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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밀려난 직선총장, 16년 만에 강단 서다
[사람] 영어여문학과 오영숙 초빙교수 "새 삶 시작하는 느낌" 소회 피력
 
임순혜   기사입력  2006/03/21 [20:50]
세종대 교수회의에서 직선 총장으로 선출되었으나 1990년도 해직되었던 세종대 영어영문학과 오영숙(67) 교수가 해직된 지 16년 만에 다시 세종대에 '초빙교수'로 임용되어 3월 1일부터 강단에 섰다.

이미 정년이 지난 오영숙 교수는 2월 25일 열렸던 세종대 재단이사회에서 과 교수들이 초빙하는 형식으로 추대되어 '초빙교수'로 최종 임용 승인을 받았다.

▲ 세종대 광개토관 620호 교수실에서 만난 오영숙 교수     © 임순혜
'세종대 민주화의 봄'을 맞이하여 다시 강단에 서게 된 오영숙 교수를 3월 20일 세종대 광개토관 620호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오영숙 교수와 나눈 대화다.

"재단 맞서 학원 민주화 운동 벌이다 해직"

- 언제 해직되었나?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0년 5월 4일에 해직되었다."

- 해직된 사유는 무엇인가?

"학원 민주화가 이유다. 전체 교수회의에서 직선 총장으로 선출되었다. 재단, 학생, 교수들과 합의하여 직선 총장을 선출하였으나 교육부가 인정을 안 하였다. 그래서 재단에서 다른 총장 박홍구를 내세워 당시 세종대는 2명의 총장이 존재하는 기이한 구조였다."

- 재단은 어떤 후속 조치를 취했나?

"재단은 나아가 교수협의회를 해체하고 교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한 응용통계학과 이원우 교수, 영어영문학과 이종일 교수, 지구과학과 김형근 교수를 해임했다. 일어일문학과 홍근철 교수는 재임용 탈락을 시켰고, 경제통상학과 손태환 교수와 호텔관광학과 임은순 교수는 인사위원회를 열지 않고 재임용탈락이 되었다는 통고를 임의로 하고 강제로 사표를 쓰게 하였다. 작년에 재단비리 투쟁 과정에서 손태환 교수가 양심선언을 하였고 교육부 감사에서 다 밝혀졌다."

- 그분들도 복직이 되었나?

"이원우 교수와 이종일 교수는 조소학과 김동우 교수 복직이 결정될 때 함께 복직이 결정되어 2005년도 2학기에 복직했다. 손태환 교수와 홍근철 교수는 늦게 이사회에서 통과되어 2006년도 1학기부터 다시 강단에 서게 되었다."

- 몇 년 만에 다시 학교에 돌아오시게 된 것인가?

"꼭 16년에서 두 달 모자란다."

- 다른 분들은 부교수, 교수 직함을 가졌던데, 왜 초빙교수로 학교에 오시게 되었나?

"정년이 지나 할 수 없이 '초빙교수'로 학교에 오게 되었다."

▲ 다시 강단에 서게 된 왼쪽부터 이원우교수, 임은순 교수, 홍근철 교수, 이종일 교수, 손태환 교수, 김동우 교수     © 임순혜

- 수업은 몇 시간이나.

"영어영문학과에서 영어음성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일주일에 9시간을 맡았는데, 3학년과 4학년 학생이 대부분이다. 새 학기 시작하기 며칠 전에 이사회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수업시간이 적으나 다음 학기에는 수업 시간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예전 학생들보다 밝고 열심히 하려 하는 것 같다. 다시 강단에 선 것을 신기해한다. 수업에서 시청각 자료를 도와주고 있다. 학생들이 열심히 하려고 해서 나도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게 된다." 
 
- 세종대에 오기 전에는 어떻게 지내셨는지?

"다른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그동안 강의를 죽 해왔다. 그래서 강의가 어렵지는 않다. 타 대학에 강의를 나가면서 그림도 그리고 사물놀이도 배웠다. 주일에는 교회에 열심히 나갔다. 나름대로 16년의 세월을 뜻 있게 보냈다."
 
- 가족들이 기뻐할 텐데?

"딸만 넷이다. 세 명이 모두 외국에 있어 방학 동안에는 자주 찾아가 엄마 노릇을 하였다. 모두 기뻐한다."

"16년의 세월을 보상받아 기뻐"

- 세종대에서 다시 학생들과 만나게 된 감회는?

"캠퍼스에 다시 와서 기쁘다. 감명 있고 뜻 있는 새 삶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피곤하지도 않고 새로운 기분으로 연구해서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매일 든다. 알게 모르게 학교에 다시 오게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 지난 2월 9일 '세종개혁과 발전을 위한 동문모임'에 참석한 오영숙 교수     © 임순혜

- 오랫동안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하셨는데?

"그동안 강제로 해직된 것에 대해 복수하려는 마음을 가진 적 없다. 늘 학원 민주화 위해 옳은 일을 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 위해, 학교 위해, 보다 나은 방법으로 하려고 하였다. 좋은 결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 민주화보상심사위원회에서도 오영숙 교수님의 경우 민주화운동으로 인정 하셨다는데?

"저뿐만 아니라 이원일 교수, 홍근철 교수, 돌아가신 김형근 교수도 민주화 운동을 하다 해직된 것을 인정받았다. 오랫동안 불이익 받았던 것에 대한 명예 회복이 되었다. 이사회에서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돌아가신 김형근 교수에 대해서도 학교가 명예회복과 상응한 조치를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16년의 세월을 보상받아 기쁘다."

- 학생들도 교수님의 이력을 아는지?

"학생들도 다 아는 것 같다. 존경하는 눈빛을 보면 안다."

- 덧붙여 하고 싶은 말은?

"세종대가 안정되고 보다 민주화되는 식으로 발전하였으면 한다. 교수들도 보다 연구에 임하는 체제가 되었으면 한다. 학교에 다시 오니 과거와 다른 점도 있고 걱정스런 부분도 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구 재단을 의식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총장 선출이 진행되고 있는데, 예정대로 4월 초에 새로운 총장이 선임되어 세종대 민주화를 완성시켜 나갔으면 한다." 
 
▲ 세종대 광개토관 1206호 교수실에서 만난 황철민 감독     © 임순혜

한편, 2002년에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났던 영화예술학과 황철민(47) 교수도 조교수로 재임용되어 3월 1일부터 다시 학교 강단에 서게 되었다.

황철민 교수는 옥천 시민들의 조선일보 바로 보기 운동을 영화화한 다큐멘터리 <옥천전투>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할 것이 예상되자 스스로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났었다.

그 후 조각물을 고치라는 재단 이사장의 명을 거역한 '괘씸죄'로 재임용에 탈락해 학교 정문 앞에서 외로이 1인 시위를 벌인 회화과 김동우 교수를 담아, 세종대 재단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를 제작하여 세종대 민주화를 촉발시켰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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