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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 자본주의의 소름끼치는 자화상
[논평] 대구 4살 유아 아사(餓死) 사건에 대해
 
사회당   기사입력  2004/12/22 [01:50]
대구에서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4살난 아이가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아이는 지난 18일 오전 아버지 김모씨의 월세방 장롱에서 앙상하게 뼈만 남은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 왔으나 두달 전부터 일감이 떨어져 거의 수입이 없어 말 그대로 굶기를 밥먹듯이 해야 했다고 한다. 게다가 아이의 어머니조차 정신지체 장애인이지만 장애인 등록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들이 생존의 벼랑에 몰려 있었지만 국가는 기초생활보장도 해주지 않았으며, 장애인 등록도 해주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아이를 '후천성 성장발육저하'로 장애인 등록을 하려 했으나 동사무소에서는 병원에 갈 돈도 없는 부부에게 진단서를 끊어오라는 냉정한 답변만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번 사건의 정황을 보면 아이를 죽인 것은 부모의 무능력이 아니라 국가의 총체적 무능력이고, 복지정책의 총체적 부실이며, 나아가 극도의 실업과 빈곤을 양산하고 있는 한국 자본주의의 끔찍한 실상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비단 굶어죽은 4살 아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도 밥을 굶는 수십만명의 결식아동이 있고, 6만명이 넘는 미취학 아동이 있으며 이미 절대빈곤층이 천만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다른 한편에서는 하루에도 수천만원어치 ‘명품’을 사들이며 넘쳐나는 부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혀 다른 세상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살풍경 속에서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생명이 굶어 죽은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사회, 부자들은 아무리 쓰고 놀아도 부가 쌓이고 노동자, 서민, 빈민들은 아무리 먹고 살려고 발버둥 쳐도 끼니를 때우기도 힘든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의 처참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상황이 이런데도 성장우선 정책만을 들먹이며 노동자-빈민을 삶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정부의 부실-무능-무대책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 사건이 정부의 ‘무대책’ 빈민정책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잘못된 세상에 태어나 굶주림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한 어린 넋의 명복을 빈다.

2004년 12월 20일
사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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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2/22 [01: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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