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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언론권력, 조중동 물갈이가 먼저다
병든 언론감시견을 방치한 체, 양떼의 도망을 막을 순 없어
언론 스스로 권력화, 정치판 타락시키고 지역주의 부추겨
 
권태윤   기사입력  2004/01/13 [09:14]

요즘 정치권 물갈이가 우리사회 최대의 화두다. 각 정당은 물론이고 언론과 일반국민들도 입만 열면 정치권 물갈이를 말한다. 열린우리당의 새 당의장으로 선출된 정동영의장은 아예 ‘판 갈이’라는 말도 한다. 인물교체가 정치개혁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물갈이’든 ‘판 갈이’든 혁명적인 수준의 정치권 인물교체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2000년 총선당시 낙선후보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인천뉴스
그러면서도, 과연 오늘의 우리 정치가 정치인들과 유권자들 때문에만 이 지경까지 되었다는 언론들의 지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언론들은 정치권에 대한 사정없는 비난과 더불어 너도나도 ‘유권자 혁명’을 외치며 유권자가 먼저 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을 언론이 하는 데 대해서는 역겨움까지 느낄 지경이다. 물론 ‘유권자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 그 자체에 대한 역겨움이 아니다. 정작 혁명적인 물갈이, 파격적인 판 갈이가 필요한 대상은 정치권에 앞서 언론이고, 따라서 언론들은 유권자가 변해야 한다고 떠들기 전에 자신들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적 언론과 인사들은 시민운동단체들의 ‘당선운동’이 사전선거운동이라느니, 실정법을 어긴 불법적 운동이라고 말한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수단이 옳지 못하면 안 한만 못하다는 충고까지 곁들인다. 그렇다면 일제치하에서도 일제의 법에 순응해야만 했고, 군사독재시절에도 억압적 법률에 굴종해야만 했더란 말인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힘을 합치고 저항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당연한 의무다. 게다가 폭력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아닌 시민단체의 당선운동에 시비를 거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은, 그러나 이제 내버려야 할 구시대의 쓰레기다. 불의에 대한 침묵도 죄라며 시민의 불복종을 호소한 소로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악법은 반드시 지켜야 할 법이 아니라 반드시 뜯어고쳐야 할 쓰레기’에 불과하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정치권 가까이서 그들의 불법과 타락을 감시해야 할 의무를 지닌 집단이 누구인가? 시골에서 농사짓는 농부인가? 현장에서 기름밥을 먹는 노동자가 정치인 꽁무니를 쫒아 다니며 감시해야 한단 말인가? 그 역할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언론 아닌가? 그런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우리 언론은 어떤가? 특히 ‘조중동’으로 통칭되는, 우리 신문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은 어땠는가.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정치가 이토록 타락하고 엉망이 된 가장 큰 책임은 이들 언론에 있다. 정치권이 스스로 알아서 잘하길 기대할 수 없는 우리의 후진적 정치시스템 속에서 그나마 그들이 바른 정치를 하도록 감시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그런 그들이 도리어 스스로 권력화 되어 정치판을 타락시키고,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한탕주의식 폭로에만 재미를 붙인 사이비 정치꾼들에게만 온통 포커스를 맞추면서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호도해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 대선에서 스스로 ‘정몽준이 노무현을 버렸다’면서 ‘이제 누구를 찍어야 할지 분명해졌다’며 유권자를 농락했고, 지금도 영남이 어떻다느니, 호남이 어떻다느니 하며 지역주의와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으면서 그 추악한 입으로 물갈이를 떠들고 있다.

▲조선일보 2002년 12월 19일 사설, [사설]정몽준, 노무현 버렸다     ©조선일보
 
진정 우리정치가 개혁되고, 우리 정치인들이 바른 정치를 하도록 만들려면 타락한 언론권력부터 물갈이, 판 갈이를 해야 한다. 이 작업에 우리의 국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타락한 언론에 의해 얻어터질 대로 얻어터져 전의를 상실한 듯 보인다. 우리 시민사회가 당선운동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락한 언론권력부터 먼저 물갈이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매번 선거 때마다 낮지 않은 비율로 물갈이를 해왔다. 하지만 그들 역시 변화를 촉발하는 폭탄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썩은 물에 뇌관을 다 적셔버려 터지지도 못하는 불발탄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 가장 큰 이유가 타락한 언론권력 때문이다. 그들은 도대체가 정책개발과 양질의 입법 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의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말도 안 되는 억지나 부리고 근거 없는 폭로만 터뜨리는 사이비 정치꾼의 입만 바라보며 정치타락에 일조해왔다. 게다가 그들은 지금껏 전혀 물갈이를 하지 않았다. 신입사원을 뽑아봤자, 철저한 ‘재교육’ 탓인지 사내변화를 일으키는 역할을 못한다. 게다가 묵고 낡은 기자는 아직까지 ‘마르고 닳도록’ 낡은 레코드를 돌리며 빨갱이 타령, 공산당 타령에만 매달려 있다.

이런 타락한 언론권력이 물갈이, 판 갈이 되지 않는 한 아무리 높은 비율로 정치권을 물갈이  해도 우리 정치의 개혁과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언론 스스로가 권력에 중독 되어 사리분별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치권 감시와 그것을 통한 정치개혁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병든 감시견은 그대로 두고, 양만 자꾸 채워 넣어 봤자 양떼의 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도둑을 지켜야 할 감시견이 도둑과 한패거리인데, 도둑놈만 혼낸다고 될 일인가. 새로 정치권 물갈이에 앞서 언론권력이 먼저 물갈이, 판 갈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연히 시민사회의 관심도 정치인 물갈이 보다는 언론 물갈이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필자는 '좋은 글을 통해 우리를 생각하는 PEN21사이트( http://www.pen21.com/ ) 운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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