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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도시락과 타워팰리스 땅부자
[시론]소수의 땅부자가 판치는 사회, 소득양극화가 대한민국을 질식시켜
 
이태경   기사입력  2005/01/12 [15:54]
일찍이 토마스 모어는 엔클로져 운동이 한창이던 중세 영국의 시대상황을 빗대어 "양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당시 영국의 지주들은 양모를 얻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소작농들을 축출했다. 자신의 땅으로부터 쫓겨난 소작농들은 유리걸식하며 비참하게 연명했다.
 
그러나 이들이 구걸로 생계를 해결하는 것도 이내 불가능하게 되었다. 국가에서 구걸을 엄단하는 법률이 제정된 이후 이를 어긴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혹한 처벌이 집행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거지가 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후 영국에서 합법적인(?)거지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05년 겨울 대한민국의 사정은 엔클로져 운동이 횡행했던 중세 영국과 많은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사점도 있는데 중세 영국에서 양이 사람을 잡아 먹었듯이 2005년 대한민국에서는 땅이 사람을 잡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토지과점은 소득양극화의 주요원인이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소득양극화는 점점 악화되어 이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표현으로는 잘 실감이 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지난 1년 간 국내에서 발행된 일간신문 사회면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거기에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아이와 함께 투신자살한 어머니, 질병에 영양실조로 사망한 아이, 난방비를 아끼려다 질식사한 노부부의 이야기 등 엽기적이기까지 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사회면을 일별(一瞥)했으면 이제 경제면을 천천히 훑어보라! 경제면에는 종토세 납부대상자 중 100만원 초과 납부 대상자가 13만명에서 17만명으로 무려 30% 증가했다는 기사, 가계의 국외 소비지출 비중이 총 가계소비지출 비중의 3%-금액으로는 물경 8조가 넘는다-를 최초로 넘어선 사실, 백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기사, 수출이 사상 최대의 호황이라는 기사 등으로 넘쳐난다.
 
같은 나라에서 동일한 시기에 발생한 사건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조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더욱이 매우 기이한 것은 수출이 사상 최대의 호황이고 경상수지 흑자는 차곡차곡 쌓여만 가는데 빈부의 격차가 나날이 늘어만 간다는 사실이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원인에 대한 진단도 분분(紛紛)하다. 혹자는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가 빈부격차의 가장 큰 원인임을 지적하기도 하고 혹자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문제라고 하며, 혹자는 성장의 과실을 대기업이 독식하는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분석들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으며 분명 위에서 열거한 원인들이 일정정도 빈부격차 혹은 소득양극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원인이외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소득양극화 현상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것은 어찌된 연유일까!
 
한겨레신문의 기획기사 『양극화, 또 하나의 분단을 넘어』가운데 「땅이 가난을 만든다」(2005. 1. 5자)라는 기사는 위와 같은 생각이 결코 근거없는 것이 아님을 실증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공시지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초 우리나라의 땅값은 1829조원이다.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76%니까 실제 땅값은 2407조원 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는 2003년 국내총생산(GDP) 721조원의 3.3배에 이르는 것이다.
 
… 지난 2000년 전국의 토지가격은 2027조원이었다. 2004년 초까지 4년 동안 땅값은 무려 380조원이나 늘어났다. 연평균 95조원씩 늘어난 것이다. 2000~2003년 사이 연간 국내총생산은 평균 651조원이었으니, 그 사이 땅을 가진 사람들은 해마다 연간 국내총생산의 15%를 벌어들인 셈이다.
 
땅을 국민들이 골고루 소유하고 있다면 땅값이 얼마나 오르든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땅의 소유가 소수에게 집중돼 있을 때, 땅값 상승은 심각한 분배의 왜곡을 부를 수밖에 없다.
 
1996년 나온 한 연구결과를 보면 93년 현재 우리나라의 땅은 상위 1%가 전체의 23.7%(가격기준)를 갖고 있고, 상위 5%가 전체의 44.2%를 갖고 있다. 상위 10%는 55.9%, 상위 20%까지 확대하면 이들이 우리나라 땅의 69.7%를 소유하고 있다.
 
… 이런 소유구조 아래서는 땅값이 10%만 올라도 토지 소유 상위 5%의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105조9천억원을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총생산(721조3천억원·2003년)의 14.5%에 이르는 돈이다.
 
땅에 비하면 주택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주택 소유의 편중도 매우 심한 편이다. 지난 2003년 말 행정자치부가 2002년도 재산세 과세자료를 바탕으로 세대별 주택보유현황을 파악한 결과를 보면, 주택소유 총세대수는 832만 세대로 이중 2채 이상의 집을 가진 세대가 276만 세대에 이른다. 다주택 보유자들은 평균 2.95채를 갖고 있다. 
 
… 땅과 집의 소유 편중은 가격 상승과 함께 빈부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놓는 핵심 요인이다. 대규모 농지를 독점한 채 소작인들에게 농지를 빌려주고 소작료를 받아먹고 살던 대지주는 사라졌지만, 우리나라 땅의 절반을 소유한 채 가만히 앉아 엄청난 불로소득을 누리는 현대판 지주들은 지금도 존재한다. 땅값, 집값이 들썩거릴 때마다 한국은 이들 ‘지주의 나라’가 된다.
 
위의 기사가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소득양극화의 주요한 원인-어쩌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르는-은 소수의 사람들이 토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지대 (地代)와 지가 앙등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독차지하는데 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주변을 둘러보길 바란다! 주위의 부자들 중 십중팔구는 땅부자, 집부자 일 것이다. 한마디로 땅부자, 집부자가 분배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형국이다. 토지가치의 상승은 오로지 공동체의 기여인데도 불구하고 그 혜택은 거의 전적으로 한줌의 토지소유자들에게 귀속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인 것이다. 
 
상황이 한층 나쁜 것은 부동산 보유세율이 고작 0.1%에 머물러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할 뿐만 아니라 누구나 부담없이 부동산 투기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세원(稅源) 중 부동산관련 세금은 지나치게 낮고 그나마 양도소득세 등의 거래세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실정이다.
 
지금과 같이 보유세율은 턱없이 낮고 거래세율만 높은 경우 대토지소유자와 다주택소유자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부동산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는데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못하는 반면에 거래는 위축되어 부동산 가격은 경향적으로 상승하게 마련이다.
 
참여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을 세워야
 
사정이 이러함에도 부동산 보유세율을 현실화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의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되어 이제는 거의 형해화(形骸化)된 느낌을 주고 있다. 참여정부의 경제관료들과 대통령은 지금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는 듯 한데 부동산 시장을 보면 이러한 목적은 어느정도 달성된 것 같다.
 
그러나 일견 안정된 듯이 보이는 부동산 시장은 활성화 될 기미만 보이면 언제라도 투전판으로 변할 화약고와도 같다. 수백조에 이르는 부동자금은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기회만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또한 안정화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는 집값과 토지가격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주변의 아파트 가격조차 평당 1000만에 육박하거나 상회하기 일쑤인데 이러한 가격은 대다수 근로자들이 평생을 모아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소득양극화 시정을 위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참여정부의 인식이 고작 이런 수준이라면 소득양극화 시정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여전히 땅이 소득양극화의 근본원인이라는 안목은 찾아볼 수 없다. 토지과점과 그에 따른 폐해를 바로 잡지 않은 채 시행하는 각종 대책은 효과가 미미하거나 부작용을 나을 것이 자명하다.
 
무역수지 흑자가 쌓여가도, 사회 구성원들이 아무리 많은 부를 창출해내어도 이러한 부가 땅값과 집값 상승으로 흡수되고 소수의 대토지 소유자와 다주택 소유자들이 그 이익을 독식한다면 빈부격차는 심화되어 가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경제관료들은 땅이 소득양극화의 근본원인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보유세율을 현실화시키는 등의 근본적인 조세개혁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그 방법만이 극심한 빈부격차로 폭발직전인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고 차후에 도래할 경제적 파국을 막는 길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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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1/12 [15: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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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ㅇ 2005/01/12 [23:51] 수정 | 삭제
  • 여보세요/"있읍니다"가 뭡니까?.맞춤법 새로 바뀐지가 언젠데
    아직도 있읍니다로 쓰는 사람도 다 있습니까?.10년도 넘었는데...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이 뭔지나 아세요?..쯧쯧,,,
  • 복덕방업자 2005/01/12 [23:44] 수정 | 삭제
  • 2003년 김진표 식 10.29 대책을 기억하는가?
    선언적 의미로 추진햇다가 용두사미만 되버린 부동산종합대책. 지금 남은 것이 뭔지 아나? 최소한 복덕방업계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어더한 말도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도 없이 이리저리 비틀비틀 해서 남은 것은 무대책이 대책인 부동산대책 박에 없게 됐다. 노빠들은 마무데나 나서지 말길,...
  • 여보세요 2005/01/12 [20:15] 수정 | 삭제
  • 그러니 그 얼마 안되는 세금을 낮출려고 하는
    지역의회의 이기주의가 판을 칠때 그때 좀 나서서 비난하시지요~~

    하도 저것들이 나서고 수구언론들이 지랄하니 전년도의
    50퍼센트만 오르게 해놨잖아요

    왜 맨날 허구헌날 노무현정부만 씹어요?
    좀 저런 수구족벌언론들과 이기주의 지방의회좀 씹고 그래요.

    노무현 욕하기보다 노무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지지좀 해주세요
    더 후퇴하지 않게 말입니다

    혼자 독야청청 잘난듯이 떠들지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