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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에 라칭어 추기경, '베네딕토 16세'로 즉위
교황청 신앙교리 담당으로 초보수적 입장 견지, 친나찌 경력 논란도
 
김한솔   기사입력  2005/04/20 [01:49]
콘클라베 이틀째, 마침내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와 함께 교황 선출을 알리는 종소리도 들렸다. 이어 독일의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이 19일 265대 교황에 선출됐음이 알려졌고, 새 교황은 교황의 즉위명으로 '베네딕토 16세'로 명명했다.
 
라칭어 추기경은 교황으로 선출된 뒤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순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교황으로서 첫 축복을 내렸다.
 
그는 "형제자매들이여, 위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추기경들이 신의 일터에서 일하는 어리석고 보잘것 없는 나를 선출했다"며 "나는 여러분의 기도에 내 자신을 맡긴다"고 말했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든 수천 명의 순례자와 관광객들은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교황이여 영원하라"를 외치며 환호했다.
 
요제프 라칭어(78) 추기경은 교황 선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시작되기 전 가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 인물이다. 라칭어 추기경은 오랫동안 교황청의 신앙 교리를 담당했으며, 초보수적인 교리해석으로 가톨릭 교회에서도 `신의 로트와일러(독일산 맹견)'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강경 보수파로 꼽혀 왔다.
 
라칭어 추기경은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 중 하나였으며 콘클라베 기간에는 교황 선출 추기경단 의장으로 활동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동성애, 이혼, 인간복제를 전통적 윤리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에 반대하는 등 종교적 관점에서도 보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라칭어 추기경은 가톨릭이 세계 곳곳에서 세속주의 및 타종교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만큼 정통 원리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가톨릭 보수파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반면 라칭어 추기경은 고령과 초보수적인 관점으로 인해 반대파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요한 바오로2세가 재위 26년 간 많은 업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보수적인 노선으로 일관해 가톨릭 개혁에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 콘클라베 전후로 라칭어 추기경이 10대 시절 독일 나치의 청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Hitlerjugend)에 가입한 전력이 불거져 교황 자질을 둘러싼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콘클라베 전에는 가톨릭의 분포와 인구비례에 따라 중남미에서 선출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어 브라질의 클라우디오 우메스 상파울루 대주교 등이나 인종간 화합차원에서 프란시스 아린제 나이지리아 추기경이 뽑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역대 어느 콘클라베 보다 구설수가 많았다.
 
라칭어 추기경도 이를 의식, 지난 13일 유럽의 기독교적 전통을 되돌아보라는 내용을 담은 저서를 출간했으며 콘클라베 개시일인 18일 오전 특별 미사를 집전하면서 교회의 절대적 진리를 수호할 인물을 교황으로 선출할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콘클라베가 정치색을 띄며 과열된 분위기로 흐르자 라칭어 추기경 팬클럽 사이트(http://www.ratzingerfanclub.com/)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그는 1927년 독일 출생으로, 뮌헨 대주교를 역임했으며 1977년 비교적 젊은 나이로 추기경에 서임된 이래 1981년부터 신앙교리성 수장, 2002년 추기경단 수장이 됐다. 20년간 신앙교리성 장관을 지내며 요한 바오로 2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강경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교황의 역할은]
 
교황은 전 세계 11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규정되며, 로마의 주교이며 바티칸의 주권자이기도 하다. 또한 교황은 '수위권'이라 하여 모든 사제와 신도에 대해서 완전하고 보편적인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 이는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황의 결정은 '오류가 없다'는 '무류성'이 교리로 인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교황은 종교적으로 미사를 집전하고 각종 메시지를 전파하는 임무를 맡으며, 추기경과 주교를 임명하고, 대사를 파견해 교회의 신앙과 규율이 준수되도록 주재국 교회를 보호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교황은 외견상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에 머물고 있지만 그 잠재력과 영향력은 국경과 종교를 뛰어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가톨릭 신자의 절반을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현실에 맞춰 교회 성직자단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와 에이즈 확산에 따른 콘돔 허용 등 성에 관한 문제, 생명공학과 의학 발전에 수반된 윤리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 등도 새 교황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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