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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운명 뒤바뀐 '위기의' 민주노동당
[기자의눈] '대선승리' 외친 1년전 창당대회 이후…민노당의 기로는?
 
이석주   기사입력  2008/01/30 [12:00]
# 2007년 1월30일 민주노동당 7주년 창당기념대회
"'와신상담'(臥薪嘗膽)…우리는 2007 대선승리를 향해 달려간다" (문성현 당대표)
 
# 2008년 1월30일 민노당 비상대책위원회 10차 회의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길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심상정 대표)
 
당의 운명이 뒤바뀌는데는 채 1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확히 1년 전 1월30일이었다. 300여명의 내외빈과 함께 대선 승리의 필승 의지를 천명했던 민주노동당이었다.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당의 일곱 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창당기념대회를 통해서였다.
 
비록 당시에도 민노당의 발자취가 '탄탄대로' 였던건 아니었다. 교섭단체를 꾸리지 못한 '군소정당'으로서의 난관, 7주년 창당기념대회 이전에 터진 이른바 '일심회' 사건, 비정규직 보호법안 및 노사관계 로드맵 통과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노동계 안팎의 곱지않은 시선 등등.
 
▲지난2007년 1월 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노당 7주년 창당기념식 모습. 당시 민노당은 대선을 11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와신상담'이라는 말로 필승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 민주노동당

하지만 현실정치력 부족 등 '아마츄어 정당'이라는 정계 안팎의 비아냥 속에서도 민노당은 2007년 초 부터 한미FTA 반대 투쟁을 당론으로 채택, 최소한 서민들과 민중들에겐 "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다 줄 유일무이한 정당"으로 각인돼왔다. 
 
의원 개개인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해왔다. 한미FTA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노동자, 농민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한나라당과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자리에는 권영길 의원이 있었고, 서민들을 위한 자리엔 노회찬 의원의 '촌철살인'이 빠지지 않았다.
 
이후 1년이 흘렀다. 대통령 선거라는 거대한 폭풍도 지나갔다. 30일 민노당은 8주년 창당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작년과는 판이하게 다른 기념식 장소가 현 위기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향후 활동에 대한 필승 의지는 없고, 당의 존립 자체를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월3일 임시 당대회, 민노당 존폐 가늠할 척도될 듯
 
실제로 이날 오전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의 진로에 우려의 뜻을 전하며 "8주년을 맞는 민주노동당 앞에 두 갈래 길이 놓여있다. 하나는 국민 들 속에 성큼 다가가는 길이고, 또 하나의 길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길이다"고 말했다.
 
최대 위기에 봉착한 민노당의 현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남겼다. 그는 "우리 당원과 대의원 동지들은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희망으로 거듭나는 혁신의 길을 선택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정파간 거리재기는 혁신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2월3일 임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노당은 그간 최대 문제로 인식됐던 종북주의 탈피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심회' 사건 연루자들에 대해 제명 조치를 내리는가 하면, 북한을 향해 공식적으로 "민노당에 대한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할 정도다.
 
당의 '색깔'을 완전히 빼겠다는 의도다. 더욱 구체적으로 보자면, 당내에서 성역이나 다름없었던, 또한 다수파인 자주파가 강력히 추종해왔던 북한에 대한 비판을 공식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자주파 측이 당장 "당의 혁신안을 처리할 임시 전당대회 이전에, 민주노총 등과 함께 이에 반대하는 수정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도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혁신안 처리를 자신에 대한 신임 여부와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혁신안 통과를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여기에 노회찬 의원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심상정 대표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결국 이번 주 열리는 임시 당대회가 민노당의 존폐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가 모래톱 위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면, 노 젖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짐작컨대, 1년 전 민노당 지도부 역시 1년 후의 이같은 분열 사태를 예견치는 못했을 것이다. 당시 의기투합의 정신으로 어깨동무를 같이한 진보진영의 시민단체들 마저 극심한 내홍에 빠진 민노당을 비판할 정도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민주노동당이 오는3일 임시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노동당

종북주의만 놓고도 한쪽에선 "국민들에게 실질적 진보정치를 펴기 위해 기존의 당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종북주의를 청산하겠다는 주장은 평등파의 분당 명분을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첨예한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은 민노당을 넘어 진보진영 전체에 등을 돌리고 있다. 그 이유는 심사숙고하지 않아도 쉽사리 알 수 있다. '영어 교육 찬반논란'과 '경제살리기' 등에 여력이 없는 일반 국민들이 '군소정당' 안에서의 이념논쟁을 주의깊게 보진 않을 테니 말이다.
 
이와 관련, 심 대표는 이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비대위 혁신안을 둘러싸고 과거 주관주의, 패권주의 방식으로 제기되는 논란은 당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말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민주노동당이라는 배를 서민의 바다 속으로 힘차게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배가 움직여야만 노 젓는 일이 의미가 있습니다. 배가 모래톱 위에 걸려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면 노 젖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1년 전 민노당 문성현 대표의 표현대로, 현존하는 당명 중 가장 오래된 이름을 갖고 있는 민노당이 당의 간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이름의 간판으로 나눠질지, 임시당대회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우려는 그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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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30 [12: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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