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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완전정복'은 우리의 역사적 사명인가?
'영어완전정복' 시사회 열려, CG효과 등 새로운 시도 엿보여
 
김주영   기사입력  2003/10/23 [11:00]

"Can you speak english?" 길가다가 외국인과 마주치게 되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피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길을 가다가 지하철에서나 버스에서 안에서는 영어강의를 들으면서 단어를 외우고, 영어신문을 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전국민적으로 영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어 성적은 좋지 않지만, 영어교육열만큼은 으뜸인 지금, 어디선가 '영어를 완전 정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어디에 있는 학원이냐'고 '당장 전화번호를 대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이것은 '무사' '태양은 없다'등 싸나이(?)의 영화의 대명사인 김성수 감독의 작품인 '영어완전정복'의 이야기이다. 

▲영어완전정복 포스터     ©대자보
영화의 줄거리는 동사무소에 찾아온 외국인을 상대로 대한민국 9급공무원인 나영주(이나영)을 비롯 동사무소 직원 단한사람도 영어한마디 못하는 현실을 암담하게 여겨, 영주가 대표로 '영어를 배워올 것'이라는 특명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중학교 때부터 포기했다는 영주는 영어를 배우러 영어학원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운명의 상대라는 킹카(?) 박문수(장혁)를 만나 '사랑'과 '영어'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전개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영주와 문수의 사랑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부하다는 느낌보다는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영어'라는 소재의 특이성과, 또한 각각의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 그리고 화려한 CG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속 에니메이션은 영화의 인트로에서 플레시 애니메이션으로 영주의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해 영화가 끝날때까지 계속된다. 버추얼 파이터 게임과 같은 레벨테스트 장면, 꼴라쥬 애니메이션 기법을 동원한 바다 속 상상 장면 등이 그러한 것이다. 김성수 감독은 CG를 많이 넣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영화 캐릭터 자체가 매우 상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상상속만도 아니고, 현실에만 기반을 둔 것만이 아닌 중간적인 공간에 관객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그렇게 때문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많이 넣은 것이다."

▲영화 영어완전정복 중 영주와 문수     ©나비픽처스
하지만 이런 만화적 상상력은 단순히 CG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와 상황설정 또한 그러하다. 상징성을 지닌 캐릭터는 이 영화를 젊은층만이 아니라 좀더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학원에서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를 살펴보자.

유학을 준비하지만 영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학원만 수십군데 다니는 대학생, 단어와 문법은 완벽하지만 회화가 안돼 회사에서 퇴직위협을 당하고 있는 40대 남자, 이민을 가려고 하지만 영어 한마디 안돼는 주부, 그리고 세계적인 요리사가 꿈이지만 표준어보다는 사투리에 능숙한 피자집 종업원, 마지막으로 입양된 동생을 만나기 위해 영어한마디를 배우려 하는 문수까지 다양하게 사회각층에서 영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캐릭터들은 영화 중간중간에서 이 영화를 단순한 코메디만이 아닌 감동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영화완전정복 포스터, 이나영의 변신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나비픽처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관전포인트는 이나영이란 배우의 변신이다. CF의 요정이라는 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뿔테안경을 쓰고 양갈래 머리를 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쁘지 않은, 솔직히 말해 정말 많이 망가진 이나영이 나온다. 지난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나영은 이번엔 스크린에서도 인정받고자 하는 듯 하다. (얼마나 망가졌는지는 스스로 확인하시길..) 또한 장혁이라는 배우 또한 스크린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고히 해가고 있는 듯하다. (정말로 바람둥이로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사회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넘쳐나는 영어간판들, 우리말보다는 영어를 우선하는 풍조 등 우리말을 왜곡하고 국적불명의 언어가 넘쳐나는 지금의 사회현실을 바로 짚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영어로 프로포즈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들던 장혁이 "사랑이라는 말은 영어보다는 우리말이 더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대사야말로 영화가 전하고 싶었던 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이 영화는 고정된 관객을 확보하고 있는 메트릭스3와 11월 5일로 개봉 시기가 같아, 메트릭스의 벽을 깰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성수 감독은 어느 정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자신에 차있다. "한국영화는 계속될 것이고, 관객은 그것을 버릴 수 없을 것"이라고. 한국에 불고있는 영어열풍을 생각한다면 영어를 소재로 한 '영어완전정복'의 성공은 보장돼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비록 영화속에서 영어를 배우는 과정이나 좀더 진지한 성찰이 스토리상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11월 수능을 마친 고3수험생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자간담회 모습     ©대자보

아래는 영어완전정복 기자간담회 전문이다.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떠한가?
김성수감독: 첫 시사회라서 그런지 대단히 떨린다. 아직까지 화면색깔이 완성되지 않아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기자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바란다.
이나영: 아직도 굉장히 떨린다. 떨리다는 말밖에는 할말이 없다.
안젤라켈리: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처음인데, 굉장히 기분이 좋다.

▼문수라는 캐릭터는 어떠한 캐릭터라고 생각하는가?
▲장혁     ©대자보
장혁: 문수는 굉장히 허무한 소리를 하는 실없는 인간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인파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영화가 흘러가면서 영어학원에 들어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무사'나 '태양은 없다'와 같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코믹영화를 시도했고, 시나리오작업에도 직접 참여하셨다고 들었다. 어떤 마음으로 영화작업을 했는가?
김성수감독: 우선 편하고 재미나게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멜로를 다룰때마다 여자주인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나영주'라는 캐릭터는 한번 해볼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주인공이 나오지만 용기를 내서 만들었다. 또한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꼈고, 내가 직접 참여해서 시나리오 작업에서 많은 수정을 했다. 문수라는 캐릭터 또한 많은 수정을 한 것이다.

▼이전 작품에 비해서 어려움 점은?
김성수감독: 다른 영화를 찍고나면 5~6kg이 빠지는데, 이번 영화는 오히려 쪘다. 그래서 요즘에는 살을 좀 빼려고 노력중이다.(웃음) 이 영화에서 어려웠던 점은 멜로라는 재료와 영어라는 재료를 같이 버무리기가 힘들었다.

▼영어연습은 따로 하신 것이 있는지..
이나영: 영어를 처음하는 단계는 넘어섰기 때문에 어색한 발음을 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처음 배우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서 공부했다. 우리나라 말투에 영어적 요소를 가미시켜서 계속 연습했다.
장혁: 전혀 연습할 필요가 없었다. 영어를 배우는 상태에서 영화촬영을 들어갔기 때문에 감독님과 이야기 해봤을 때 "그냥해도 돼겠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젤라 켈리의 경우 한국말 연습을 어떻게 했는지..)
안젤라: 연습을 참많이 했다. 한국어가 매우 어려웠다. 장혁씨나 이나영씨가 영어대사를 같이 하는 경우에는 좋았지만, 주로 발음을 듣고 흉내내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래서 어쩌다가 감독님이 대사를 바꾸는 경우가 있으면 밤새워서 연습하는 것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참 힘들었다.

▼이나영씨의 경우 이번 영화에서 이미지 변신을 많이 했는데, 캐릭터 변신을 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렇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느꼈나?
▲이나영     ©대자보
이나영: 특별히 이미지 변신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전부터 김성수 감독님과 영화를 굉장히 해보고 싶었고, 영화자체에 매력이 있어 이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영주라는 캐릭터에 맞았기 때문에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뿔테안경을 쓴 것이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모습도 나의 모습 중 일부이기 때문에 내모습으로 느껴지지 별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이번 영화에서 다른 코믹영화와는 차이점이 느껴졌다. CG가 많이 들어갔고, 말풍선과 같은 효과도 많았는데, 코메디 영화에서 좀더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그러한 것인가?
김성수감독: 다른 코믹영화와 비슷하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그렇게 느꼈다니..(웃음) 이번 영화에 CG가 많이 첨가 된 것은 영화 캐릭터 자체가 매우 상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상상속만도 아니고, 현실에만 기반을 둔것만이 아닌 중간적인 공간에 관객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그렇게 때문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많이 넣은 것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안젤라: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았다. 특히 영어연습을 한다고 사람들이 다들 목이 쉬어서 학원에 와서 쉰목소리를 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많은 NG가 났다.
김성수 감독: 그장면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웃어서 그날안에 못찍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근데 이번 시사회에서는 그 장면에서 그렇게 많이 웃으시는 것 같지는 않았다. (웃음)

▼마지막으로 한말씀..
김성수 감독: 메트릭스와 개봉시기가 같아서 본의 아니게 한국영화의 대표가 됐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의 모토는 OPEN MIND이다. 열린 마음으로 우리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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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23 [11: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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