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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은 대한민국이 새로워지는 날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주권포기 행위, 당당한 주권자로 살자
 
이태경   기사입력  2004/04/06 [15:56]
선거참여는 가장 중요한 주권행사의 방법

4.15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탄핵정국 속에서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습니다. 흔히 선거권 행사는 민주시민의 기본적인 의무인 동시에 권리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대한민국 헌법을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 것인데요. 국민들의 주권은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통해서 구현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의민주주의”인 셈입니다. 다양한 강령과 정책을 가진 정당들이 선거를 통하여 주권자인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그 지지를 바탕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요체입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제도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나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이 제도를 능가하는 국민주권의 실현수단이 썩 마땅치 않답니다.

그러니 우리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를 보다 효율적이고 정의롭게 작동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주권자인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귀기울이고 이를 법률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선량(選良)들을 선출해야만 국민주권이 제대로 실현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면 자신들과 특정집단의 이익에만 충실히 봉사하는 국회를 만들것이고 주권자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될 것입니다.

마치 주인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종이 주인의 의사와 이익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입니다. 자, 이제 선거제도와 적극적인 선거참여가 왜 중요한 것인지가 설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주권의 가장 중요한 표현방법인 선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주권자임을 포기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길고도 험했던 선거권 획득의 여정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은 거의 누구나 선거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권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너무도 당연하게 인정되어 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보통·평등·비밀·직접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현행 선거권이 법률적,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은 근래의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서구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근대 시민사회의 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은 자유·평등·박애의 깃발 아래 전개되었지만 모든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프랑스혁명 당시에도 25세 이상의 성인 남성으로서 일정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유산 시민에게만 선거권이 부여되었습니다. 따라서 여성과 무산 하층 시민은 선거에도 참여할 수 없는 구경꾼의 지위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근대 민주주의 발상지로 알고 있는 영국에서도 여성과 무산(無産)시민의 선거권은 19세기 후반 이후부터 비로소 점차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유혈폭동과 대규모 시위, 차티스트운동(Chartist Movement)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청원운동 등 대중의 힘에 놀란 지배층이 마지못해 양보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보통선거권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보장된 것은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도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라는 역사적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한민국은 헌법을 제정할 무렵부터 보통·평등·비밀·직접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선거권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선출방식과 관련해서는 권위주의 정권의 연장을 위한 간접선거가 오랫동안 익숙한 풍경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과 눈물과 땀으로 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을 직접선거로 선출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런 역사적 배경을 상기한다면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선거권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하물며 선거일에 투표 대신 여행을 갈 생각일랑 자리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4월 15일은 대한민국이 새로워지는 날

탄핵정국 속에서 치루어지는 이번 총선이 향후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력은 대단히 클것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대한민국은 참여민주주의와 효율적 경제정의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사회이고 인간적 존엄이 옹호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가 보호되는 사회, 옳고 그름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출마후보와의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의 연고를 생각치 말고 외모나 학력이나 경력 등의 배경에 현혹되지 않도록 합시다! 오직 그 후보가 소속된 정당의 역사와 정책 그리고 그 후보의 가치관과 비젼을 평가합시다! 우리들이 살피고 물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출마자가 공공의 봉사자로서의 자질과 자세가 되어 있는가, 보다 좋은 사회를 구현할만한 철학과 비젼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모쪼록 이번 4월 15일에는 우리 모두 반드시 선거에 참여하여 후회없는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야 우리들의 후세에게 “2004년 4월 15일은 대한민국이 새로워지는 날이었고 나도 거기에 참여했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지 않을까요?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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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06 [15: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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