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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님! 사회경제개혁 해법 있습니다
[논단] 민주주의 강화는 신자유주의 사민주의 아닌 토지보유세 도입으로
 
이태경   기사입력  2004/10/11 [09:21]
최장집 교수님!

건강하신지요?

집필과 강의로 얼마나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고 계십니까?

얼마전 교수님께서 계간 '아세아연구' 가을호에 기고하신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언론을 통해서 논문의 일부 내용을 접했습니다만, 전문(全文)의 내용이 자못 궁금해서 얼마 후 전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전문보기]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

비록 교수님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진보적 정치학자이신 교수님께 이처럼 무례할 수도 있는 편지를 보내고자 결심하게 된 계기도 교수님의 논문을 읽고 교수님이 품고 계신 고민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혹시라도 제가 전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오늘의 한국현실에서 대다수 일반 시민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생활의 질적 저하와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적, 인간적 피폐화만큼 큰 문제는 없다. … 이러한 경제적 변화가 초래하는 사회해체 효과는 더 파괴적인 것처럼 보인다. 끔찍한 살인 및 강력범죄의 급증, 가족동반자살이라는 비극적 형태를 포함하는 자살률의 급증, 세계 최고수준의 이혼율과 거꾸로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 등의 지표들은 사회해체의 급격함과 그 심각함의 일단을 드러낸다"

교수님께서는 위와 같이 이 논문의 모두(冒頭)에 한국사회의 대다수 일반 시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절망적인 현실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장집 교수의 역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휴머니타스
교수님께서는 이 논문에서 "그 동안 민주정부들의 경험을 통해, 여야당간의 갈등이 첨예하였던 정치적 이슈영역은 대체로 네 가지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며 "첫째 정치의 제도개혁을 둘러싼 이슈, 둘째 역사, 이념 및 가치, 정서적 문제를 둘러싼 이슈, 셋째 지역혁신체제의 추진과 같은 지역개발정책 분야, 넷째 사회경제적, 정치·경제적 이슈 영역"이라고 분석하시고 있는데 이러한 분석은 현상을 명확하게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현실적 삶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경제적 이슈가 다른 이슈들에게 밀려 최우선 순위로 자리잡는 것은 고사하고 중요 의제로 부각되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교수님의 문제의식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울러 "물론 기존의 지배적 담론을 당연시하면서 정치에 있어서도 경제문제가 최대 이슈라고(또는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문제인식에 즉각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그들은 한국사회의 사회경제적 이슈를 곧 경제성장의 문제와 동일시한다. 고용확대, 노사관계, 경제적 불평등의 완화, 복지의 증대, 빈곤문제 등을 포함하는 모든 사회경제적 문제들은 성장이 창출하는 넘쳐흐르는 효과(trickle-down effect)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빨리 성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집약된다. …이러한 일면적 경제성장관이나 독트린은 과거 권위주의적 산업화를 통해 신화가 되었고, IMF위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적 논리 기반을 통해 더욱 강화되어 사실상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라는 교수님의 지적은 현재 정부와 여야, 주류언론, 주류경제학자 및 관료들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성장 독트린에 대한 매우 설득력 있는 묘사라고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는 "민주정부에서조차 실제의 경제정책은 민주화 이전과 그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며 "기득권들이 가장 강력한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영역은 냉전반공주의도 아니고, 친일파 청산과 같은 역사적 가치의 문제도 아닌 경제와 관련된 이슈"라고 주장하고 계시는데 이러한 지적에도 거의 전적으로 공감을 표합니다.

또한 교수님께서는 이 논문을 통해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의 급속한 심화"를 걱정하시면서 사회통합을 중요한 가치로 강조했던 정치인과 언론들의 무책임을 질타하시고 있습니다. 물론 참여정부도 교수님의 날카로운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물론입니다.

특히 교수님께서는 "누가 사회경제적 이슈를 전면에 끌어낼 것이냐"고 자문한 뒤 "사회경제적 이슈는 갈등의 정도와 폭이 가장 큰 영역인데다, 강력한 부와 권력을 가진 기득권자들의 도전이 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먼저 투표자 다수의 지지를 통해 선출된 민주정부(노무현정부)가 이 이슈를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시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정부로 하여금 사회경제적 이슈를 끌어내기 위해서 정당과 시민사회, 헤게모니 영역 밖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교수님께서는 이 논문의 말미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군부권위주의라든가, 군주정, 귀족정과 같은 다른 경쟁적인 체제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다른 체제보다 보통사람들의 삶의 질의 개선을 포함하는 시민권의 확대와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해 이러한 가능성을 기대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와 신뢰는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시면서 "시민생활의 실질적 향상에 기여하도록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일이 민주정부의 책무라고 할 수 있음에도 오늘의 민주정부들이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 그리하여 민주정부들이 세계화의 조건하에서 보통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더 악화시키는 데 앞장선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해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정당들과 민주정부에 의해 정치적인 문제로 다투어지지 않는 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는 한 발짝도 진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교수님께서는 한국민주주의가 봉착한 위기의 근원을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찾고 있는데 이는 매우 뛰어난 통찰로 보입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에서 파시즘과 나찌즘이 발호하고 민주주의가 압살당한 까닭이 세계공황에 따른 것이었음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

주류언론과 한나라당 등에 의해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분배와 성장 등의 개념이 능욕당하고 있는 작금의 사정을 볼 때 교수님의 논문은 단연 빛을 발한다고 평가해도 지나친 상찬(賞讚)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의 논문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진단만 있고 처방이 없다는 점이지요.

물론 교수님께서는 이 논문에서 "그렇다면 노동과 복지문제를 포괄하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대면하고 주요 정치적 사안으로 이슈화함에 있어서 어떤 대안적 처방이 가능한가라는 문제가 검토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그것은 이러이러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 …여기에서 필자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대안의 내용 그 자체가 아니라 대안의 성격, 방향 및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대안형성의 방법론에 관한 것일 뿐이다"라고 하시면서 이 논문의 성격이 구체적인 대안적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교수님이 고민하시고 있는 해답을 내놓아야 할 사람들은 다름아닌 경제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터인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한국사회의 대다수 일반 시민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이론이나 정책들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이념적, 정책적 잣대는 다양할 것이지만 무엇보다 경제 정책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제 정책은 국가가 시장의 어떤 부면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흔히 알려진 대로 우파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불간섭을 강조하고, 좌파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합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현실에서는 우파를 대표하는 신자유주의는 20대 80의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로 기능하고 있고, 좌파를 대표하는 사회민주주의는 재분배정책의 역효과로 인해서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신자유주의와 사민주의 가운데 어떤 것도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대안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는 대안적 경제체제는 토지공유사상을 기반으로 한 토지보유세제의 실질적 도입으로 가능하다고 감히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유주의의 태두라고 할 수 있는 로크(Locke)와 노직(Nozick)조차도 토지가치를 개인이 수취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인정한데서 알 수 있듯이 토지가치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만든 것입니다.

토지보유세제는 대표적인 불로소득인 토지가치를 공동체인 국가가 환수하자고 주장합니다. 반면에 노력해서 번 임금소득이나 사업소득은 감세 내지 면세하자고 주장합니다.

토지가치를 더 많이 환수하면 할수록 유휴토지나 저(低)사용되는 토지는 없어지기 때문에 투자가 활성화되어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개인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그의 것이라고 인정하면 할수록 근로의욕도 더 커지기 때문에 자본생산성과 노동생산성은 증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증가되어 유발투자가 증가할 것입니다.

또한 토지보유세제의 실현은 시중에 토지투기를 노리고 하이에나처럼 웅크리고 있는 부동(不動)자금(한국에서 이 규모는 300조가 넘는다고 합니다)을 시장으로 끌어내어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게 만들 것입니다. 왜냐면 토지 투기를 할 유인이 제거되었기 때문이지요.

이와 같이 토지보유세제의 실질적인 도입은 내수부진과 소득양극화로 신음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획기적인 해법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작년 국내 총생산(GDP)은 720조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20년만에 전국의 지가는 개발 등의 원인으로 10배 상승했고 물경 1000조원이 넘는 개발 이익이 일부 토지소유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고 합니다. 또한 2001년 지대총액만 50조로 추정되는것만 보아도 토지보유세제의 실질적인 도입이 얼마나 시급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토지보유세제는 교수님께서도 지적하신 것처럼 "매우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하고, 그럼으로써 넓은 범위의 콘센서스를 창출할 수 있고, 그리고 집행 가능한 어떤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일반 시민들처럼 땅과 집문제로 고통받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사람들은 이 혹성에 얼마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교수님의 논문을 읽고 교수님이 하고 계신 고민을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실까 싶어 두서없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디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는 소리라고 나무라지 않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야흐로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일 때입니다.

모쪼록, 내내 건강하십시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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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0/11 [09: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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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도 2004/10/11 [12:42] 수정 | 삭제
  • 전 엊그제 치질 수술을 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탓에 거기가 찢어지거나 부어서 환자가 많더군요~ 의사에게 퇴원하며 그렇게 얘기하며 서로 엄청 웃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의 격차라고 애기합니다. 그리고 경제가 어려우면 차 하위의 생활 수준으로의 조정이 필요한데 이미 일종의 계급장이 돼버린 사치와 허영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는 묘한 사회 분위기땜에 차라리 세상을 버리거나 몸을 팔아서라도, 아님 누굴 희생시켜서라도 유지하며 상승만을 향해가는 풍조에 기인한다고 여깁니다. 여기서 가장 책임있는 기관이 국세청입니다. 그들이 맡은바 제 역할만 춫실히 한다해도 이 부분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알면서도 걷지않는 세금이 얼마나 많을까요? 영업 소득과 불로 소득에 대한 엄정 과세가 적극적으로 필요한 때입니다. 방송에 나오는 성공한 식당들...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궁금합니다. 어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곳도 많을꺼예요~ 또 성실한 변호사의 신고액을 보면서 다른 변호사와 수임 사건을 법원에 문의하면 소득 파악이 그냥 되련만 어떤 변호사는 고액을 세금으로 내고 그 옆의 거의 같은 수준의 변호사는 년 2,400만원 미만이라고 신고해도 끄떡없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저희 지역에서 임차자에게 한 번 혼난 임대업자가 그 후로는 아주 성실 신고합니다. 그런데 그 옆의 건물 임대업자는 거의 같은 규모임에도 간이과세자입니다. 성실 신고하는 그 분만 비싸게 세를 받을까요? 어떤 이는 월 5백씩 임대 수입이 있어도 세금은 년에 100만원도 안낸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니는 우리나라입니다. 어떻게 하실런지요? 不患貧이요 患不均이라고 한답니다. 바르게 가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