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용산참사, 345일의 기록…협상 어떻게 타결됐나
보상 협의 극적 타결…서울시·종교계가 중재자로 나서
 
허남영   기사입력  2009/12/30 [19:42]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사태가 345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새해가 시작된 지난 1월 20일 사건 발생 이후 10개월동안 끌어오던 재개발조합과 유가족 대표간의 지리한 협상이 해를 넘기기 전에 극적으로 타결됨으로써 유가족 위로금 및 장례비 등 보상 문제를 비롯한 각종 이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 100여 차례의 대화 시도, 실제 협상은 5차례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막판 협상은 29일 오후 4시 30분부터 30일 오전 6시 30분까지 1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협상 테이블에 참여했던 서울시 김영걸 균형발전본부장은 이날 협상이 5번째 열린 공식 협상이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 서울시는 100여 차례에 걸쳐 유가족 대표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는 조합과 유가족 사이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설득하는 과정이었으며 실제 협상은 12월 들어서야 다섯 차례 열렸을 뿐이었다고 밝혔다.
 
막판 협상에서는 보상 액수 보다 사안별 입장 차이를 좁혀가면서 이를 근거로 최종 금전적 보상 비용이 확정됐다고 서울시는설명했다.
 
협상이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 김영걸 본부장은 "용산참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이와관련된 논쟁이 발생할 때마다 대화와 협상이 중단됐기 때문"이라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 서울시, 종교계가 중재자로 나서
 
'용산참사' 발생 직후 유가족들은 이번 참사에 대해 정부의 공식 사과와 피해 철거민들의 생계대책 등을 요구했고, 정부는 이를 '사인(私人)간의 문제'로 규정해 협상은 애초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실제로 사건 발생 직후 5개월동안 협상 다운 협상은 단 한차례도 열리지 못했고 협상 당사자인 용산4구역 재개발조합과 유가족 대표로 구성된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7월로 접어들면서 한국교회봉사단 등 종교계가 범대위 측과 협상에 나서 당시 종교계가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 조합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듯 했지만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9월부터는 서울시가 나섰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서울가톨릭 사회복지회장 김용태 신부와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김종생 목사, 조계종 총무원 혜경 스님 등 종교계 대표들로 구성된 자문회의가 구성됐다.
 
종교계 자문회의는 이후 서울시와 범대위의 협상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조정과 중재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 유가족들의 양보가 협상의 분수령
 
협상의 분수령이 된 것은 그동안 정부 사과와 임시 상가 보상을 일관되게 요구해 온 유가족들이 한발짝 양보하면서 부터이다.
 
유가족 범대위와 서울시는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총리의 입장 표명으로 대신한다는데 동의했고 범대위는 임시 상가 대책에 대한 요구를 철회하기로 했다.
 
결국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안(案)들이 해결됨으로써 협상은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하지만 협상이 타결됐다고 해서 '용산참사'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 범대위, 진상규명 위해 투쟁할 것
 
협상 타결 소식 이후 범대위는 입장 표명을 통해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을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찰이 3000쪽에 이르는 '용산참사' 사건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고, 구속 수감된 사건 관련 철거민들 문제 역시 이번 협상 타결과는 별개의 문제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범대위는 또 뉴타운·재개발 정책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철거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용산참사와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쟁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서울시로서도 재개발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중재자로 나서야 하는 선례를 남긴 셈이어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12/30 [19:4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