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정 "김종훈이 재건축 훼방"‥김 "박원순 안 만나줘"
김종훈, 발언 대부분 써온 '원고' 보며 책 읽듯‥"본인 생각 맞아?"
 
취재부   기사입력  2012/04/05 [19:14]
강남선관위 주최 TV토론회서 '날선 공방'
 
▲4월 3일 강남 케이블TV에 방송된 선관위 주최 후보자 토론회 장면. 정동영 후보가 카메라나 상대 후보를 바라보면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간 반면, 김종훈 후보는 대부분의 질문과 답변을 미리 써 온 원고를 보면서 마치 주민들에게 책을 읽어주듯 발언해 대조를 이뤘다.     ©강남케이블TV
          
            [동영상] 정동영-김종훈 강남선관위 TV토론
 

정동영 "MB 노선대로 계속 갈 것인가? 대한민국 진로 바꾸기 위해 왔다"
김종훈 "한미FTA 부인한다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

 
지난 4월 3일 저녁 7시30분 강남 케이블TV에 방송된 강남 선관위 주최 후보자 초청 토론회. 이날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는 90분 동안 날 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두 후보의 토론 스타일은 사뭇 달랐다. 정동영 후보가 카메라나 상대 후보를 바라보면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간 반면, 김종훈 후보는 대부분의 질문과 답변을 미리 써 온 원고를 보면서 마치 주민들에게 책을 읽어주듯 발언해 대조를 이뤘다.
 
정동영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여기 와서 자주 듣는 말이 '왜 강남에 왔느냐'는 얘기"라며 "전주에 출마하면 편안한 선거를 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을은 가치의 전쟁터"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노선대로 앞으로도 계속 5년 10년 20년 갈 것이냐, 아니면 세상을 바꿀 것이냐. 강남구민들도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 중심으로 가치를 바꿔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선거는 심판"이라며 "최근 우리의 재산을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민간인 사찰의 몸통과 머리통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강남구민과 국민들이 심판하는 날이 바로 4월 11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이명박 대통령이 몸통으로 드러나면 닉슨처럼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김종훈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지난 37년 동안 국가 공무원으로 봉직하다 선거에 나와서 많이 서툴다"며 "그렇지만 그간에 말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고 반대만을 일삼는 구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좌절이 매우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것을 다시 희망으로 소생시키는 데 내가 굳은 다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FTA를 부인한다면 대한민국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건국 이래 기본 가치인 민주주의, 인권 존중, 시장경제 그리고 국가 안보를 지키고 키워 가겠다"고 밝혔다.
 
김종훈 "정치인 부정부패 많이 좋아지고 있다"
정동영 "강남을 새누리당 의원이 부정부패로 의원직 상실, 양심 있다면 후보 안 냈어야"

 
첫번째 공통질문은 '정치인의 부정부패 방지 대책'이었다. 김종훈 후보는 "기성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냉철히 보면 60~70년대에 비해서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많이 노력해 가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는 "정치인의 알선·수재 부패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정치인이 이곳 강남을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이었다는 사실에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이는 지난 총선에서 강남을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공성진 의원이 골프장 업체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작년 6월 대법원 선고(징역 8월·집행유예 2년)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중도에 낙마한 사실을 겨냥한 것이다.
 
정 후보는 "새누리당이 양심이 있는 정당이라면 이번에 후보를 안 냈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정동영 "재벌천국 만들어 놓고, 중소기업 보호 무슨 의미 있나"
김종훈 "시장 경쟁으로부터 보호 아닌 부당한 횡포로부터 보호"

 
정 후보는 중소기업 육성 및 보호 정책과 관련해 '재벌개혁'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재벌들의 계열사가 두 배로 폭증했고, 30대 재벌이 꽃집·빵집·순대·문방구·구내식당 등 안 하는 게 없을 정도로 재벌천국, 재벌공화국을 만들어 놨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번에 새누리당 공천도 재벌 대기업을 대변하는 후보들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는 "중소기업은 시장 경쟁으로부터 보호가 아닌, 부당한 횡포로부터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후보는 또 자신의 선거공약과 관련해 "국회의원은 두 가지 역할이 있다. 하나는 지역구를 대변하는 역할이고 또 하나는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역할이다. 어느 한 가지만 달랑 들고 나와 국회의원 할 수는 없다. 전반적인 국정 철학과 비전이 필요하다"며 거시 전략으로 5대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재벌개혁과 노동민주화를 강조했고, 강남구민들을 위해선 주거 문제와 사교육 문제 해결을 공약했다.
 
정동영 "박원순 시장과 재건축 해결하는데, 김종훈이 훼방놓고 있다"
김종훈 "박 시장이 정동영은 만나고, 나는 안 만나주고 있다"

 
정 후보는 특히 개포동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 "국회의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결제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정동영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그것은 박원순 시장과 주민들 간에 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리를 놓기 위해서 그동안 개포동 주민들 집에서 매일 밤 같이 자면서 많은 걸 배웠다"며 "주민과 서울시가 절충해서 서로 윈-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실제로 박원순 시장과 만나서 개포지구 방문과 재건축 절차를 빨리 진행하도록 만들었고, 4월 4일로 예정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개포 문제가 상정돼 순차적으로 진행될 판이었다"며 "그런데 김종훈 후보가 이걸 관건선거로 몰아붙여서 서울시가 선거 이후로 후퇴했다. 대신 박원순 시장은 3월 30일 주민 대표들과 만나줬고, 선거가 끝나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김종훈 후보가 재건축 문제 해결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김종훈 후보가 앞으로 훼방꾼으로 남을 것인지, 협력자로 남을 남을 것인지 분명히 대답하라"고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재건축은 시급히 진행돼야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 문제에 규제를 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방지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김 후보는 강남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 어떤 역할도 못하고 있다"며 "법규 개정도 김 후보는 새누리당에서 한미FTA 방어 때문에 공천했고 당선되면 외교통상통일위원회로 갈 텐데, 재건축 문제는 국토해양위원회 소관이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일을 그렇게 법규만으로 좌지우지할 수도 없다"며 실현 불가능성을 꼬집었다.
 
이에 김 후보는 "정 후보가 다리를 놓은 역할을 열심히 하신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나도 다리를 놓을 수 있다. 내가 서울시장을 면담하고 나도 드릴 말씀이 있다고 요청을 했다. 그런데 아직 만나지 못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결자해지해야 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본인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스스로 밝힌 대로) 사실 서울시장도 맘대로 만날 수 없는 입장 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재반박했다.
 
정 후보는 또 재건축 이후 발생할 과밀학급 대책과 관련해 "개포동의 옛 일본인 학교 부지에 공립 혁신학교 즉 핀란드식 대안학교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당선되면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시장의 협력을 얻어서 그런 방식으로 과밀학급난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 정동영 후보는 사교육 해소를 위해 '비교과 영역 대폭 축소', '입학사정관제 폐지'를 공약했다. 반면 김종훈 후보는 안전한 학교 만들기와 학생·학부모가 담임을 선택적으로 고를 수 있는 '담임 선택제' 도입을 제시했다.
 
정동영 "노인연금 18만원 지급 제안에 찬성하겠느냐"
김종훈 "찬성하겠다. 대신에 한미FTA도 찬성해달라" 황당 발언

 
토론 중에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정동영 후보가 "65세 이상 어르신들한테 노인연금 1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찬성하겠느냐"고 질문하자, 김종훈 후보는 "찬성하겠다. 그 대신에 한미FTA도 찬성해달라"고 답변했다. 그동안 정 후보의 이런 보편적 복지 정책을 '퍼주기식 복지'라며 누구보다 앞장서 반대해 온 게 새누리당이었다. 그런데 김 후보가 토론 중에 표를 의식해 이를 찬성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러자 정 후보는 "김 후보가 방금 노인연금 18만원 지급에 찬성한다고 했으니, 새누리당에게도 찬성하도록 입장을 전달해 달라"고 당부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러나 김 후보는 뒤에 이어진 교육 분야 질의·응답에서 "유럽식 복지는 큰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후보는 또 김 후보가 MBC <100분 토론>에 이어 YTN 토론 등을 잇따라 거부한 것을 지적하며 "강남 주민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것이거나, 아무런 철학과 소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따져 묻고 TV토론에 나와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김 후보는 "만나봐야 할 주민들이 많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김종훈, 대부분 원고 보며 국어책 읽듯 답변
정동영, 원고 없이 구체적 사례·수치 제시하며 달변

 
이날 토론회에서 김종훈 후보는 대부분의 질문과 답변을 미리 써 온 원고를 보면서 마치 책을 읽듯이 말했다. 원고에 적혀 있는 내용이 진짜 본인의 생각인지, 이해는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원고를 읽다 보니 내용이 길어서 한번에 다 답변을 못하고, 두번째 답변에 이어서 읽어가기도 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자기 생각을 풀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새누리당 텃밭인 강남을에 출마하면서 지역 최대 현안인 재건축과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정동영 후보보다 오히려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었다. 강남지역 개발 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치 국토해양부 보고서나 모델하우스 홍보 책자를 읽는 듯한 인상이었다.
 
반면 정동영 후보는 모든 질문과 답변을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상대 후보를 돌아보면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나갔다. 재건축 문제와 교육 대책, 수서 KTX 역세권 개발의 문제점 등 강남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김 후보보다 치밀했다. 37년 공직생활을 한 김 후보보다도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전문성과 달변을 선보였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2/04/05 [19:1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