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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세계5강 (9)] 세계 경기둔화, 우리에겐 기회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 된다.ba.info/css
 
최용식   기사입력  2002/09/26 [04:40]
2.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리에겐 기회이다

언론의 비관적 보도나 비관적 사회분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마냥 지켜보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각자가 슬기롭게 극복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2000년 연초부터 국내 언론은 우리나라 자동차업계가 조만간 무너질 것처럼 보도하기 시작했었다. 메이저 자동차회사들이 기업사냥과 짝짓기에 나서고 있으므로, 기술수준도 낮고 품질도 낮은 우리 자동차업계로서는 이제 설자리조차 잃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오히려 공격적인 전략을 더욱 강화했다. 보증수리기간을 늘리고 가격까지 올리는, 어찌 보면 망하려고 작정한 듯한 짓을 저질렀다. 그렇지만 이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승용차시장 점유율이 2000년 2.6%를 기록한 이래, 2001년에는 3.4%, 2002년 8월까지는 5%를 넘겼을 정도이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승용차시장 점유율 (단위 : %)
연도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8
점유율 1.3 1.4 1.1 1.9 2.6 3.4 5.1
자료 : 현대자동차 홍보실

남이 죽었다고 나까지 따라 죽어서는 안된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국내 언론들이 미국경제가 어렵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미국언론을 대신해서 우리 언론이 미국경제를 걱정해주고 있는 꼴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우리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보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미국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 경제에 위기가 아니라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것이 경제원리에 맞는 얘기이다.

경기가 호조를 지속할 때는 일류 브랜드 제품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때에는 중급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나 기업은 좀처럼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이미 상표력을 쌓은 잘 알려진 일류 제품이 계속 선호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기가 침체로 돌아설 때는 중급제품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생활수준을 유지하자면, 가격이 좀 싼 중급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품질만 우수하다면 브랜드는 따지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 중급제품도 일류제품으로 올라설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일본은 1970년대 초반까지는 일류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그저 중급제품이나 수출하는 나라였다. 그러나 1970년대 초와 1980년대 초의 두 차례 석유파동이 일본경제에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석유파동으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닥치자, 미국과 서구에서 일본제품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었다. 그리고 일본제품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은 일본제품이 상표력만 뒤쳐질 뿐,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경기가 회복된 다음에도 일본제품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일본은 제품가격을 다른 선진국의 일류제품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만약 석유파동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닥치지 않았더라면, 일본의 선진국 진입은 훨씬 늦어졌을 것이며, 지금처럼 세계 최고수준의 소득을 자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회가 찾아온 것이며, 현대자동차는 이런 기회를 제대로 살린 성공적인 사례이다. 그외에도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들이 그 기회를 잘 살려가고 있다. 최근의 우리나라 수출동향이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금 비교적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해외경제 여건은 어느 때보다 유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경제는 경기침체에서 연초에 잠시 벗어나는 듯하다가 다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유럽도 경기후퇴가 점점 깊어지는 양상이다. 일본은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줄을 모르고, 중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외환위기에 빠져 있거나 직면해 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환율마저 비교적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위와 같은 악조건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은 최근 몇 달 사이에 모처럼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한 때부터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금년 1/4분기까지는 환율은 오르는데 수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졌었으나, 환율이 하락으로 돌아선 4월부터는 수출이 오히려 증가하기 시작했다.

4월 평균환율은 1,319원으로 떨어졌는데, 수출증가율은 8.9%를 기록했고, 5월 평균환율은 1,266원으로 떨어졌어도 수출은 6.9% 증가했으며, 6월에는 평균환율이 1,224원으로 떨어졌지만 수출증가율은 0.1% 등을 기록했다. 월평균 환율이 1,200원 대 아래로 떨어진 7월에는 수출증가율이 근래에 보기 드물게 높은 19.4%를 기록했고, 8월에는 20.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02년 월평균 환율과 수출증가율 추이 (단위 : 원/달러, %)
월별 1 2 3 4 5 6 7 8
평균환율 1,318 1,319 1,323 1,319 1,266 1,224 1,185 1,196
수출증가율 -9.9 -17.4 -6.1 8.9 6.9 0.1 19.4 20.4
자료 : 한국은행, 주요경제지표 2002년 9월호

해외시장의 경기가 침체되고 환율마저 떨어지고 있는데,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물론 2001년 수출증가율이 -12.7%나 기록할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던 반사적인 영향도 있다. 그리고 수출증가율이 달러로 표시된 면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 물량기준으로도 수출이 증가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중급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세계 일류제품을 생산하는 나라로 발돋움한 일본이 이룩했던 성과를 우리나라 경제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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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21세기 경제학연구소 http://www.taeri.org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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