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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찬성 말바꾼 언론, 한겨레만 반대
동아 "측근비리 특검수용은 순리, 의회민주주의 승리"
한겨레 "특검강행, 한나라당의 정치적 오만과 횡포다"
 
윤익한   기사입력  2003/11/08 [11:20]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이 7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3개특검법안의 일괄통과를 주장해왔으나 '방탄특검'이라는 비난이 일자 민주당과의 공조를 고려해 측근비리 특검법안만 우선 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10일 처리의지를 밝힌 것과 달리 민주당 내부에서 '한-민 공조'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어 민주당이 당론으로 찬성하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편 검찰은 한나라당의 특검 밀어부치기를 경계하면서, 이날은 재계에 '데드라인'을 알렸고 노무현후보 캠프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부쳤다.

11월 8일자 조선·동아·한겨레·경향신문은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특검 법안에 대해 "검찰의 형평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옳다"는 의견과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해 결국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또한 특검 법안 통과 이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두고도 양측으로 나뉘어 이견을 드러냈다.

조선 "검찰, 노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제대로 안해"

▲조선일보 8일자 사설, 盧 측근 비리 특검 하는게 낫다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盧 측근 비리 특검 하는게 낫다>제하의 사설에서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에 대한 이중적 수사와 특검빈발에 우려를 하면서도, 현재상황의 연장선상에서 검찰이 수사를 끝낼 경우 야당은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분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특검은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최도술 사건, 썬앤문 사건, 양길승 사건 등 검찰이 그동안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들도 이상하게 생각할 지경이라며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아울러 사설은 대통령 자신과 모든 측근들에게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다면, 이번 특검은 노 대통령에 당장엔 매우 쓰겠지만 나중엔 약이 되었다고 자평하는 특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동아 "특검 수용은 의회 민주주의 순리" 

동아일보는 <'측근비리 특검' 받는 게 순리다>제하의 사설에서 특검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야당측의 정략적 이해는 어떻든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순리라며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그러나 그동안 동아일보는 지속적으로 특검은 검찰 수사결과가 미진할 경우에 한정돼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한나라당은 검찰수사 협조하는 것이 살길" "한나라당은 노캠프 자금 트집잡을 때가 아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사설에서 동아는 이에 대해 "대통령 자신도 이미 수사 대상을 특정해 정치권이 합의하면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했기 때문에, 야당측이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대선자금 비리 의혹과 분리해 특검에 맡기자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명분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동아는 또 검찰 수사의 형평성 부분에 대해서도 교묘하게 말을 바꿔 책임을 전가했다. 사설은 대통령 측근 비리 또한 검찰이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야당과 국민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야당이 그로 인해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당당한 자세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결국 국민은 불법 정치자금이나 대통령 측근 비리의 수사 주체가 검찰이냐, 특검이냐는 별 관심이 없다고 단정하고, 다만 검은돈 정치의 사슬을 끊어내면 된다고 말했다.

한겨레 "한나라당의 정치적 오만과 횡포다"

▲한겨레 8일자 사설, 특검법안 강행처리 옳지 않다     ©한겨레신문
한겨레는 <특검법안 강행처리 옳지 않다>제하의 사설에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으면서 '확대 국면'에 들어간 시점임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수의 힘'으로 국회 법사위에서 밀어붙이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오만이요 횡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사설은 정치적 합의 없이 두 당이 특검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필연적으로 정치적 공방과 시비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두 야당의 재의결 등으로 정국이 이어질 경우 극한적으로 대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정국의 혼란과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차질이 바로 한나라당이 노리는 것 아니냐며 특검법안의 본회의 강행 통과 방침을 거둬들이라고 압박했다.

경향 "대선자금 힘 실어주기 위해 특검 수용해야"

경향신문은 <盧 측근비리 특검할 만하다>제하의 사설에서 대통령 측근인 최도술, 양길승, 이광재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그동안 미진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야당의 정략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을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대선자금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상태로 넘어간다면 대선자금 수사의 공정성마저 의심받게 될 것이라며, 측근비리 의혹의 철저한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설은 특검의 수사대상이 모호하거나 특검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는 대목이 있다면 손질해서 본회의로 넘겨야 하고 총선전략에 활용하기 위한 정략적 태도 등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선일보는 검찰의 현 수사가 한나라당에만 치우친 편파수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미 전날 사설에서도 검찰의 노무현 후보캠프에 대한 수사를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한 '생색용'으로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점을 고려해, 수사결과가 나온 이후에 특검을 재론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 의견에는 동아일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오늘자 사설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동아일보는 노대통령의 특검 수용이 '의회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반의회적 혹은 반민주주의적이라는 도식으로 연결지었다. 또한 동아는 대통령 측근비리는 특검에서 수사하고, 불법 대선자금 부분은 검찰에서 진행하는 것도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동아는 전날까지만 해도 이같은 발상이 '정략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단 하루만에 교묘한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수사에 대한 명분은 검찰쪽이 더 크다. 검찰은 '사즉생'의 각오로 사활을 걸고 정권 핵심까지 막론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동아가 '명분'을 운위할 계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명분이 바뀔 수 있다면 이는 곧 '정략'이다. 그런 점에서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정치브로커'를 자임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이날 경향신문이 종전의 입장을 바꿔 특검 찬성쪽으로 선회한 것도 새롭다. 경향은 ▶노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고 ▶특검과 검찰의 수사를 나눠 결국 대선자금에 힘을 실어주자는 견해다. 조선과 동아의 주장에 공통분모를 받아들인 태도다. 경향도 그런 점에서 기존의 한나라당이 추진한 특검제에 대한 반대의사와 배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경향은 특검 대상과 정치적 중립성 부분에 있어 대통령이 당초 말한 '단서'나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날 유독 한겨레만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은 정치적 합의가 없어 본회의 통과를 저지해야 하며, 통과된 이후에도 대통령이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정 신문이 특정 정파에 우호적이나 비우호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크게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교묘하게 입장을 바꾸고 그 이면에 음모론적 시각이 짙게 배어나오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말바꾸기'를 거듭해 독자를 혼란케하는 언론의 속내가 무엇이든지 국민들은 그렇게 우매하지 않다는 점을 우리 언론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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