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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함안보' 논란…침수우려에 폭행공방까지
건설현장에 방문한 야당 의원과 수자원공사간의 폭행공방 등 뜨거운 감자
 
최호영   기사입력  2010/02/01 [12:20]

정부의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인 경남 창녕군 함안보 건설에 따른 논란이 계속해서 일고 있다.
 
함안보 설치에 따른 침수 피해 우려가 채 가시기지도 전에 이제는 오염된 진흙층으로 추정되는 퇴적토가 발견되면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함안보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온 야당 정치권의 반응도 뜨겁다. 함안보 건설현장에 방문한 야당 의원과 수자원공사간의 폭행공방까지. 함안보 설치 문제가 4대강 사업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 침수 피해 우려에 이어 오염 추정된 퇴적토 발견
 
지난 22일 낙동강 사업구간인 대구 달성보에 이어 함안보 건설현장에서도 대규모 오염된 진흙층으로 보이는 퇴적토가 발견됐다.
 
시커멓게 변색된 퇴적토는 물막이 공사가 한창인 함안보 공사 현장 강바닥에서 3m 아래로 파내려간 지점에서 발견됐다.
 
한국수자원공사측은 현재 공사를 중단한 채 시료를 채취해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달성보에 이어 70여Km 떨어진 함안보에서도 퇴적토가 발견됨에 따라 낙동강 중상류지역부터 부산까지 광범위하게 발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낙동강 하류지역에 광범위하게 오염으로 추정된 퇴적토가 발견되면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온 야당 정치권의 관심도 몰리고 있다.
 
지난 28일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과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은 현장 조사와 함께 시료 채취를 위해 함안보 건설 현장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시료채취 방법과 인원수 등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고, 시료채취를 위해 들어가려는 의원들과 공사관계자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으로 이어져 결국 현장 조사는 무산됐다.
 
물리적 충돌은 고소사건으로까지 번졌다. 한국수자원공사 경남1지구 함안보건설단 김기호 단장과 시공업체 직원인 양 모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지난 29일 제출한 것.
 
김 단장과 양 씨는 각각 전치 10일과 전치 2주의 진단서를 제출했고, 양 씨는 유원일 의원으로부터 뺨을 맞아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의원은 당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팔을 휘두르다 그렇게 됐다"며 현장에서 양 씨에게 사과를 했지만, 다음날 고소장을 제출했다.
 
폭행 논란에 대해 유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물의를 빚은데 대해 사과한다"며 "하지만 그 자리에서 사과를 했고 상대방도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성분분석을 위한 시료채취는 법이 보장하고 국회의원이 응당히 해야 할 의정 활동"이라며 국회의원의 공무집행 방해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도 "수공측이 시료채취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현장 조사 차원의 방문인데 국회의원의 진입을 막는 등 비협조적이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 두 의원은 현장 조사 거부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하고,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31일 당 소속 의원 등 30여명과 함께 31일 퇴적토가 발견된 함안보 건설 현장을 찾아 시료와 침출수 등을 채취했다.
 
정 대표는 현장을 둘러보고 "환경단체에 의해 퇴적토가 발견돼 다행"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은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환경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밀어붙이기식 날림 공사를 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감시, 감독뿐만아니라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시민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오염 퇴적토가 저층에서 발견된 것은 오랜 시간 낙동강 스스로 오염 물질들을 정화시켜왔음을 유추해낼 수 있어 준설계획에 이런 부분이 충분히 감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염된 퇴적토의 침출수로 인하여 오염 우려가 있는데도 낙동강 본류로 그대로 배수되고 있다"면서 "오염퇴적토 준설은 저층에 봉인되어 있던 각종 환경호르몬물질, 발암물질 등 유해화학물질을 다시 낙동강에 뿌리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정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측 김기호 단장은 "현재 오염으로 추정된 퇴적토가 나온 부분은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한 상태지만 다른 곳은 퇴적토가 나오지 않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도환경보건연구원의 결과에 따라 문제가 없으면 공사를 진행할 것이나, 문제가 생긴다면 환경영향평가 협의조건에 따라 진행될 것"이고 밝혔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는 달성보와 함안보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퇴적토를 경남도환경보건연구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한 상태며, 그 결과는 이번주쯤 나올 예정이다.
 
◈ "7.5m → 5m" 정부 침수 피해 인정, "그래도 침수된다"
 
최근 한국수자원공사는 침수 피해 우려가 제기돼 온 함안보의 관리 수위를 7.5m에서 5m로 낮추기로 하고, 현재 설계변경을 진행중에 있다.
 
그동안 현행대로 함안보가 건설되면 지하수 수위 상승으로 인한 인근 함안과 의령, 창녕 지역 농경지 등의 상당한 침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관리수위를 낮춰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부터 13Km 하류지점에 함안보가 설치되면 지하수 수위가 최저 2m에서 최고 6m정도 상승돼 보 설치 이전의 지하수위 8m 이하 지역 대부분이 침수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즉, 인근 농경지가 침수하고 안개일수 증가로 인한 수박 등의 농작물 피해, 가옥 피해 등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5일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 등이 참석한 지하수위 영향에 관한 민관자문회의에서 국토해양부는 저지대 침수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관리수위를 당초 7.5m에서 5m로 하향조정키로 했다.
 
정부가 관리수위를 낮추면서 함안보 건설에 따른 침수피해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어 버렸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창녕군과 함안군 등 두 곳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함안보 관리수위를 7.5m에서 5.0m로 낮추면 영향 면적이 14.0㎢에서 0.7㎢로 줄어 들어 주민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미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수공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환경시민단체들은 관리수위 하향조정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며 여전히 침수 피해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박재현 교수(인제대학교)는 "관리수위를 3m 이하로 낮추거나 함안보 위치를 낙동강과 남강의 합류지점보다 상류쪽으로 옮겨야 침수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정부가 침수피해 우려를 인정한 만큼 정밀조사를 통해 관리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4대강사업 저지 낙동강 지키지 경남본부도 "정부가 수위를 2.5m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침수피해 지역이 많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며 "낙동강에 설치될 보 전체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현재 함안보 관리수위를 낮추는 등 설계변경 단계 중"이라며 "관리 수위를 낮추면 피해 지역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피해 보상을 강구할 것이며, 세부진행과정에 따라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상대로 주민설명회를 별도로 열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낙동강 살리기 사업 구간 가운데 18공구에 들어설 함안보는 지난해 11월 대구 달성보와 함께 공사가 시작됐으며, 길이 567.5m, 너비 40m 규모로 내년 12월쯤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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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01 [12: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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