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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촌중 학부모, 골리앗 ‘GS건설’에 승리했다
법원, ‘학습권 보장’ 학교 주변 개발행위 중지 첫 사례, 공사 사실상 중단
 
임순혜   기사입력  2006/03/10 [11:34]
'원촌중학교학습권 보장을 위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원촌중 비대위)가 서울중앙지법에 GS건설을 상대로 낸 원촌중학교 학습권 보장을 위한 공사중지 건설 가처분 신청이 사실상 승소하였다.

'원촌중 비대위'는 1월 19일, 원촌중학교 1·2학년 학생 293여명이 철거공사 과정에서 나온 다량의 석면 검출, 통학로 제한, 소음 등으로 인해 학생들의 생명권 학습권 및 행복 추구권 침해, 수업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 인근 반포주공3단지 아파트 재건축 공사(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20-1번지 외 28필지, 2005년 11월14일 공사 시작)를 중지해 달라며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 3차례의 재판 끝에 판결을 받아냈다.
 
▲ 원촌중학교 학생들은 등하교 시 재건축 공사현장 가운데를 지나갈 수 밖에 없다.     © 대자보

3월 9일 민사합의50부(송진현 부장판사)는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평일 오전 8시∼오후 4시, 토요일 오전 8시∼오후 2시에 학교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 장소에서 아파트 재개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사실상 `공사중지'를 결정했다.

이것은 법원이 헌법적 권리인 `교육받을 권리'인 '학습권'을 근거로 학교 주변 개발행위를 중지하도록 결정한 첫 사례이고, 의미있는 결정으로 재개발이 진행되는 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강남 교육청이 '학부모비대위'의 교사 임시이전 요구에 임시이전 비용을 GS 건설에 요청한 문건     © 임순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사가 시작된 이래 학교 내 소음 수준이 학교보건법이 정한 기준을 초과한 데다 굴착공사가 계속될 경우 소음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사측이 학교 주변에 설치한 13m의 방음벽은 오히려 일조조망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이 공사로 통학로 대부분이 폐쇄되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적지 않고 임시교사 신축 등 여러 대안이 나올 수 있는데도 시공사측은 방음벽, 이중창, 공기청정기 설치 등의 조치만 취해 놓고 공사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공사금지 가처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원촌중학교 학부모들은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침해당하고 있다”학교이전을 요구하며 지난 2월 15일부터 무기한 단식을 벌였었다.     ©대자보

재판부는 "시공사는 방음벽에 벽화를 그려 분위기를 개선했다고 하나 학생들이 폐쇄감을 느낄 것으로 보이며 공사 현장에서 날아오는 먼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운동장이 아닌 실내체육관에서 체육활동이 이뤄져 학생들의 건전한 신체활동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격권적 기본권이므로 '어떤 형식으로든 수업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정당하고 적절한 방식과 내용으로 수업을 받을 권리'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 지난 2월 21일에는 함세웅 신부가 단식중인 학부모들을 찾아왔다.     © 임순혜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 3단지 재건축 공사는 총 사업비가 2조원이 넘는 90평형대의 대형아파트를 포함한 3400세대의 거대한 규모의 공사로 공사와 관련, 석면문제가 대두되었고, 3면이 모두 건축공사장에 싸여 있으며, 남쪽 사평로는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기존 통학로는 모두 폐쇄, 임시 구름다리가 유일한 통학로여서 등·하교시 어린 학생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 원촌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난 2월 14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대자보

지난 2월 24일에는 원촌중학교의 공사장 내 학교 존치문제를 이인영 의원을 중심으로 43인의 국회의원이 관심을 갖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물론 관련 법률 개정 등 입법화 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의원들은 '원촌중학교 사태 해결 촉구 및 어머니들의 단식중단 호소 기자회견'을 갖고 2월 15일부터 10일 동안 학부모들의 단식농성을 풀게 한 바 있다.

김정신 '원촌중 비대위' 학부모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돈이 귀한가? 사람이 중한가? 에서 사람이 돈보다 더 귀중하다는 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생각한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아이들의 학습권, 건강권, 행복추구권이 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무시되어 왔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학생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인영 의원, 권영길 의원을 비롯 43명의 국회의원들이 약속한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 지난 2월24일, 43인의 국회의원을 대표하여 제도 개선을 약속하며 단식중단을 호소하는 제종길 의원, 이인영 의원, 권영길의원     © 임순혜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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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3/10 [11: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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