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놀음'된 지방선거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되고, 유시민 전 장관이 민주당·국참당 경기도지사 단일후보로 나서자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친노세력 응징’을 내세우며 포문을 연다.
경제를 망치고도 반성도 하지 않는 친노세력을 응징하자고 서슬이 퍼렇다. 마치 내가 얼마 전에 반성도 않는 노무현 무리들에게 한 일갈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다. 모든 틀은 그들 계략대로 짜여져버렸다.
아는 후배 하나가 내 글을 보고 ‘그럼 당신은 한나라당보다 친노세력이 더 싫단 말인가’ 하고 분통을 터트린다. 익숙한 질문이요 익숙한 강변이다. 이런 질문은 어릴 때부터 많이 대해 왔다. “엄마 좋아, 아빠 좋아” 하는 노리개식 우문 말이다.
모든 상황은 그들 계략대로 장치되어 버렸다. 어떤 이는 죽은 노무현을 죽은 제갈양에 비유하면서 ‘죽은 노무현이 산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유령놀음이 지자체 선거판이 돼버렸다.
'썩은 고름 살 안 된다'내가 ‘참진보’로 분류하고픈 그런 인사들도 이런 유령놀음에 동참한다.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나가도 너무 나가는 이명박 정권의 횡포에 질린 나머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그랬을 것이다. 그들은 묻지마 단결이든 잡탕식 단결이든 일단 단결만 하면 승산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견제는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주장한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인터넷 언로가 열린 이래 최고의 명언, “썩은 고름이 살 안된다”라는 명언을 들려주고 싶다.
탄핵 역풍으로 17대 총선에서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획득하였다. 그네들 제1공약이 무엇이었던가.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였다. 그네들은 그 후 어떤 행보를 보였는가.
지금 반MB연합을 배후 조종하는 백낙청 씨를 비롯한 이른바 민주원로라는 사람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약하고서 개정안을 내네 보완입법을 하네 별 쇼를 다하면서 사문화되어 가던 국가보안법에 되레 질긴 생명력만 불어넣어 주었던 그 망동을 기억하는가.
알량한 헤게모니를 고수하기 위해 국민들이 준 천재일우의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린 그들의 행적이 아직도 생생한데, 반MB연합으로 다시 그들을 불사조처럼 살려놓으려는 저의가 무엇인가.
허세욱 열사 '비장한 최후', 벌써 잊었는가
"괜히 했어, 괜히 단일화했어, 우리 후보가 하나도 없어, 진보 망하게 생겼어, 나 이제 어떡해~" 띠리링...."지지 철회!" ©글 대자보/사진 CBS노컷뉴스 | |
민노당의 강기갑 대표에게 묻겠다. 그대는 민주 정당의 대표인가 민주원로 친목단체의 계꾼인가. 진보세력의 독자 정치세력화를 주창하고 창당된 정당이 명색이 국가 단위의 큰 선거에서 가장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후보를 단일화란 명목으로 친노세력에게 넘겨주고 그 댓가로 어떤 정책적 공조를 이루었는가.
그 세력들로부터 그간 민노당이 가열차게 투쟁하였던 한미FTA에 관한 전향적인 반성문이라도 받아놨는가. 허세욱 열사의 그 비장한 최후가 이제는 뇌리에서 까마득히 잊혀졌는가.
이번 민노당의 결정은 이 땅의 참진보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그 책임은 선거 후에 엄중하게 지게 될 것이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
진보면 진보지 앞에 '참'이란 접두어를 붙여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