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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용퇴는 진보의 미래다
 
메나리   기사입력  2010/06/01 [02:27]
대중정치인은 고뇌에 찬 결단을 통해 성숙해가는 통과의례를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 노무현이 3당합당 반대 세러모니를 통해 강인한 이미지가 각인된 것 만큼이나 심상정의 대승적 후보사퇴는 뼛속 깊은 심금을 울렸다. 더 많은 것을 탐하는데 사활을 걸어온 이땅의 대표적 노동정치의 에이스 심상정은 잠시 더 챙기는 걸 버림으로써 역설적이게도 노무현의 알파버전 자리를 획득했다.
 
철의 여인 다운 결단에 유시민 지지율만 춤추는 게 아니라 세상은 끝내 가질 수 없을지 모르는 희망으로 들썩거린다. 뭐, 한 3일천하로 끝나도 좋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도 처지와 실천이 달라 견원지간처럼 지내온 묵은 감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으니, 설령 진보의 미래를 향한 다른 길을 걷게 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는 이 순간은 전쟁 없는 평화다.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사퇴는 인터넷을 온통 심상정 관련 뉴스로 도배하게 만들었다. 심상정은 진보정치의 실시간 검색어 1위 키워드다.
 
진보의 미래를 위한 행주대첩으로 심상정-한명숙 카드를 제시했는데 애석하게도 심상정 후보는 받고 한명숙 진영은 반응이 없다.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크게 준비한 게 없는 것이 뽀롱난 전직 총리의 무책임한 처세에 비해 똑소리 나는 심상정 후보의 사퇴는 역시 대통령감이다. 그가 흘린 눈물은 내가 바라는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씨앗으로 자라날 것이다. 후보사퇴는 심상정이 현실정치에 눈을 뜬 비약의 순간으로 기록하고 싶다.
 
이번 사퇴로 인해 그는 한국 가장 든든한 정치 프로컨슈머들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믿었던 민주노총에 배신당한 댓가로 얻은 실리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하는 인간들이 사회적 책무를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심상정 씨를 찾아가 무릎꿇고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한 사람 가운데 실력파 정치인으로 성장한 심상정을 울린 사람은 유시민 지지자가 아니라 마빡에 노동해방 머리띠 두르고 다니던 노동운동하는 인간들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줄곧 유빠들을 비판해왔지만 인터넷 강소대군인 유시민 지지자들의 변화 가능성을 부정한 건 아니다. 이제 그들이 가장 요긴해 하는 걸 줬으니 언젠가 크게 보답받을 수도 있으리라. 계산 하나는 분명한 사람들이니까! 아무쪼록 심상정의 사퇴로 인해 형성된 우호적 분위기가 진보의 미래를 위한 하방연대의 계기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한명숙 후보의 아집으로 수도권 완승은 말할 것도 없고 범야권 유시민 후보의 승리 가능성도 녹록찮은 형편이다. 천안함 정국을 좌초시킬 한명숙발 행주대첩 카드가 나오지 않아 이번 지방선거에 쏠린 관전자들의 애간장이 다 탄다. 진정 엠비심판 야권승리를 원한다면 민주당과 한명숙 선대본을 찾아가 노회찬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뤄내야 유시민이라도 경기지사로 당선시킬까. 이대로 가면 정세균과 민주당이 감당해야 할 후과는 정서적으로 능지처참 이상일 것이다. 천안함이라는 여권의 돌발카드에 약발 떨어진 노풍과 후보단일화로 대응한 야권의 선거전략은 무사안일과 무기력 그 자체였다. 천안함은 선거의 여왕 마저도 침몰시켰을 정도이니 참으로 잔인하다.

유시민 후보가 노무현을 뒤이어, 명박산성을 넘어 진보의 미래를 열려고 한다면 이땅의 한줌 쯤 되는 진보를 울린 과거사에 대해서도 완곡하게나마 건드리고 가야 투표율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당선시키려면 한명숙 후보 용퇴와 노회찬 양자를 내세우는 게 모험적이면서도 판돈을 키우는 안전빵이다. 한명숙 지지율 낮은 건 노회찬의 선전과 무관하다. 준비 안 된 선수의 개인기 부족은 항상 결과를 망친다. 뭐, 가끔 예상치 못한 우연이 있긴 하지만 현재 스코어로 한명숙은 임명직이지 선출직이 아니다.

 
한명숙 용퇴효과로 유시민 당선 확실히하고 MB심판, 지방선거 완승을! 한명숙- 심상정조의 행주대첩으로 천안함 선거 판을 흔들자. 운좋게 한명숙 후보가 완주해서 당선되면 자신의 팔자만 좋아지게 하는데 성공하겠지만 야권 전체의 승리를 견인하는 판을 키우진 못할 것이다.
 
듣기나말기나 내가 구상한 진보의 미래를 위한 빅딜은 지지율 높은 후보도 가난한 정당 후보를 위해 기회를 양보한 전례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명숙은 노회찬보다 높은 허상의 지지율에 사로잡혀 인생 막판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하리라. 한명숙님은 왜 잔 다르크가 되는 길을 마다하시고 막장을 향하고 계실까.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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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01 [02: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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