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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실종
[김영호 칼럼] 대선주자들은 민생복리가 경제민주화라는 사실 깨달아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2/11/06 [19:25]

경제민주화가 18대 대통령 선거의 대세를 결판낼 듯 했다. 그 까닭에 세 후보가 다 같이 경제학자들로 진용을 꾸리고 경제민주화를 선점할 듯이 기세를 올렸다. 그러자 재계가 후보들에게 경제민주화 공약을 철회하라고 반격하고 나섰다. 그 탓인지 대선을 45여일 앞둔 시점에서 경제민주화가 실종된 모습이다. 세 후보가 경제민주화의 본질인 먹고사는 문제는 뒷전에 두고 토론회도 마다한 채 악수공세나 펴며 한 표를 호소할 뿐이다.

세 후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재벌규제에 국한되어 있다. 재벌규제는 경제민주화의 부분적인 개념이지 전체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나마도 제한적이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친기업을 표방한 이명박 정권이 국회에서 날치기로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고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지배비율을 완화했다. 바로 그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금산분리 강화에다 순환출자 규제가 논의되는 정도이다. 규제강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제한적인 재벌규제로는 그들이 말하는 재벌개혁을 결코 이룩할 수 없다.

헌법 119조 2항은 경제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이 조항은 경제민주화에 관해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대한 제약적 규정으로서 국가는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역대정권이 이 헌법정신을 망각하고 국민경제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규제를 경쟁적으로 완화했다. 그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인해 지금 한국사회는 반목과 갈등으로 진통하고 있다.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권의 공통점은 규제완화를 물신처럼 숭배했다는 점이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완화대상이 아니다. 경제질서에 관한 규제 역시 완화대상이 될 수 없다.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공공복리를 위한 규제, 환경보존을 위한 규제 등등은 완화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그런데 역대정권이 모든 규제를 경제발전을 제약하는 해악처럼 여기고 경쟁적으로 완화 내지 철폐했다.

역대정권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며 노동규제를 대폭 완화해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은 절반 수준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들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바람에 부동산 투기가 일어났다. 집값이 뛰자 돈을 빌려 집을 마련한 이른바 ‘하우스 푸어’들이 집값 하락으로 자칫 집을 날릴 판이다.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하는 하우스 푸어가 56만9,000가구나 된다. 이들의 부채가 무려 149조5,000억원이다.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316만명인데 그 빚이 279조원에 달한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침탈해 동네 가게들이 무더기로 망하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가 430조원으로 2011년 1월부터 금년 3월까지 16.9%나 증가하여 경고음이 날로 높아진다. 그 중에서 버는 돈의 40% 넘게 빚 갚는데 쓰는 과다채무가구가 14.8%에 달한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82만9669명인데 이것은 전체 사업자 519만6918명의 16%에 해당한다. 식당이나 가게가 6곳 중에 1곳 꼴로 문을 닫았다는 소리다. 창업 3년만에 절반은 장사를 그만 둔다고 한다.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돈을 발려준 다음 연체료를 받거나 담보물을 챙긴다. 그 약탈적 대출 탓에 182만명이 신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이후 3년 내리 쌀농사가 대흉작이다. 올해 쌀 자급률이 80%를 넘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곡물자급률이 22.6%로 떨어진 상황에서 전방위 FTA(자유무역협정)가 농업포기를 압박하고 있다. 300만 농민이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반면에 고소득층은 불황을 모른다. 지난해 해외에서 연간 2만달러 이상 쓴 신용카드 사용자(법인 포함)가 6만3,727명으로 전년보다 16.9%나 증가했다. 그 사용액이 무려 31억 달러에 이른다. 1996~2010년 전체 근로자의 소득이 2,194만원에서 2,523만원으로 고작 15% 증가에 그쳤다. 그런데 상위 1%는 1억624만원에서 1억8,795만으로 77% 증가했고 상위 0.1%는 2억1,346만원에서 5억4,435만원으로 155%나 뛰었다. 근로소득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난제는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이다. 양극화 완화를 통한 사회통합이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민생복리가 바로 경제민주화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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