 맞은 프랑스의 노동자와 학생 지도부가 4일(현지 시각 한국보다 8시간 늦음) 전국 총파업일을 맞아 승리를 예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고용유연화를 취지로 제정된 '최초고용계약법'(CPE)은 26살 이하 신규 노동자의 경우 회사가 2년 이내에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CPE는 도미니끄 드 빌뺑 내각이 고질적 청년실업률을 낮추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는 이른바 '비정규직법'이다.
 
통신에 따르면, CPE를 추진하고 있는 빌뺑 총리는 4일 발표된 유권자 대상 한 여론조사에서 인기도가 크게 떨어져 여론의 지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CPE를 밀어붙이고 있는 그의 정책인기도가 이처럼 낮은 것은 취임 1년 만에 처음이며 전임 내각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비정규직법' 유권자 다수 동의 안해

빌뺑 총리의 CPE 정책 추진은 수 십 년 역사에서 최대규모의 시위와 저항을 부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1차 총파업 때 3백만 명의 인파가 전국 도심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CPE에 반대하는 파업과 시위를 벌였으며, 4일인 오늘 2차 총파업이 시작됐다.

그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할 뿐 아니라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마저도 거듭 법안의 핵심 내용을 완화 또는 수정하라고 요청하고 있을 정도이다. 같은 중도 우파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정치인들도 해고를 자유롭게 하도록 한 규정을 철회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노조지도부는 그럼에도 정부가 CPE를 철회하지 않으면 결코 대화에 임할 수 없다며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22%대에 머물고 있는 만성적 청년실업률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CFDT(프랑스민주노동동맹)의 레미 주엉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말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며 "우리의 주장이 CPE 철회인 점을 감안해 법 수정을 위한 자리가 아니며 우리의 동의 없이 CPE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로이터와 대담에서 주장했다.

4일 2차 총파업일을 맞아 경찰은 지난 달 28일 나타난 폭력적 시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파리시내 4천명을 포함에 전국 주요 도심에 경찰을 대거 증원, 배치했다. 28일 파업 때 경찰은 최루가스를 사용했고, 일부 젊은층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날렸었다.

시위지도부, "강행 안한다 약속하면 대화"

4일 총파업에서는 학교와 대중교통 마비현상이 28일보다 덜 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관측하고 있다. 파리 도심 지하철의 2/3, 교외 고속열차의 2/3, 도시통근 교외열차의 1/2이 정상 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과 노동자 그룹들은 도심 도로, 철도, 공항 운행을 못하도록 막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라크 대통령은 2차 총파업을 앞두고 묘한 여운의 말을 남겼다. 내각과 시위지도부에게 수정을 위한 대화를 거듭 호소한 만큼 타협이 좌절되더라도 7일에는 의회를 거쳐 헌법재판소를 통과한 CPE에 서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세운 빌뺑 내각이 사퇴하는 위기를 맞더라도 CPE를 발효시키겠다는 언급이다.

하지만 시라크의 이런 발언은 그의 동료인 빌뺑 총리와 그들이 소속된 중도우파 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당수이자 내무장관인 니콜라스 샤르코지를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실제 샤르코지는 시위지도부와의 타협, 문제조항 수정 등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BVA가 4일 발표(1일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5%만이 빌뺑 내각의 정책에 동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한 달 전에 비해 5% 이상 떨어진 것이며 전임 내각의 책임자인 장 삐에르 라파랭 총리 인기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대통령, "금요일까지 타협안되면 서명" 채찍도

시라크 대통령은 4일 총파업을 앞두고 타협안을 내놨다. 자유롭게 해고가 가능한 기간을 2년에서 1년까지(최대한) 양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용자가 26세 이하 신규고용자를 해고할 시 노동자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사유를 밝히도록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 그룹 중 하나인 UNEF의 브뤼노 쥘리아르는 통신과 대담에서 주말에 샤르코지 내무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바 있다며 "CPE 철회나 보류도 타협의 결과로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제안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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