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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진의 깐느통신] 한반도 물류기지 대망론
 
민경진   기사입력  2002/09/26 [01:39]
오래 전에 대한항공기가 무르만스크란 곳에서 소련 전투기의 기총소사를 받고 강제착륙당한 적이 있습니다. 지도에서 찾아보면 알지만 이곳은 거의 북극과 러시아의 경계에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12시간 정도면 단번에 갈 수 있지만 유럽 주재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에는 무려 스무 시간이 넘게 비행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유럽이었습니다. 노태우 정권의 북방외교로 소련과 외교관계가 수립되기 전이어서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최단노선을 이용하지 못하고 굳이 앵커리지를 경유해 북극을 넘어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통과해야 했던 것이죠.

지금 편하게 유럽으로 배낭여행 가는 젊은이들은 대한항공기가 유럽으로 향하는데 왜 무르만스크 상공에서 기관총을 맞아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긴 당시는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못했으니까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입니다.

{IMAGE1_RIGHT}인천공항은 유럽과 미국의 중간지점인데다 일본과 중국이란 거대경제권의 또한 중간지점이어서 물류기지 하기에는 딱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인천공항 개항 때 CNN이 FedEx 아태지사장과 인터뷰를 했는데 자기회사의 물류기지로 영종도가 최적이라고 하더군요.

언젠가 런던에서 서울로 오는데 옆자리에 영국 여자아이가 앉았습니다. 서울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행선지가 서울이 아니라 뉴질랜드라고 하더군요. 유럽에서 호주나 뉴질랜드를 가는 최단 노선이고 또 대한항공이 값이 싸게 나와 티켓을 샀다고 합니다. 미주지역에서는 대양주까지 직항노선이 있지만 유럽에서 갈 때는 반드시 경유를 해야 하는데 그때도 역시 영종도가 적지입니다.

중국의 푸동이나 홍콩 신공항은 그런 면에서 약간 입지가 불리한 편입니다. 강력한 경쟁자는 물론 일본인데, 일본은 땅이 부족해서 야단이죠. 나리타공항은 그곳 농부들과 수십 년 동안 거의 전투를 벌이다시피 해서 간신히 활주로 한 개를 확보했고 간사이공항은 바다를 매립하느라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인천공항과 착륙요금에서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거의 두 배 이상 차이가 나지요.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와 인도의 비행기 역시 한 번에 미국을 갈 수는 없으니 반드시 어딘가 경유를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사용료 비싼 일본의 공항보다는 영종도를 선택하겠지요. 한국의 여행객 처지에서도 인천공항이 아시아의 강력한 허브공항으로 부상한다면 많은 덕을 볼 수 있습니다. 항공사가 많아질수록 경쟁이 붙어 티켓 값이 떨어질 테니까요.

{IMAGE2_LEFT}한편 전 세계의 항공사가 보잉이 제안한 초음속기 대신 에어버스의 초대형 여객기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역시 우리로서는 희소식입니다. 콩코드 같은 초음속기로 4~5시간만에 대양을 건널 수 있다면 갈아 탈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굳이 허브공항이 필요 없지만 600인승이 넘는 초대형 여객기라면 항공사들은 한 비행기에 대양을 건너는 여행객을 모두 태운 뒤 허브공항에서 다시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중·소형 비행기로 갈아타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따라서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중국과 일본의 지방도시를 운행하는 국적기는 단순히 한국인 승객만을 바라보고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천공항이 생기기 전에도 일본의 중소도시 여행객들은 미국이나 유럽을 갈 때 나리타공항 대신 김포를 경유해 여행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가격도 싸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훨씬 더 편했기 때문이죠. 일본의 국내선 전용공항인 하네다에서 나리타공항까지는 교통체증이 없어도 버스로 2시간 가량 걸립니다.

어쨌든 영종도 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전 세계의 물류기지 노릇을 하기에 최적의 입지인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정책당국자가 얼마나 머리가 트이고 똑똑해 그에 걸맞은 인프라와 첨단의 운영노하우를 갖추느냐가 여부겠지요.

영종도만 해도 공항과 항구, 철도기지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경의선 연결은 당연히 필수고요. 주식 투자할 분은 앞으로 물류회사를 주목하십시오. D통운과 H택배 등 몇 개회사가 떠오르는군요.

jean  

* 필자는 [테크노 폴리틱스](시와사회, 2002)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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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9/26 [01: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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