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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못밝힌 메인호 폭발원인
[김영호 칼럼] 확실한 증거만이 국내외적으로 얽힌 문제 푸는 열쇠
 
김영호   기사입력  2010/05/21 [13:59]

1898년 2월 15일 밤 9시 40분 쿠바 아바나항에서 미국 순양함 메인호(6,789t)가 폭발해 침몰했다. 당시 쿠바에서는 스페인의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독립운동이 격렬했고 미국은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스페인의 과도한 진압이 미국과의 외교문제로 비화되어 1897년 사령관이 본국으로 소환되었다. 이번에는 이에 반발하여 친스페인 반란이 일어났고 미국은 1898년 1월 25일 자국민의 재산과 인명을 보호하려고 메인호를 파견했던 것이다. 

스페인은 메인호에 외교적 예우를 해줬고 함장은 현지인과의 충돌을 우려해 수병에 금족령을 내렸다. 그런데 돌연 이 군함이 거대한 폭음과 함께 적재된 폭약 5t이 폭발하면서 함수의 1/3이 파손되어 침몰한 것이다. 인근에 있던 미국 상선과 스페인 순양함 알폰소 12세호가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260명이 사망했다. 이 폭발은 결국 미국-스페인 전쟁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황색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스페인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보복과 응징을 부르짖었다. 해군은 즉각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단은 생존자, 증인, 잠수부를 상대로 증언을 청취해 함수 바닥에서의 기뢰에 의한 폭발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3월 28일 발표했다. 이 폭발이 함수의 탄약고로 번지면서 연쇄폭발이 일어나 두 차례의 폭음이 들렸다는 내용이다. 그 이유로 파손부위가 안쪽으로 휘었다는 점을 들었다.

스페인 식민성은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쿠바 총독 라몬 블랑꼬는 미국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반응이 없자 독자조사에 나섰다. 결론은 탄약고 옆 석탄저장고에서 일어난 자연발화에 의한 폭발이다. 기뢰에 의한 폭발이라면 물기둥이 생겨야 하는데 목격된 바 없다는 것이다. 또 기뢰폭발이라면 항구에 죽은 물고기떼가 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기뢰폭발에 이용된 전선을 발견하지 못한 점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미국언론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 

▲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백령도 사고지역 근해에서 쌍끌이 어선이  건져올린 파편을 제시하고 있다.   ©

1911년 미국이 2차 조사를 실시했다. 철저한 조사도 필요했지만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침몰한 선체 주위에 방죽을 쌓고 물을 퍼낸 다음 폭발부위를 조사했다. 결론은 외부폭발이 탄약고의 폭발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함수 바닥 철판이 안쪽으로 휘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해군은 조사결과를 수용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반론을 제기해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그들의 주장은 1898년 스페인 조사와 비슷했다. 석탄저장고의 석탄가루에서 자연발화가 일어나 인접한 탄약고에 폭발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1976년 해군 제독 하이만 G 리크오버가 조사를 재개했다. 현대과학이 폭발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해군이 두 차례 조사한 내용을 재검토했다. 리크오버의 조사단이 내린 결론은 폭발부위가 기뢰에 의한 파손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석탄가루에서 생긴 자연발화에 무게를 둔 셈이다. 그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에도 논란은 오늘 날까지 그치지 않고 있다. 무엇이 폭발원인인지 최종답변을 찾지 못한 것이다.

1998년 메인호 폭발 100년 주년을 맞아 내셔날 지오그래픽이 조사에 착수했다. 과거에 없었던 최첨단 기술과 장비가 동원되었다. 결정적인 근거는 찾지 못했지만 선박 바닥 철판이 바깥쪽이 아닌 안쪽으로 휘었다는 점에서 기뢰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석탄저장고의 자연발화가 탄약고를 발화점까지 올릴 만큼 발열량을 내지만 자연발화가 없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 참여한 AME(첨단해양산업)과 리크오버 조사단의 일부 전문가들이 이 결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미국-스페인 전쟁을 촉발한 메인호 폭발침몰. 100년간 5차례나 조사가 이뤄졌지만 자연발화인지, 기뢰피격인지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진 상태다. 모든 조사가 함수쪽 탄약고에서 폭발이 있었다고 동의하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결론이 다르다. 그 까닭에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음모설, 자작설이 나돈다.

천안함 침몰 이후 두 달 가까이 어뢰피격설, 기뢰폭파설, 암초충돌설, 선체결함설, 피로파괴설, 내부폭발설이 난무하더니 북한소행설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사태전개에 따라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나아가 대중(對中)관계도 악화시키는 위험이 잠재해 있다. 확실한 증거만이 국내외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푸는 열쇠라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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