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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을 바라보며 노회찬에게 한표를!
[이민의 시대공방] 2010 지방선거, 진보정치 다시 일어서길
 
이민   기사입력  2010/05/31 [17:47]
2010년 지방선거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난 대선과 총선 이후 2년만에 치러지는 전국 선거. 큰 기대 없이 지켜 본 선거였기에 그저 담담할 뿐, 선거 이후에 대한 걱정이나 설레임 따위는 지금도 없다.
 
그나마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당연히 경기지사 선거였다. 가장 재미없을 것 같았던 선거를 시끄럽게 만든 주역은 단연 유시민이다. 유시민이 단일화 경쟁에서 민주당 후보를 밀어낸 것은 의미있는 사건이다. 덕분에 분위기가 달아오른 측면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안동섭과 심상정의 차이는 무엇인가?
 
심상정의 사퇴는 나 또한 머리 속에 그려 보았던 가능성 있는 사건이었다. 다른 모든 문제들 (이를테면 진보신당 내부의 문제나 진보정치의 역사성에 관한 문제들)을 빼고 '정치인 심상정'만 놓고본다면 '사퇴 카드'는 선거에서 패배하는 방식의 하나로써 충분히 고려할만한 것이었다.
 
심상정 스스로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밝혔듯이 오늘날 이명박을 싫어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런 국민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방법으로서 '사퇴'라는 형식을 고민해 볼 수도 있겠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가치있게 패배하는 방법이 아닌가?'하고 말이다.
 
그러나, '진보정치인 심상정의 유시민 지지'는 뜻밖이기도 하거니와 '사퇴'와는 전혀 별개로 다뤄져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즉 '사퇴'와 '지지'는 거기서 거기가 아니라, 전혀 차원이 다른 각각의 정치행위라는 얘기다.
 
이 국면에서 '사퇴'는 이명박을 싫어하는 '민심'에 진보정치가 '반응'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진보정치인 심상정'이 '우리 유시민 후보를 당선시켜달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인 심상정의 '정체성'의 문제와 직접 결부된다. 앞의 것이 '정치기술적인 문제'라면 뒤의 것은 '정체성의 문제'라는 얘기다.
 
쉽게 말해서, 민주노동당 안동섭의 선택과 심상정의 선택은 지금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두 정치인의 위상, 대중적 인지도, 당면한 선거판세에 미치는 영향, 지지선언을 먼저 했냐 나중에 했냐 같은 부차적인 차원의 차이 말고 본질적인 차이 말이다. 없다.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게 문제다.

포스트MB의 대안이 유시민?
 
반MB가 능사가 아니라 포스트MB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 사회의 지금 가장 절박한 정치적 과제 아니냐는 진보신당의 문제제기는 전적으로 옳은 것이다. 문제는 노회찬, 심상정으로 상징되는 진보신당이 포스트MB의 대안이 되기에는 주체적 역량도 주어진 조건도 턱 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심상정의 고민 또한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을 것임은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한 표를 부탁해야 할 많은 국민들은 이명박이 싫으니 '묻지마 단일화'라도 하라고 압박하는 정세 속에서, 스스로 포스트MB의 대안이 될 수 없는 현실은 답답하고도 답답한 것이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이 반MB연대의 틀속에서 외부의 누군가와 함께 포스트MB의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는데 진보신당은 그렇지 못했다. 선거 이후까지 포괄하는 치밀한 계획도 없이 '올림픽 정신'으로 일단 나가서 산산히 깨지는 것을 진보의 가치를 지키는 것으로 당연시하는 진보정당의 고질적인 경향을 재현했을 뿐이다. '당이 고사위기'라는 심상정의 진단은 이런 인식에 기초한 것이라고 유추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사퇴 카드'는 이명박이 싫다고 말하는 민심에 '공세적으로 반응'하는 하나의 정치전술이 될 수 있다. 포스트MB의 대안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그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조차 수용되지 않고 스스로 이를 극복해낼 정치적 힘은 부족한 이 답답한 현실에 대한 가장 '공세적인 이의제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시민 지지'는 차원이 다르다. '포스트MB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본 뜻이 아닐 수도 있겠으나, 일단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나 같은 제3자에게는 '유시민과 함께 포스트MB의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히는 게 사실이다. 안동섭의 선택과 심상정의 선택이 무엇이 다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라는 얘기다.

어찌됐든,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글쓴이의 해석일 뿐이며 우리의 미래는 다시 만들어가는 것일 뿐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심상정의 진심과 결의는 결국 오늘의 논란이 아니라 앞으로 심상정 자신이 보여줄 행보와 일궈낼 성과를 통해 증명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일단 투표는 하자
 
그러고보니, 이제 노회찬 한 사람이 남았다. 정당의 대표로서 2010 지방선거에 대해 총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노회찬의 리더십에 관해서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문제들은 차후의 문제들이다.
 
나는 서울시민이다. 나에게도 투표권이 있으며 투표장에 갈 것이다. 나는 노회찬이 서울시장이 되면 좋겠다. 경실련의 후보선택 프로그램으로 검사를 해보니 나와 89%가 같다고 나왔다. 그래서 노회찬이 서울시장이 되면 좋겠다. 점수 차이가 난 지점은 담배값 인상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느냐는 항목이었다. 나는 지금도 꼴초고 그는 담배를 끊었다는 차이로 이해한다.
 
2010년 선거가 진보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이대근의 전망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담배를 끊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일단 투표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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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31 [17: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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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astwolf 2010/06/06 [01:47] 수정 | 삭제
  • 이렇게 마스터베이션해 가면서...
    그렇게들사시오.
    섹시한 진보의 가치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렇게들 사시오.
    좀 역겹소.
  • 나는 2010/06/02 [20:46] 수정 | 삭제
  • 나만 찍은 게 아니라, 내 딸도 찍었다. 나는 새벽에 투표를 했는데 딸은 오후에 한다고 하더니 약속이 있는 데 늦었다고 해서 내가 가지고 갈 짐을 대신 투표장까지 들고 가서 투표를 하게 했다. 그런데 아내가 될 사람에게 안 찍었다고 야단이다. 아내는 한에 찍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