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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김진숙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여적] 부산국제영화제와 85호 크레인으로 달려간 '영화인 희망버스'
 
임순혜   기사입력  2011/10/14 [16:17]
 
▲ 영화인 희망버스 기자회견‥10월 8일 오후 4시 부산 해운대 노보텔 호텔 앞     © 임순혜
▲ 발언하는 정지영 감독     © 임순혜
▲ '김진숙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권칠인 감독     © 임순혜
 
5차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러 지난 10월 8일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발했다
 
영화인 희망버스로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러 가겠다고 밝혔던,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도 8일 오후 4시 부산 해운대 노보텔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76일이라는 참혹한 시간을 85호 크레인 위에서 갇혀 지내는 그와 그의 동료들을 두고 차마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관에만 앉아 있을 수 없었다"며 "김진숙씨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우리들의 영화와는, 영화제와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은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 때 희망의 버스가 오는 것이 아니라, 1년여가 다 되도록 문제 해결을 못하고 있는 부산시의 무능"이라며 "우리 영화인들은 이후에도 김진숙씨와 희망의 버스라는 어떤 영화보다 아름다운 이 연대투쟁에 함께 할 것이며, 진실을 담고자 하는 우리의 카메라 렌즈를 끄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영화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버스 3대에 나누어 타고 부산 영도조선소의 85크레인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영도다리 입구에서부터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차량을 통제했고, 영화인을 태운 희망버스는 봉래동 사거리까지는 갈 수 있었으나 경찰들의 제지로 차량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 영도경찰서 경비과장이 영화인 희망버스에 탑승해 모두 차량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 임순혜
▲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정지영 김독, 이준동 대표, 권칠인 김독     © 임순혜

영도경찰서 경비과장은 버스에 탑승해 "여러분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공통된 장소에 모이는 것으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6조에 따라 신고되지 않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라며 "직무집행법 5조의 질서유지 차원"이라고 진입 통제 이유를 밝히고 모두 차량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또 "영도 주민들이 희망버스 반대 집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충돌 소지가 있어 가시고자 하는 곳에 보내 드릴 수 없다. 돌아가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 "김진숙 위원을 보러 가는 것이지 충돌하러 가는 게 아니다"고 반발했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은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신의 영화를 가지고 왔거나 영화를 심사하는 와중에 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장에 가서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어 온 것"이라며 "저 의로운 소금꽃 나무 김진숙에게 마음이라고 전하고 싶다. 조용히 갔다 오겠다"며 진입 통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했다.
 
경찰의 제지에 영화인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그대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의 목적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며 "경찰측과 대표 3명이라도 통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그것도 들어주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85크레인 앞으로 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대표 3명만이라도 통과를 시켜달라는 영화인들의 요구마저 거절해 경찰과 영화인들의 대치는 1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 경찰의 제지로 버스에서 내린 정지영 감독     © 임순혜
▲ 경찰의 제지로 봉래동 로타리에서 내린 김경형 감독     © 임순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작 <부러진 화살>을 상영하는 정지영 감독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러 가는 것은 영화제를 방해하고 한국의 위상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이웃의 아픔을 공유하는 격려 방문"이라며 "집회를 하지도 않았는데, 현장까지 가기도 전에 이렇게 막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영화 심사를 연기하고 버스에 탑승한 김경형 감독도 "사람이 사람을 만나러 가는데 경찰이 무슨 근거로 막는지 모르겠고, 충돌하러 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가겠나"며 "이 정부 들어서 공권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경찰과 대치 끝에 정지영 감독과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 등 영화인 대표단 3명은 결국 경찰이 길을 터줘 85호 크레인 앞에 도착했다. 정지영 감독이 김진숙 지도위원과 전화 통화에 성공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영화인들이 바쁜 와중에도 김진숙 지도위원을 보러 왔다"고 안부를 전하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고맙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 85호 크레인 위 김진숙 지도위원     © 임순혜
▲ 85호 크레인 앞 경찰 차벽     © 임순혜
▲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 온 시민들이 경찰의 봉쇄를 뚫고 85호 크레인 앞 아파트 앞에 앉아 있다.    © 임순혜

한편, 영화인 대표단이 경찰과 대치하는 동안 일부 영화인들은 뒷길로 한명씩 경찰의 제지를 뚫고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하고 있는 85크레인 앞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경찰의 봉쇄망을 뚫고 희망버스를 타고 온 시민 20여명이 앉아 있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85크레인 위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경형 감독과 <밀애>의 변영주 감독은 경찰의 저지망을 뚫고 85호 크레인 앞으로 들어오던 중간에 경찰의 제지를 당해 돌아가야만 했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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