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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
강신애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김철관   기사입력  2002/12/12 [02:29]
{IMAGE2_LEFT}지난 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강신애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이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한 이 시집이 독자들에게 이목을 끈 이유는 간단하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생활을 시로 옮겼기 때문이다. 어떤 시인에게도 느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내면의 표현들이 양성적으로 즐비해 있다. 그러나 평범한 시집이 절대 아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농후한 작가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

작가의 중의적 어법이 형상화 된 시집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읽기에 따라 강시인의 시는 전문가들도 평론의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감히 말하고 싶다. 시상, 시구, 낱말 하나 하나가 알 듯 말 듯, 독특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강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노라면 뭔가 강인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소박하고, 소박하면서도 가슴속에 찡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시집은 동적이면서도 정적이고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미묘함을 느끼게 한다. 이 시집은 자연의 극치를 맛보는 시도 많다. 시집 속에 나온 생태적인 시가 독자들에게 심금을 울렸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제법 강 시인을 아끼는 독자들도 많이 생겼다. 그는 "메일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또 "목련꽃처럼 하얀 마음을 메일을 보낸 독자들에게 전해줄 때가 가장 즐겁다"고 전한다. 최근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명시를 매일같이 보내준 독자도 생겼다.

해석에 있어 자신이 구상하며 쓴 시상과의 독자의 시상과의 상충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시라는 것이 중의법적 양면성을 갖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상충된 독자얘기도 귀담아 듣는다. 자신에 대한 반성의 기회라고 할까. 독자에게 상충된 의견이 교환될 때면 반드시 자신이 탈고한 시집을 재차 읽으며 또 다른 시적 의미에 대해 스스로 재해석을 가한다. 그리고 다음 습작 시에 독자의 의견을 정리해 반영하려 노력한다.

독자와 농밀한 교감만이 시인의 첫 번째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쓰고 있는 시는 독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강 시인은 항상 자신을 낮추며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고 있다. 시집 뒷머리에 나온 강 시인의 덧붙인 글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때는 사람에, 숲에, 이제는 언어에 매혹되었다. 부족한 상상력으로 순백의 언어에 가닿기 위해서는 길고도 황홀한 방황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아직 가야할 길이 먼데 시집을 묶는 것의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부족함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완벽한 시인은 추호도 아니다. 김정환 시인은 강 시인의 시집 해설을 통해 그의 부족함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예, 아니오'식 대답이 너무 공무원적이고 모종의 끼가 부족해 강 시인에게 핀잔을 가끔 준다." 부족함은 그의 매력이다. 부족함이 있기에 더욱 노력한 시인이다.

나는 강 시인을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여러 지인들의 귀동냥과 그의 시집 그리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이 글을 전개했음을 밝힌다. 덧붙여 강 시인의 시집의 개별시에 대한 평가는 전문 평론가에게 맡긴다. 평론을 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강 시인의 시집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에 실린 대표시 '공복의 기쁨'을 소개할까한다.

[공복의 기쁨]
강신애

{IMAGE1_RIGHT}나는 즐겨 굶네
아니 굶는 것이 아니라
조개가 뱃속의 모래를 뱉듯
내 속의 더러운 것들을
조금씩 토해놓네
내 몸은 書標처럼 앏아져
어느 물결 갈피에나 쉽게 끼워지네
마술사가 감춘 모자 속 비둘기처럼 작아지네
품과 품 사이로
꽃향기, 바람 머물게 하네
랄라...... 모든 관계가 허기로 아름다워지네
눈도 맑아져
온갖 잡동사니 투명하게 들여다보네
즐겁게 육체를 망각하고
풀잎 속으로 들어가네

오, 공복의 기쁨
공복의 포만


강신애 시인은 61년 경기 강화에서 출생했다. 1996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2002년 6월 '창작과비평사'에서 첫 번째 시집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을 출간했다. 강 시인은 좀더 시간을 두고 두 번째 시집을 탈고할 계획이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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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2/12 [02: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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